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지만 강렬했던 최호성의 미국 데뷔전

  • 스포츠동아
  • 입력 2019년 2월 10일 11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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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지만 강렬했다. ‘낚시꾼 스윙’의 주인공 최호성(46)이 미국 데뷔전을 후회 없이 마쳤다.

최호성은 10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끝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AT&T 페블비치 프로암(총상금 760만 달러·약 85억원) 3라운드에서 9오버파 224타를 기록하고 중간합계 공동 138위에 올랐다. 대회 셋째 날 5타를 잃으면서 최종라운드 진출 커트라인인 2언더파 213타 공동 60위에 포함되지 못해 컷 탈락의 아쉬움을 맛봤다.

비록 대회 마지막 날 우승 경쟁에는 뛰어들지 못했지만, 최호성으로선 만족할만한 미국 데뷔전이었다. 세계 정상급 프로골퍼들은 물론 각계 유명인사들이 총출동한 대회에서 그 누구보다 많은 주목을 받았기 때문이다.

드라이버 스윙 피니시 동작에서 마치 낚시꾼처럼 몸을 비틀며 클럽을 낚아채듯 들어올리는 특유의 자세로 골프팬들의 사랑을 받은 최호성은 PGA 투어의 초청을 받고 처음 미국땅을 밟았다. PGA 투어 우승 경력은커녕 출전 경험조차 없는 늦깎이 무명 신인이었지만, 최호성의 일거수일투족은 화제 그 자체였다. 현지 언론들은 한국에서 건너온 ‘필드 위의 낚시꾼’의 입국 현장, 식사 메뉴, 연습라운드 등을 빠짐없이 취재하며 뜨거운 관심을 보냈다. 대회 기간에는 많은 갤러리들이 낚시꾼 스윙을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지켜봤다.

이처럼 대회 내내 이슈를 몰고 다닌 최호성이었지만, 데뷔전 성적은 다소 아쉬움을 남겼다. 할리우드 배우 크리스 오도넬(49·미국)과 짝을 이뤄 플레이한 최호성은 1라운드를 1오버파 72타로 안정감 있게 출발했다. 그러나 둘째 날 3오버파 75타를 작성하면서 하위권으로 처졌고, 이어 페블비치 골프 링크스(파72·6816야드)에서 치른 3라운드에서도 버디 3개, 보기 4개, 더블보기 2개를 기록해 합계 9오버파 224타로 컷 통과를 하지 못했다.

조금 일찍 미국 데뷔전을 마친 최호성은 그러나 평소 꿈꾸던 무대 자체를 즐기며 후회 없는 시간을 보냈다. TV로만 보던 정상급 선수들과는 다정하게 사진을 찍으며 추억을 남겼고, 자신을 응원하러 온 갤러리들에게는 화끈한 쇼맨십을 펼쳤다. 또한 라운드 동반자들에게 자신의 헤드커버를 선물하며 감사를 전하기도 했다.

최호성은 “오늘 (날이 추워) 손도 얼고 콧물도 나면서 어려움이 많았는데 많은 팬분들께서 격려를 해주시고 응원을 해주셔서 기분이 좋았다”며 웃은 뒤 “이번 대회 코스는 한국 전장과는 많이 달랐다. 그린이 다소 어려웠다. 그린 속도가 빠르고 난이도가 높았다”고 총평했다.
2라운드 직후 “꿈을 갖는 일이 중요하다. 평소 꿈꿨던 PGA 투어에서 경기를 하고 있는 내 자신이 자랑스럽다”는 인터뷰로 잔잔한 감동을 선사한 최호성은 “앞으로도 (PGA 투어에서) 불러만 준다면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와 함께 미국 데뷔전을 마무리했다.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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