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감 없던 장이근, ‘잭팟’ 터뜨리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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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오픈 우승… 디오픈 티켓도 획득
마지막 날 2타차 공동 2위로 출발… 14, 15번홀서 3타 잃고 주춤하다
16, 17번홀 연속버디 공동선두 복귀… 연장 17번홀 칩인버디로 드라마 완성
김기환 제치고 우승상금 3억 챙겨

“내 이름을 기억하라” 장이근이 4일 끝난 제60회 코오롱 한국오픈 연장 마지막 홀에서 챔피언 퍼트를 넣은 뒤 주먹을 불끈 쥐며 온몸으로 기쁨을 표현하고 있다. 프로 데뷔 후 첫 우승을 내셔널 타이틀로 차지한 장이근은 3억 원의 우승 상금과 함께 세계 최고(最古)의 골프대회인 디 오픈(브리티시오픈) 출전권을 획득했다. KPGA 제공
“내 이름을 기억하라” 장이근이 4일 끝난 제60회 코오롱 한국오픈 연장 마지막 홀에서 챔피언 퍼트를 넣은 뒤 주먹을 불끈 쥐며 온몸으로 기쁨을 표현하고 있다. 프로 데뷔 후 첫 우승을 내셔널 타이틀로 차지한 장이근은 3억 원의 우승 상금과 함께 세계 최고(最古)의 골프대회인 디 오픈(브리티시오픈) 출전권을 획득했다. KPGA 제공
장이근(24)이란 이름 석 자를 처음 알린 건 2014년 10월 열린 제57회 코오롱 한국오픈 때였다. 무명이던 그는 대회 셋째 날 공동 2위에 올라 주변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그의 캐디백을 메던 아버지 장오천 씨가 대회 코스인 천안 우정힐스CC의 2대 클럽 챔피언을 차지했었다는 이력도 화제가 됐다. 하지만 최종 라운드에서 경험 부족을 드러내며 공동 14위로 대회를 마쳤다.

잊혀질 뻔했던 장이근이란 이름은 4일 끝난 제60회 한국오픈에서 확실하게 되살아났다. 장이근은 이날 우정힐스CC(파71)에서 열린 대회 최종 라운드에서 드라마 같은 역전극 끝에 김기환(26)을 따돌리고 정상에 올랐다. 갤러리로 대회장을 찾은 아버지 장 씨는 우승이 확정된 순간 아들을 끌어안고 기쁨을 나눴다.

2타차 공동 2위로 최종 라운드에 나선 장이근은 14번홀(파4)에서 더블보기를 범한 데 이어 15번홀(파4)에서도 보기를 적어내 우승 경쟁에서 탈락하는 듯했다. 하지만 255야드나 되는 16번홀(파3)에서 10m 버디를 잡아내며 기사회생했고 17번홀(파4)에서도 5m 거리의 내리막 버디 퍼팅을 성공시키며 공동 선두로 복귀했다.

최종 합계 7언더파 277타로 김기환과 공동 선두로 정규 홀을 마친 장이근은 3개홀(16∼18번홀) 합산으로 승자를 가리는 연장전에서 김기환을 3타차로 꺾었다. 17번홀(파4)에서 칩인 버디를 성공시킨 게 결정적이었다. 김기환은 장이근이 칩인 버디를 한 17번홀에서 보기, 18번홀에서 더블보기를 하며 무너졌다.

4일 천안 우정힐스CC에서 끝난 제60회 한국오픈에서 우승한 장이근(오른쪽)과 아마추어로 이 골프장 클럽 챔피언에 오른 적이 있는 아버지 장오천 씨. KPGA 제공
4일 천안 우정힐스CC에서 끝난 제60회 한국오픈에서 우승한 장이근(오른쪽)과 아마추어로 이 골프장 클럽 챔피언에 오른 적이 있는 아버지 장오천 씨. KPGA 제공
생애 첫 우승의 과실은 달콤했다. 우승 상금이 3억 원이나 됐다. 여기에 7월 잉글랜드 로열버그데일 골프장에서 열리는 제146회 디 오픈(브리티시오픈) 출전권도 얻었다. 대한골프협회와 영국왕립골프협회(R&A)는 올해부터 한국오픈 우승자와 준우승자에게 디 오픈 출전권을 주기로 했다. 지난해까지 10월에 열렸던 대회를 올해 6월로 당긴 이유다. 준우승자인 김기환은 어지간한 대회 우승 상금에 맞먹는 1억2000만 원의 상금과 디 오픈 출전권으로 준우승의 아쉬움을 달랬다.

초등학교 때 미국으로 골프 유학을 떠난 장이근은 서부의 명문 서던캘리포니아대(USC) 골프부에서 활동하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진출의 꿈을 키웠다. PGA투어 진입이 여의치 않자 학교를 중퇴한 뒤 지난해부터 아시아프로골프투어를 주무대로 활동해 왔다. 이번 대회에도 한국프로골프(KPGA)투어가 아닌 원아시아투어 회원 자격으로 출전했다.

“우정힐스 골프장 구석구석을 잘 아는 아버지가 세세한 코스 특성을 귀띔해준 게 큰 도움이 됐다”는 장이근은 “디 오픈은 어렸을 때부터 동경해온 무대다. 앞으로 목표는 PGA투어에 진출해서 우승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프로골퍼 장이근.김기환#장이근 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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