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민적 참사를 선동과 정치에 악용하는 세력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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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 때 좌초설을 제기했던 신상철 씨가 이번에는 “세월호 실종자를 못 구하는 것이 아니라 안 구하는 것 아니냐”고 강변했다. 좌파 성향 인터넷매체 대표 출신인 그는 집회 연설에서 “침몰 24시간이 지나도록 생존자를 구조하지 못하는 이유를 알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신 씨는 천안함 폭침 때 야당 추천으로 민군(民軍) 합동조사단 민간조사요원으로 참여해 “천안함 사고 원인은 좌초이며 미군이 연루됐다”는 주장을 펴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도 정부가 시신 인양과 구조를 일부러 늦추고 있다는 식의 괴담이 퍼지고 있다. 세월호 침몰 현장에서 8일째 실종자 구조와 희생자 수습을 위해 사투(死鬪)를 벌이고 있는 잠수 요원들에 대한 모독이자 악의적인 음모론이다. ‘자주민보’ 같은 친북(親北) 매체들은 천안함 폭침 때와 마찬가지로 “세월호 침몰은 미국 잠수함에 충돌했기 때문”이라며 선동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실종자 가족들을 이용해 특정한 목적을 이루려는 ‘가짜’들까지 나타났다. 경기 안산 단원고의 학부모모임 대표로 행세한 송정근 씨는 새정치민주연합 경기도의원 예비후보에 등록한 정치 지망생으로 학부모도, 실종자 가족도 아니었다. 피해자들과 무관한 외부 세력이 실종자 가족의 청와대 항의 방문 시도를 부추겼다는 구체적인 증언도 나왔다. 권은희 새누리당 의원과 일부 누리꾼이 “밀양 송전탑 반대 시위에 참석한 여성이 세월호 참사 현장에서 실종자 가족 행세를 했다”는 오보(誤報)를 SNS 등에 올린 것도 잘못이다.

경찰은 종합편성채널 MBN에 출연해 “해경이 민간 잠수부의 구조 활동을 막고 있다”고 허위 사실을 퍼뜨린 홍가혜 씨에 대해 어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국가적, 국민적 참사마저 반(反)정부 선동과 갈등에 악용하려는 일부 세력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허위 사실 유포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과 함께 언론의 역할도 중요하다. 괴담이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정부도 국민에게 신속하게 사실을 전달해야 하지만 언론 역시 정확하고 절제 있는 취재와 보도를 해야 할 책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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