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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azine D]“누가 대통령 되더라도 트럼프와는 쉽지 않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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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azine D]“누가 대통령 되더라도 트럼프와는 쉽지 않을 것”

구희언 기자 입력 2017-03-29 13:54수정 2017-03-29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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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데이비드 스트라우브 전(前) 미 국무부 한국과장 노근리 양민 학살 사건, 베트남전 에이전트 오렌지 피해 소송, 주한미군 한강 독극물 방류 사건, 화성 매향리 사격장 오폭 사건,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개정 협상, 여중생 신효순·심미선 사망 사건, 솔트레이크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안톤 오노의 반칙 사건 등을 기억하는가. 모두 국내에서 반미 열풍을 촉발한 굵직굵직한 사건이다.

3월 24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만난 윌리엄 데이비드 스트라우브 전(前) 미 국무부 한국과장. 조영철 기자
윌리엄 데이비드 스트라우브 전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연구센터(APARC) 한국학 부소장은 1999년부터 2002년까지 주한 미 대사관 공사 참사관으로 재임하고, 2002년부터 2년간 미 국무부 한국과장을 역임하며 최고조로 치솟았던 한국인의 반미 감정을 생생하게 경험했다. 이후 10여 년이 지난 2015년 한국인의 ‘반미 감정’에 대해 미국인의 시선으로 다각도로 짚어보고 ‘반미주의로 보는 한국 현대사’를 썼다. 이 책은 최근 한국에서 번역 출간됐다. (김수빈 옮김, 산처럼).

최근 세종연구소는 ‘세종-LS 펠로우십’을 신설했다. ‘세종-LS 석좌’ 객원연구위원으로 초빙된 그를 3월 24일, 촛불의 물결이 일렁이던 광화문 광장에서 만났다. 광장에서는 3년 만에 인양된 세월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시민이 많았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던 그는 “이제라도 인양이 돼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비참하게 아이를 잃은 부모들에게 위안이 되었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얼마 전까지 이곳에서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외치는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최근 대통령이 탄핵되며 일부에서는 ‘촛불의 승리’라고 평하지만, 외부인의 시선으로 보면 다르게 느낄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사태가 평화적으로 끝난 것은 높게 평가합니다. 탄핵을 계기로 정부가 보다 투명하게 활동하고, 정경유착이 없어진다면 다행스러운 일일 겁니다. 그런데 큰 틀에서 보면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미국에서 닉슨 대통령이 탄핵소추안 통과를 앞두고 사임했는데, 그 결과 미국의 정치가 더 거칠어지는 상황을 낳았습니다. 이번에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것도 간접적으로나마 관계가 있다고 봅니다. 그런 결과를 대한민국에서 막으려면 차기 대통령이 많은 노력을 해야겠죠. 또한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선거가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시민의 도구입니다. 탄핵은 국회의원과 판사가 시민의 원래 뜻을 뒤집고 번복하는 것이고요. 즉 탄핵 결정이 옳다면 시민 다수가 투표를 잘못했다는 뜻도 됩니다. 한국뿐 아니라 많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선거 제도에 대해 다시 생각해봐야 할 때입니다. 보다 나은 후보자들이 나오고 시민들이 그를 보다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혁이 이뤄져야 할 것 같습니다.”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서는 태극기와 함께 성조기를 들고 나오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그들이 왜 그렇게 하는지 아는 미국 사람은 거의 없을 겁니다. 방송으로 그런 장면을 보는 미국인들은 ‘대체 왜 저기에 성조기를 들고 나오는 걸까?’라고 생각할 겁니다. 저는 한국에서 오래 살았고, 복잡한 역사를 알기에 그들이 왜 그러는지 짐작은 가지만 아마 많은 사람은 그런 모습에 어리둥절할 거예요.”

-아버지가 한국전쟁 참전 용사이고, 아내도 한국 사람인데 한국과의 인연은 어떻게 맺게 되었나요.


