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주 ‘돌다리 샷’이냐, 백규정 ‘돌격대 샷’이냐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22일 03시 00분


코멘트

LPGA 정복한 무서운 소녀들, 23일부터 ‘KB 스타챔피언십’서 자존심 대결
19세 동갑내기, 10년 넘게 친구이자 맞수
각각 에비앙-하나외환 우승, 2015년 美 진출
KLPGA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 긴장 고조

김효주의 스윙은 엉덩이 움직임으로 전체 몸통 회전을 시작하며 백스윙 톱에서 다운스윙으로 물 흐르듯 매끈하게 연결하는 게 특징이다. 특히 다운스윙 때 자연스럽게 오른쪽 팔꿈치가 옆구리를 스치면서 체중 이동과 임팩트가 된다. 마니아리포트 제공
김효주의 스윙은 엉덩이 움직임으로 전체 몸통 회전을 시작하며 백스윙 톱에서 다운스윙으로 물 흐르듯 매끈하게 연결하는 게 특징이다. 특히 다운스윙 때 자연스럽게 오른쪽 팔꿈치가 옆구리를 스치면서 체중 이동과 임팩트가 된다. 마니아리포트 제공

백규정은 어드레스 때 6 대 4 정도로 오른발에 체중을 더 많이 싣고 손목 코킹을 최대한 이용해 공을 때린다. 몸집이 큰 선수에게 효율적인 스윙이다. 특히 임팩트 때 양발 뒤꿈치가 들리는 것이 눈에 띈다. 체중을 확실히 발 앞꿈치로 이동시키며 파워샷을 구사하고 있다. 마니아리포트 제공
백규정은 어드레스 때 6 대 4 정도로 오른발에 체중을 더 많이 싣고 손목 코킹을 최대한 이용해 공을 때린다. 몸집이 큰 선수에게 효율적인 스윙이다. 특히 임팩트 때 양발 뒤꿈치가 들리는 것이 눈에 띈다. 체중을 확실히 발 앞꿈치로 이동시키며 파워샷을 구사하고 있다. 마니아리포트 제공
그들에게 국내 무대는 좁기만 했다. 19세 동갑내기 친구는 이제 더 큰 세상을 함께 꿈꾸고 있다. 올 시즌 비회원으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우승 트로피를 안은 김효주(롯데)와 백규정(CJ오쇼핑). 김효주는 지난달 에비앙챔피언십 우승으로, 백규정은 최근 끝난 하나외환 챔피언십으로 내년부터 LPGA투어 직행의 길을 열었다. 1995년 돼지띠인 김효주와 백규정은 어느덧 한국 여자골프의 차세대 에이스로 주목받고 있다.

○ 앞서거니 뒤서거니 우정 어린 경쟁

백규정은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알고 지낸 효주는 10년 지기 친구이자 항상 내게 자극을 주는 선수”라고 소개했다. 초등학교 때는 체격조건이 뛰어났던 백규정이 앞서 나갔다. 백규정의 어머니 김진숙 씨는 “초등학교연맹 대회에서 규정이가 연장전에서 효주를 꺾고 우승한 기억이 난다”고 회상했다. 김효주는 고2 때인 2012년 아마추어 초청선수 자격으로 참가한 롯데마트 여자오픈에서 우승하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직행에 성공했다. 백규정은 2012년 세계아마추어선수권 우승으로 프로(정회원) 자격을 얻고도 나이 규정에 묶여 시드 선발전에 참가하지 못해 지난해 1년 동안 2부 투어 생활을 했다.

김효주는 지난해 또래가 아니라 1년 선배인 전인지(하이트진로)와 경합 끝에 KLPGA 신인상을 탔다. 백규정은 올 시즌 KLPGA 신인상 포인트 1912점으로 고진영과 동률을 이루고 있다. 백규정은 “만약 내년에 둘이 같이 미국에 진출한다면 한국에서 해보지 못한 신인왕 경쟁을 해야 한다. 심란하다”며 웃었다.

○ 돌부처 vs 속사포

두 선수의 플레이 스타일은 서로 차이가 난다. 현재 KLPGA투어 그린 적중률 1위(78.89%)인 김효주는 신중하게 그린을 공략하는 타입. 평균 드라이버 거리(260.91야드·11위)에서 김효주(256.72야드·22위)에 앞서는 백규정은 핀을 향해 거침없이 돌격하는 여전사 스타일이다.

