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필드 떠돌던 켑카, 24억원 ‘인생 샷’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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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오픈 16언더 최저타 타이 우승
2012년 유럽 2부서 프로 시작, 카자흐-케냐-인도 등 마이너 전전
2015년 PGA 첫승으로 이름 알려… “작년 우승 더스틴 존슨 조언 큰힘”

첫 메이저 대회 우승을 달성한 브룩스 켑카가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US오픈 트로피를 보며 미소 짓고 있다. 사진 출처 미국골프협회 홈페이지
첫 메이저 대회 우승을 달성한 브룩스 켑카가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US오픈 트로피를 보며 미소 짓고 있다. 사진 출처 미국골프협회 홈페이지
5년 전 아마추어 신분으로 참가한 US오픈에서는 컷 탈락의 아픔을 겪었다. 프로 데뷔 초창기에는 미국을 떠나 낯선 유럽과 아프리카를 돌며 ‘향수병’과 싸웠다.

마침내 고국에서 열린 US오픈에서 정상에 선 뒤 주먹을 불끈 쥐었다. 첫 메이저 정상에 오른 ‘필드의 유목민’ 브룩스 켑카(27·미국)는 “역대 대회 우승자들과 나란히 설 수 있게 됐다는 것이 놀랍다. 드디어 진정한 영예를 얻었다”며 활짝 웃었다. AP통신은 “힘든 여행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와 스타덤에 올랐다”고 표현했다.

켑카는 19일 미국 위스콘신주 에린힐스골프장(파72)에서 끝난 메이저 대회 제117회 US오픈에서 최종합계 16언더파 272타로 우승했다. 자신의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통산 두 번째 우승을 거둔 그는 역대 최고 상금인 216만 달러(약 24억5000만 원)를 손에 넣었다. 또한 그는 2011년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가 세운 최다 언더파 기록과 타이를 이뤘다. 대회 전 세계 랭킹 22위였던 켑카는 이번 우승으로 10위까지 올랐다.

미국 플로리다 출신인 켑카는 유럽에서 프로 경력을 시작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켑카는 PGA투어에서의 치열한 경쟁을 피해 유럽 무대에서 실력을 쌓고 세계 랭킹을 끌어올렸다”고 전했다. 2012년부터 유럽 2부 투어에서 활약한 그는 카자흐스탄, 케냐, 인도에서 열린 마이너 대회에도 참가하며 실력을 키웠다. 일본 대회에서 우승한 적도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스코틀랜드에서 열린 한 대회에서 켑카는 선두를 달리고 있었지만 에이전트에게 “미국으로 돌아가고 싶다”며 외로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2014년 유럽 1부 투어 터키항공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상승세를 탄 그는 초청 선수로 PGA투어에 출전해 상위권에 들기 시작했고 2015년 피닉스오픈에서 PGA투어 첫 우승을 차지했다. 뉴욕타임스는 “오랜 인내 끝에 우승을 차지한 켑카가 18번홀을 떠나는 모습은 바비큐파티를 위해 잔뜩 장을 봐서 나오는 사람처럼 흥분돼 보였다”고 묘사했다.

PGA투어 평균 드라이버 비거리 5위(307.6야드)인 ‘장타자’ 켑카는 이번 대회에서 장타력과 함께 퍼팅의 안정감이 살아나 우승을 차지했다. 이날 켑카는 브라이언 하먼(미국)과 공동 선두였던 최종 4라운드 13번홀(파3)에서 2.4m짜리 파 퍼팅을 성공시키며 타수를 지킨 뒤 14∼16번홀 연속 줄버디로 승기를 잡았다. 켑카는 세계 랭킹 1위로 평소 헬스클럽에서 함께 운동할 만큼 가까운 사이인 지난해 US오픈 우승자 더스틴 존슨(미국)의 조언이 승부처에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그는 “어젯밤 존슨이 전화를 걸어와 ‘평정심을 유지하라’고 말했다. 오늘 14번홀부터 그 조언을 떠올리며 경기를 펼쳤다”고 고마워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us오픈#브룩스 켑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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