“살다 보면 우연이 운명처럼 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어릴 때 아버지께서 제게 한국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해 주셨어요. 당시에 그것이 인상적으로 남았던 것 같습니다. 이후 국무부에 들어가 2년간 독일에서 근무했는데, 다음엔 어디에서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묻기에 ‘여기 구라파처럼 다이내믹한 곳에서 일해보고 싶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때가 만으로 23세였죠. 얼마 지나지 않아 연락이 왔고, 그렇게 한국에서 일하게 됐습니다.”

조영철 기자
-처음 만난 1979년의 대한민국은 지금과는 많이 다른 모습이었겠어요.

“어떻게 보면 지금과는 전혀 다른 나라와도 같았어요. 처음에는 말이 잘 통하지 않아 답답한 면도 있었지만 한국 사람들이 다이내믹하고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며 재미있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1999년에도 자진해서 한국에 왔습니다. 아내와는 1980년 6월 25일, 육이오에 만나게 됐네요(웃음). 당시 조계사 법회에 갔다가 민방위 사이렌이 울리는 바람에 같이 도망간 걸 계기로 처음 인연을 맺었어요. 이것도 우연이 운명이 된 사례겠네요.”

-2015년에 낸 ‘반미주의로 보는 한국 현대사’가 올해 한국에서 출간됐습니다. 책에서 다룬 주요 사건들이 발생한 지 10년 이상이 지나 책을 쓴 이유는 무엇인가요.

“한국에서 반미 감정이 최고조였던 1999년부터 2002년 말까지는 제가 주한 미 대사관에서 정무과장으로 일하던 시기입니다. 한국을 좋아하고 한미동맹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제게는 당시 많은 한국 시민과 언론의 미국에 대한 강도 높은 비난이 이해되지 않았어요. 언젠가는 이 현상을 보다 깊이 연구하고 책을 내야겠다고 생각했죠. 국무부 은퇴 이후인 2006년에 책을 쓰려고 보니 한미 관계가 비교적 많이 회복된 상태였어요. 2008년 당시 스탠퍼드대 APARC 소장인 신기욱 교수와 함께 일하면서 책을 내기로 했고,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한 것은 불과 4년 전이었습니다. 고민 끝에 주로 미국 독자를 위한 책으로 썼습니다. 특히 한미관계를 다루는 미국 관리와 미군을 위해서요.”

-미국 독자와 한국 독자가 이 책을 읽으면서 느끼는 바가 다를 것 같습니다.

“한국 독자들은 당연히 다르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한국 사람인 아내와 한국 친구 몇몇조차 책을 읽고 ‘너무 일방적이지 않으냐?’라고 했죠. 아마도 제가 당시 한미관계의 일련의 어려운 문제들을 전직 미국 관리의 처지에서 경험하고 썼기 때문일 겁니다. 한국 독자들은 15년 전에 이런 일들이 있었음을 돌이켜볼 때 ‘미국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하고 느꼈을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물론 제가 쓴 내용에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아도 됩니다. 이 책이 한미 간 서로를 이해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반미 감정이 최고조였을 때의 한국과 현재의 한국을 모두 경험했는데, 그때와 지금은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른가요.

“이 세상에 대한민국만큼 빨리 변하고 발전하는 나라가 없을 겁니다. 그때의 한국은 첫 번째 진보정권이 시작된 지 1년밖에 안됐을 때였습니다. 수십 년 간 미국에 대해 쌓인 진보 진영과 386세대 기자들의 불만이 한꺼번에 터져 나올 수 있었던 시기죠. 남북의 첫 번째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도 굉장히 높았지만 나중에 북한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다루기 어려운지를 다들 알게 됐습니다. 앞으로 진보정권이 다시 탄생하더라도 그때와 똑같지는 않을 겁니다. 그러나 10년간의 보수정권 하에서 불만이 쌓였을 수 있기 때문에 진보정권이 들어선다면 미국의 대북정책에 대해 마찰이 있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당시 한국인이 왜 그렇게 미국을 반대하고 싫어했다고 생각하나요.