올해 고교 졸업 후 김효주는 고려대에 진학했으며, 백규정은 연세대에 입학했다. 그래서인지 김효주는 고려대의 상징 색깔인 빨간색 계통의 바지를 자주 입고 백규정은 연세대의 푸른색 옷을 선호한다.

김효주와 백규정은 승부 근성에서는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정도다. 김효주는 에비앙챔피언십에서 아킬레스힘줄 부상으로 다리를 절면서도 끝내 정상에 섰다. 허리디스크 증세로 하나외환 챔피언십에 허리보호대를 차고 출전했던 백규정의 투혼도 화제가 됐다.

○ 무서운 10대 센세이션

김효주와 백규정은 뛰어난 실력과 깜찍한 외모를 앞세워 상한가를 치고 있다. 올 시즌 상금과 보너스만 합해 이미 20억 원 이상을 번 것으로 추정되는 김효주는 메인 스폰서인 롯데뿐 아니라 아시아나항공, 헤지스골프, 요넥스, 스릭슨 등과 후원 계약을 하고 있다. CJ오쇼핑의 후원을 받고 있는 백규정은 볼보, 엘르골프, 타이틀리스트 등의 지원을 받고 있다.

탄탄한 기본기를 갖춘 이들은 체계적인 관리 속에서 성장하고 있다. 김효주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한연희 전 대표팀 감독의 스윙 지도를 받고 있으며 피지컬 트레이너, 전담 캐디 등과 안정된 투어 생활의 기반을 마련했다. 박인비 유소연 등과 같은 소속사인 백규정 역시 심리, 의무, 체력, 스윙 등 전문가의 도움으로 최상의 경기력을 유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들이 내년 LPGA투어에 데뷔해서도 연착륙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원형중 이화여대 교수는 “김효주와 백규정은 LPGA투어에 직행한 예전 선배들보다 훨씬 뛰어난 경쟁력을 지녔다. 낯선 문화와 언어 문제, 체력 등은 극복해야 할 과제”라고 진단했다.

이들은 23일부터 경기 광주시 남촌CC에서 개막하는 올 시즌 국내 마지막 메이저 대회인 KB금융 스타챔피언십에서 자존심 대결에 들어간다.

       
▼ 허리 스윙 효주, 손목 스냅 규정 ▼


‘골프 여제’ 박인비는 올해 제주에서 열린 국내 골프대회에서 동반자가 됐던 김효주의 스윙에 대해 “완벽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김효주와 라이벌 관계였던 백규정 역시 175cm의 큰 키에서 뿜어져 나오는 호쾌한 장타를 지녔다. 원형중 이화여대 교수는 “김효주는 스윙 템포가 느린 반면 백규정은 빠르다. 하지만 슬로 모션으로 분석해 보면 두 선수 모두 채가 다니는 길이 일정하다. 둘 다 임팩트 구간에서 공이 클럽 헤드와 똑바로 맞는다”고 말했다. 김효주와 백규정은 스윙에는 차이가 있어도 공통적으로 백스윙 톱에서 샤프트와 지면이 평행을 이루고 있으며 다운스윙과 동시에 체중 이동이 되면서 왼발로 지면을 누르는 등 이상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견실한 셋업이 인상적인 김효주는 손을 사용하지 않고 하체의 움직임으로 스윙을 시작하며 백스윙에서 다운스윙으로 매끄럽게 연결한다. 김효주의 스윙 코치인 한연희 전 대표팀 감독은 “효주는 리듬 감각이 탁월하다. 몸과 자신의 힘에 맞는 스윙을 적절하게 구사한다”고 말했다.

백규정은 어드레스를 할 때 오른발과 왼발의 체중 분배가 5 대 5였던 김효주와 달리 6 대 4 정도를 유지하고 있다. 얼리 코킹도 백규정 스윙의 특징으로 꼽힌다. 고덕호 프로는 “김효주는 어깨 회전, 다운스윙에서 허리를 많이 쓰며 딜레이 히팅으로 거리를 낸다. 백규정은 몸동작이 작고 효율적인데 손목 스냅을 이용한 전형적인 히터”라고 평가했다. 김효주의 경우는 어깨 부근에서 코킹이 이뤄져 의식적으로 스윙 아크를 크게 하는 효과를 가져오고 있다. 백규정은 허벅지 부근에서 코킹이 시작된다.

고 프로는 “일반 아마추어 골퍼 가운데 몸집이 크고 유연성이 부족하다면 백규정의 스윙이 바람직하다. 호리호리하고 유연성을 지녔다면 김효주를 따라할 만하다”고 조언했다.

황규인 kini@donga.com·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LPGA#김효주#백규정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