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넘도록 무관 ‘네 남자’의 우승 꿈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4월 28일 05시 45분


박성필-권명호-정지호-박재경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박성필-권명호-정지호-박재경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박성필·권명호·박재경·정지호, KPGA 유진그룹 전남오픈 출격

1번홀 티잉 그라운드에 오르는 순간, 목표는 오로지 우승이다. 2017시즌 개막의 포문을 연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는 27일부터 전남 무안의 무안골프장(파72)에서 2번째 대회 카이도시리즈 유진그룹 전남오픈(총상금 5억원)으로 이어졌다.

우승을 놓고 펼쳐지는 144명의 진검승부 뒤에는 절절한 사연도 많다. 우승의 맛을 본 24명을 제외한 120명은 아직 이루지 못한 우승의 꿈을 위해 72홀 승부에 사활을 건다.

박성필(46)은 16년째 무관의 설움을 씻지 못했다. 그 중 11년은 코리안투어에서, 5년은 시드를 잃는 바람에 2부투어에서 보내며 눈물 젖은 빵도 맛봤다. 우승을 향해 도전한 횟수만 81번. 그러나 단 한 번도 우승에 가까이 다가서지 못했다. 2007년 에덴밸리리조트오픈 공동 9위가 역대 최고 성적이다.

세월은 흘러 어느덧 40대 후반이 됐다. 팽팽했던 얼굴에는 주름살도 생겼다. 그러나 박성필의 각오에는 여전히 힘이 넘쳤다. 82번째 도전에 나선 그는 “체력이 문제지 기술은 어린 친구들에게 뒤떨어지지 않는다. 전남 곡성이 고향이다. 고향 팬들 앞에서 우승한다면 더 없이 기쁠 것 같다”며 더욱 힘찬 티샷을 다짐했다.

권명호(33)는 한때 남자골프를 이끌 기대주였다. 주니어 시절 상비군과 국가대표로 활동했다. 제일모직 골프꿈나무, 캘러웨이골프 영건스 등에 발탁되는 등 누구보다 큰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프로무대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2008년 솔모로오픈과 2009년 몽베르오픈에서 2차례 준우승했을 뿐, 15년째 무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권명호에게 더 이상 기대주란 말은 어울리지 않는다. 투어에서도 제법 고참급이 됐다. 그러나 변하지 않은 것이 하나 있다. 우승에 대한 열정이다. 그는 “개막전에서 예선탈락했다. 그래서 이번 대회는 칼을 갈며 준비했다”며 더욱 비장해진 각오를 드러냈다.

10대부터 50대까지 두꺼운 선수층을 자랑하는 KPGA 코리안투어에선 조용히 사라졌다가 제자리로 돌아오는 스타들도 많다. 박재경(33)은 2년 만에 코리안투어로 복귀했다. 그 역시 2004 년 데뷔해 14년째 투어에서 뛰고 있다. 군복무 시기인 2007∼2008년을 제외하고는 해마다 투어에서 살아남았다. 그러나 지난해 처음 2부투어로 내려가는 쓴맛을 봤다. 2년 만에 코리안투어로 돌아온 그는 우승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박재경은 “마음은 비웠다”면서도 “하지만 올해 첫 우승을 한다면 눈물이 날 것 같다”고 여전한 우승 갈망을 표현했다.

투어 14년차 정지호(33)는 올해 더더욱 우승의 갈증을 풀어내고 싶어 한다. 지난해 가정을 꾸린 그는 아내 앞에서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리는 꿈을 꾸고 있다. 정지호는 “결혼 후 정신적으로 많이 성숙해졌다. 급하지 않게 천천히 우승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10년 넘게 이루지 못한 네 남자의 우승 꿈이 이번에는 이뤄질 수 있을까.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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