“복합적인 요인이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진보 정권이 탄생하며 386세대의 그동안 쌓인 불만이 쉽게 반영될 수 있었고, 일부 진보 시민 단체들이 미국과 미군에 대한 반미운동을 추진한 것도 분명한 사실입니다. 일부 386세대 기자들도 그들의 주장을 그대로 믿고 보도한 경향도 있었죠. 영어의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이라는 말처럼 한꺼번에 여러 가지 안 좋은 일이 겹쳐서 생긴 현상이었죠.”

-책에서는 당시 반미주의의 증폭 원인으로 한국인의 열강에 대한 피해의식과 국내 언론의 편향적인 보도 태도 등을 꼽았는데요.

“한미 SOFA 협정은 미국과 다른 나라와의 SOFA 협정과 근본적으로 같지만, 한국 사람들은 이른바 열강과 협상하면 불리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트럼프 대통령은 저런 협상에서 미국이 70여 년간 져 왔다고 생각하지만요. 편향적인 보도의 좋은 예가 매향리 폭발 사고 관련 보도입니다. 당시 기자들은 운동권 사람의 말을 듣고 미 폭격기가 마을 주민한테 큰 피해를 입혔다고 보도했으나, 사실은 그로 인해 아무런 피해가 없었어요. 나중에 한미 공동 조사단의 발표를 듣고 기자들은 초점을 바꿨습니다. 그 사고 하나가 문제가 아니라 미국이 수십 년간 마을 사람들을 무시한 것이 문제라며 분노했습니다. 하지만 미 공군 조종사들이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꼭 해야 할 훈련이었고 그런 장소가 필요한 것도 사실인데, 미국의 관점에서는 왜 한국 정부가 그런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사전에 살피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있는 것이죠.”

조영철 기자
-반미주의가 국내 정치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죠.

“무엇보다 2002년 말 반미 데모가 노무현 후보자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데 결정적인 요소였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노무현 후보자는 그런 데모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보수 진영의 후보자가 데모에 참석하고 미 대사를 불러 SOFA 협정에 대해서 기자단 앞에서 항의하기도 했습니다. 아마도 선거에서 질까봐 그랬던 모양입니다. 그리고 선거가 끝난 이후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데모는 모두 끝났습니다.”

-지금은 반미 감정이 사라진 것 같지만, 2008년 광우병 파동을 보면 알 수 있듯 ‘트리거’가 될 사건이 있다면 언제든 반미 열풍이 수면 위로 올라올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광우병 파동은 하나의 좋은 예입니다. 물론 그 현상에는 여러 요소가 있었지만 그중 하나가 반미 사고방식이었습니다. 즉 이명박 대통령이 당시 미 대통령 별관에 초대받기 위해 한국 사람의 건강을 해치는 합의를 알면서도 미국과 했다는 식의 주장이었죠. 3억 명이 넘는 미국 사람 중에서 미국산 쇠고기를 먹고 광우병으로 죽은 이는 아직 아무도 없습니다. 말 그대로 말이 안 되는 소리였습니다.”

-일부에서는 사드 한국 배치를 반대하며 한미 고위급 대화 중단을 요구하는데, 사드 반대 운동이 반미 운동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있을까요.


“당분간 사드 반대가 반미 운동으로 확산될 가능성은 낮다고 봅니다. 여론조사를 하면 한국 사람의 다수가 사드를 배치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인데요. 차기 한국 행정부가 미국에 사드 철수를 요구하고 미 정부가 반대할 경우 상황이 다를 수도 있습니다.”

