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번의 연장 끝에 준우승한 박인비, 세계랭킹 3위로 도약

  • 스포츠동아
  • 입력 2018년 4월 3일 16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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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비.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박인비.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역사를 수놓는 명승부였다. 하루를 넘겨 계속된 ‘1박2일’ 연장전. 비록 ‘골프 여제’는 마지막에 웃지 못했지만 세계랭킹 3위 도약이라는 값진 선물을 얻었다.

올 시즌 완벽하게 부활한 박인비(30·KB금융그룹)가 피 말리는 접전 끝에 아쉬운 준우승을 거뒀다. 그는 3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미션 힐스 컨트리클럽(파72·6763야드)에서 끝난 LPGA 투어 시즌 첫 메이저대회 ANA 인스퍼레이션(총상금 280만 달러·한화 약 29억 원)에서 페르닐라 린드베리(32·스웨덴)와 무려 8차 연장이라는 진검승부를 펼쳤다. LPGA 메이저대회 역사상 가장 오래 걸린 연장전이었다.

사건(?)의 발단은 전날 최종라운드였다. 박인비가 17번 홀(파3)과 18번 홀(파5)에서 연속 버디를 낚으며 앞서 15언더파 273타 단독 선두로 경기를 마친 제니퍼 송(29·미국)을 따라잡았고, 린드베리가 역시 18번 홀을 버디로 마무리하면서 세 명이 공동 선두를 이뤘다.

연장전은 18번 홀에서 서바이벌 방식으로 펼쳐졌다. 첫 탈락자는 제니퍼 송이었다. 3차 연장에서 박인비와 린드베리가 버디를 잡은 반면 제니퍼 송은 파에 그쳐 3위가 됐다. 이제 1대1 승부만 남은 상황. 그러나 현지시간 오후 7시가 넘어서며 어느덧 어두워진 하늘이 문제가 됐다. 이동식 조명으로 4차 연장을 치렀지만, 둘이 파로 비기면서 대회 주최 측은 결국 연장 승부를 다음날로 펼치기로 결정했다.

현지시간으로 오전 8시 재개된 연장전 역시 팽팽하게 전개됐다. 박인비와 린드베리는 10번 홀(파4)~17번 홀(파3)~18번 홀(파5)을 돌며 이어진 5~7차 연장에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약속이나 한 듯 모두 파를 기록했다.

그리고 펼쳐진 운명의 8차 연장. 다시 10번 홀로 돌아온 둘의 희비가 갈렸다. 린드베리가 약 7m 거리의 장거리 버디 퍼트를 성공하며 승기를 잡았다. 위기에 몰린 박인비는 5m 버디 퍼트를 시도했지만 공이 홀 컵 왼쪽으로 빗나가고 말았다. LPGA 투어 통산 20승, 메이저대회 통산 8승, 올 시즌 2승이 모두 무산됐다.

박인비는 LPGA와의 인터뷰에서 “8차 연장 승부는 나도 처음이었다. 비록 우승을 거두진 못했지만 올 시즌 경기력이 상당히 만족스럽다. 린드베리의 첫 우승을 축하한다”고 말했다.

값진 성과도 있었다. 대회 직후 발표된 여자골프 세계랭킹에서 박인비는 6계단이 오른 3위(6.40점)를 기록했다. 2016년 7월 이후 약 20개월만의 ‘톱3’ 복귀다. 이로써 2015년 10월을 끝으로 내려놓은 세계랭킹 선두자리 탈환도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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