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은 못했지만…큰 무대서 크게 성장한 김시우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6월 20일 05시 45분


김시우가 19일(한국시간) 미국 위스콘신주 에린힐스골프장에서 열린 제117회 US오픈 마지막 날 4라운드 1번홀에서 힘차게 티샷을 하고 있다. 김시우는 구름 갤러리들로 인한 어수선한 분위기, 등 통증 재발 등의 악조건을 딛고 공동 13위로 대회를 마쳤다. 에린(미 위스콘신주) |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김시우가 19일(한국시간) 미국 위스콘신주 에린힐스골프장에서 열린 제117회 US오픈 마지막 날 4라운드 1번홀에서 힘차게 티샷을 하고 있다. 김시우는 구름 갤러리들로 인한 어수선한 분위기, 등 통증 재발 등의 악조건을 딛고 공동 13위로 대회를 마쳤다. 에린(미 위스콘신주) |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 김시우를 더 강하게 만든 US오픈

마지막 날 인기스타 리키 파울러와 같은 조
구름 갤러리 어수선한 상황 속 침착함 유지
등 통증 견디며 투혼 발휘…공동 13위 마감


김시우(22)가 아쉬움 속에 제117회 US오픈을 마무리했다. 우승까지 넘봤기에 성에 차진 않지만, 한 단계 성장한 모습을 보였기에 웃을 수 있었다.

19일(한국시간) 미국 위스콘신주 에린의 에린힐스골프장(파72)에서 펼쳐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US오픈 마지막 날 4라운드. 전날까지 공동 6위를 달린 김시우는 선두와 3타차로 4라운드에 나섰다. 5월 플레이어스챔피언십에서 선두와 4타차로 마지막 라운드에 돌입해 역전 우승을 차지했던 경험이 있기에 이번에도 큰 기대를 걸었다. 현지 언론에서도 김시우의 역전 우승 가능성을 무시하지 않았다. 골프채널은 경기가 시작되기 일찍 전부터 플레이어스챔피언십의 활약상을 되짚었다. 그만큼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출발이 나쁘지 않았기에 기대감은 점점 높아졌다. 그러나 숨은 복병이 있었다. 김시우는 이날 리키 파울러와 같은 조에서 경기를 했다. 파울러는 PGA 투어에서도 손꼽히는 인기스타다. 더스틴 존슨, 조던 스피스, 필 미켈슨(이상 미국), 제이슨 데이(호주) 정도를 제외하고는 그와 인기경쟁을 펼칠 선수가 없을 정도로 많은 팬들을 거느리고 있다. 김시우로선 파울러를 따라나선 구름 갤러리들까지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었다.

김시우.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김시우.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1번홀에서부터 우려했던 일이 벌어졌다. 파울러가 먼저 버디에 성공하자, 갤러리들은 일제히 “리키∼”를 외치며 환호했다. 그러고는 김시우가 버디 퍼트를 하기도 전에 우르르 다음 홀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혼잡스럽고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이런 상황을 예상하기는 했다. 김시우는 전날 4라운드 조편성을 확인한 뒤 “내일(19일) 많은 팬이 따라다닐 것이다. 그러나 익숙한 일이기에 전혀 신경 쓰일 일은 없다. 집중하면 된다”며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또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등 통증이 재발해 최악의 조건에서 4라운드를 치러야 했다. 이번 대회 개막을 앞두고 연습하던 도중 등 통증을 느낀 김시우는 겨우 약을 복용하고 마사지를 받으면서 3라운드까지 견뎠다. 그러나 4라운드 9번홀 이후부터 통증이 더 심해졌다. 메이저대회였기에 기권하지 않고 정신력으로 버텼다. 이날 3오버파 75타를 쳐 최종 합계 6언더파 282타로 공동 13위에 올랐다.

처음 출전한 US오픈은 아쉬움 속에 끝났다. 한 가지 위안을 찾자면, 몹시도 열악한 환경에서도 더 크게 무너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최악의 조건 속에서도 평정심을 유지하며 끝까지 자신만의 경기를 펼쳤다는 것은 김시우가 그만큼 더 강해지고 있다는 증거다.

우승은 합계 16언더파 272타로 US오픈 역대 최다언더파 타이기록(2011년 로리 매킬로이)을 세운 브룩스 켑카(미국)에게 돌아갔다. 1타차 공동 2위로 출발한 켑카는 이날만 5타를 줄이는 완벽한 경기로 짜릿한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2015년 피닉스오픈 이후 통산 2승째와 우승상금 216만달러(약 24억4000만원)를 챙겼다. 4라운드에서만 6타를 줄인 마쓰야마 히데키(일본)도 합계 12언더파 276타로 브라이언 하먼(미국)과 함께 공동 2위에 올랐다.

에린(미 위스콘신주) |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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