-북한 문제를 포함해 한반도 현안에 대해 활발한 연구 활동을 하는데, 트럼프 정권에서는 북한과 북핵 이슈가 어떻게 다뤄질 것이라고 보나요.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을 어떻게 다룰지는 아직 예측하기 힘듭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임시적으로 경제제재를 더욱 강화하고 중국이 북한에 압력을 더하도록 요청하기로 한 상태입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아직 완전히 결정된 게 아니고 경우에 따라 바뀔 수도 있습니다. 단기적으로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4월에 열릴 미중 정상회담 결과일 것입니다. 이번 한국 대선의 결과도 미국의 대북정책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다수의 미국인은 트럼프 정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아시다시피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에서도 소수의 표를 얻어 당선됐습니다. 과거였다면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미국 국민은 일단 지지하는 경향이 있는데요. 이번에는 취임 이후에도 지지율이 오르지 않고 오히려 조금씩 지지를 잃어가는 상황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문제는 불통보다는 신뢰성이 없다는 점에 있습니다. 하루는 이 말을 하는가 하면 이튿날에는 반대되는 말을 하는 경우가 너무 많죠. 저뿐 아니라 미국 사람 다수가 지금까지의 트럼프 행정부를 아주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있죠.”

-트럼프 대통령은 그 자체로 신선한 캐릭터라 예측 불가능하고 혼란스럽게 느껴집니다. 역대 미국 대통령과 비교해본다면 비슷한 인물이 있을까요. 한국이 트럼프 정권을 이해하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정치나 정권 경험이 전혀 없는 사람이 대통령이 됐습니다. 성격도 매우 특이하기 때문에 그의 임기는 매우 격동적일 겁니다. 역대 미 대통령 중에서도 비슷한 사람을 찾아보기 힘듭니다. 트럼프 대통령 자신은 앤드루 잭슨 대통령과 비슷하다고 자랑스럽게 말합니다. 잭슨 대통령도 아웃사이더이자 극단적인 정책을 추진했습니다. 그러나 20~21세기에 그를 모범으로 삼으려 했던 미국 대통령은 없었죠.”

조영철 기자
-과거 북한에서 김정일이 물러나더라도 북한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인터뷰했는데요. 김정남 사망 이후 북한 내부에서는 어떤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보나요.

“저도 수년 전부터 김정은이 형을 암살하려고 한다는 식의 보도는 많이 접했습니다. 그런데 그동안 북한에 대해 공부하면서 정치 욕심이 없는 형을 죽일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사건을 접하고 꽤 놀랐습니다. 예전부터 북한 체제에 대해서는 회의적이었고 한반도의 근본 문제가 북한 체제와 역사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했으나 저렇게까지 극단적으로 나올 줄은 몰랐습니다. 김정은이 한 일은 21세기 한 정부에서 벌어진 일이 아니라 중세 시대 가문 간에 서로 죽고 죽이던 때의 상황을 보는 것 같습니다. 김정은이 물러나더라도 북한의 엘리트들은 기득권을 유지하고자 정책을 많이 바꾸려고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북한의 문제는 매우 뿌리가 깊고, 엘리트들이 김정은에게 아무도 솔직하게 말하려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는 5월 새로운 대통령이 나옵니다. 대선 이후 한미관계는 어떤 방향으로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하나요.

“누가 되더라도 쉽지는 않을 겁니다. 대북 정책에 대해 한미 간에 큰 마찰이 있지는 않을까 걱정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한미 양국이 서로 비슷한 대북 정책을 추진하지 않는다면 그 무엇도 성공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 중에는 한반도 문제에 대한 전문가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야말로 ‘백지상태’인 셈인데, 트럼프 정권이 한반도 문제를 제대로 이해하고 현명한 판단을 내릴 수 있을까요.

“저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비판적이지만, 미국 정부는 대통령의 힘만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기에 당선 이후에도 상당한 정책의 일관성이 유지될 겁니다. 그의 측근 중에 한반도 문제에 대한 전문가가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미국 정부와 각 부처에는 한국 전문가가 많습니다. 미국이란 나라는 만들어졌을 때부터 언제나 문제와 위기상황에 봉착했지만, 한 걸음 뒤로 갔다가도 두 걸음 앞으로 가곤 했습니다. 그러니 너무 미국에 대해 실망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한반도 문제에 대해서도 중장기적으로 생각하길 바랍니다.”

구희언 기자 hawkeye@donga.com
#데이비드스트라우브#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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