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세월호 적극 구조 안 한 해경, 직무유기인가 무능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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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법정에서 생존 학생들이 구조 작업을 벌였던 해경이 무능했다고 증언했다. 한 학생은 “고무보트에 타고 손에 닿을 거리에 있던 해경은 비상구에서 대기하며 바다로 떨어진 사람들을 건져 올리기만 했다”고 말했다. 다른 학생은 “해경이 올라올 수 있는 사람은 올라오라는 말만 했다”고 전했고, 또 다른 학생은 “갑판에 나와 헬기를 탈 때만 해경의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와 비슷한 증언이 이미 다른 목격자를 통해 여러 차례 나온 바 있다. 당시 구조 활동을 촬영한 동영상에서도 이런 증언을 뒷받침하는 장면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죽음 직전에 살아난 학생들의 증언으로 들으니 더 안타깝다. 해경이 좀 더 빨리 사고 현장에 도착했더라면, 선내 사정을 정확히 파악했더라면, 조타실에 올라가 “퇴선하라”는 방송을 했다면, 선내에 진입해 구조 활동을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또다시 남는다.

검찰이 세월호 침몰 당시 구조를 위해 현장에 처음 도착한 123경비정의 정장 김경일 경위를 긴급 체포했다. 검찰은 이번 체포가 해경이 선내에 진입해 구조 활동을 벌이지 않은 일과 직접 관련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김 경위는 경비정의 사고 당일 운항일지를 일부 찢은 뒤 다른 내용을 허위로 적어 넣은 혐의를 받고 있다.

김 경위는 세월호 구조의 중심에 서 있던 사람이다. 그는 사고 당시 목포해양경찰서장의 지시를 받아 구조 활동을 벌이기는 했지만 현장에서 서장의 지시를 따를 수 있는지 판단했다. 그는 선체 진입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김 경위가 도착했을 당시 배는 이미 45도 이상 기울어 있었다. 하지만 더 늦게 도착하고도 배에 기어올라 구조 활동을 벌인 어민들도 있었다. 해경은 구조장비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채 출동했고, 구조 활동도 소극적이었다는 인상을 주는 것이 사실이다.

해경이 목숨을 걸고 구조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직무유기로 처벌할 수는 없다. 그러나 수사 결과 진도 해상교통관제센터(VTS)의 해경 관제사들은 세월호가 관내에 진입한 시간에 딴짓을 하거나 근무 수칙을 어긴 것으로 드러나 구속됐다. 검찰은 김 경위가 운항일지에서 숨기고 싶었던 내용이 무엇인지, 상부의 지시를 받은 것인지 등을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 다만 여론 달래기 차원에서 구조 활동의 지휘 라인에 있던 사람들을 겨냥해 무리한 희생양을 만드는 수사는 삼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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