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큐셀 김상균 감독이 말하는 ‘지은희 부활’의 비밀

  • 스포츠동아
  • 입력 2018년 3월 28일 05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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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윙 문제점을 극복한 덕이다. 지은희(한화큐셀)가 지난 26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칼스배드 아비아라 골프클럽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KIA클래식에서 우승을 확정지은 뒤 기뻐하고 있다. 지은희는 최근 5개월 사이에 두 차례 정상에 올랐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스윙 문제점을 극복한 덕이다. 지은희(한화큐셀)가 지난 26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칼스배드 아비아라 골프클럽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KIA클래식에서 우승을 확정지은 뒤 기뻐하고 있다. 지은희는 최근 5개월 사이에 두 차례 정상에 올랐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그야말로 완벽한 부활이다. 베테랑 골퍼 지은희(32·한화큐셀)를 두고 하는 이야기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중심에서 멀어져갔던 지은희가 부활의 날개를 활짝 펼치고 있다. 26일(한국시간) KIA 클래식에서 우승하는 등 대만 챔피언십을 포함해 최근 5개월 사이 두 차례 챔피언에 올라 전성기 시절 위용을 뽐내는 중이다.

2009년 US오픈 제패 이후 무려 8년 동안이나 우승이 없었던 지은희가 달라진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지은희와 5년째 한솥밥을 먹고 있는 한화큐셀 골프단 김상균(48) 감독에게 연락을 취했다. 29일부터 열리는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야마하 오픈 관전을 위해 잠시 일본에 머물고 있는 김 감독은 27일 스포츠동아와 통화에서 “오랫동안 (지)은희를 괴롭혔던 스윙 문제가 마침내 모두 풀렸다. 기량이 회복되고 자신감까지 붙은 만큼 앞으로가 더욱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화큐셀 김상균 감독
한화큐셀 김상균 감독

아찔했던 기억은 2009년 7월 US오픈 우승 직후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 감독은 “사실 은희가 2008년과 2009년 한 차례씩 우승을 거머쥐었을 때도 스윙이 완벽한 상태는 아니었다. 백스윙은 업라이트 성향이 너무 강했고, 다운스윙 인&아웃 편차도 심했다. 그래서 US오픈이 끝나고 무작정 자기 단점을 고치려다가 슬럼프에 빠지고 말았다”고 회상했다.

한 번 발을 잘못 디딘 지은희는 다시 정상으로 복귀하지 못했다. 호주 출신 코치의 지도를 받기 위해 호주를 수차례 오갔지만 개선의 여지는 보이지 못했다. 그렇게 수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러나 기다림 끝에 반전이 찾아왔다. 계기는 2017시즌을 앞둔 동계훈련이었다.

김 감독은 “호주 왕복 레슨도 소용이 없으니 결국 다른 방법을 찾게 됐다. 하루는 은희에게 ‘차라리 캐디(마틴 보제크)와 함께 스윙을 고쳐보자’고 제안했다. 4년 가까이 호흡을 맞췄으니 오히려 문제점을 잘 파악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였다”고 말했다.

지은희.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지은희.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발상의 전환은 지은희를 다시 일어서게 만들었다. 백스윙과 다운스윙 모두 간결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해 10월 LPGA 투어 대만 챔피언십에서 마침내 8년만의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김 감독은 “9월 에비앙 챔피언십부터 새 스윙이 몸에 익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대만 챔피언십 직전 국내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챔피언십 때 거의 꼴찌(77명 중 공동 73위)를 해버렸다. 이때 본인 스스로 무언가를 깨달았는지 바로 다음 대회에서 우승을 하더라”면서 “KIA 클래식 우승 직후 은희와 전화통화에서 ‘부상으로 받은 차 두 대 가운데 하나는 캐디에게 선물하라’고 이야기했다”고 웃었다.

지은희의 부활을 지켜본 스승은 향후 전망을 묻는 질문에 더욱 힘찬 목소리를 냈다.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이 감을 잡은 만큼 앞으로 더욱 강해지리라고 확신했다. 김 감독은 “성적은 나이와 상관이 없다. 요새 풍토가 베테랑들을 무시하는 측면이 강한데 은희가 쉽게 흔들리지 않는 베테랑의 힘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고 기특해했다.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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