[사설]유병언은 묻혔지만 재산 환수 ‘유병언 법’은 살려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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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세월호 선장이 법정에서 한 진술을 들어보면 세월호 참사의 책임에서 빠져나가려는 궁리만 하고 있는 것 같다. 지난주 광주지법에서 열린 세월호 공판에서 이 선장은 “조타실의 비상벨을 왜 누르지 않았느냐”는 변호인 질문에 “생각 못했다. 정신적인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 판단할 능력이 안 됐다”고 변명했다. 이 선장은 “촉탁직 교대 선장일 뿐”이라고 책임을 회피하는 발언도 했다. 이런 선장을 믿고 많은 학생들을 배에 태웠다니 할 말을 잃는다.

세월호 참사를 초래한 원인이 그동안 쌓인 우리 사회의 적폐 때문이라고 하지만 이 선장이 사고 당시에 제대로 대처했다면 그토록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침몰하는 배에서 제일 먼저 빠져나온 사람이 이 선장이었다. 그는 법정에서 “나는 정신적인 문제를 갖고 있다”고 진술하면 형량이 감해질 것이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 하지만 재판부가 그의 얄팍한 의도를 모르지 않을 것이다. 이 선장은 사고의 한 원인이었던 과적(過積)에 대해 “회사 측에 항의한 적은 있으나 받아들여질 것으로 기대하지는 않았다”며 발뺌하기에 급급했다.

이런 사람을 선장으로 쓴 청해진해운의 실소유주가 어제 장례를 치른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이다. 그는 아무런 직함도 갖고 있지 않았지만 청해진해운을 마음대로 움직였고 안전은 제쳐두고 돈 벌기에 바빴다. 그는 청해진해운의 직책을 맡지 않으면 책임은 지지 않고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유 씨 가족의 재산을 남김없이 환수해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한다.

해양수산부가 국회에 밝힌 세월호 참사의 수습 비용은 6213억 원에 이른다. 세월호 사고 이후 구조와 수색 인양 작업에 투입됐거나 앞으로 들어갈 돈이 3926억 원이고, 나머지 금액은 사망자와 실종자 가족, 부상자들에게 지원된다. 정부는 일단 국고에서 이 돈을 댄 뒤 유 씨 일가의 재산을 빼앗아 충당할 방침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법원이 동결한 유 씨 일가의 재산 규모는 862억 원에 불과하다.

국회 공전이 장기화하면서 유 전 회장이 숨긴 재산을 환수하기 위한 ‘범죄수익은닉 규제 및 처벌법(일명 유병언 법)’을 심의조차 못하고 있다. 이 법이 통과되지 않으면 그가 제3자 명의로 은닉한 재산을 추징할 수 없어 6000억 원이 넘는 수습 비용을 상당 부분 국민 세금으로 물어야 한다. 국회의 책임이 크다.

[유병언 전 회장 및 기복침 관련 정정 및 반론보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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