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규정 “마음고생에 불면증…우승 한번에 치유”

  • 스포츠동아
  • 입력 2014년 10월 21일 06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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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인천 영종도 스카이72골프장에서 막을 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하나외환챔피언십에서 연장 접전 끝에 우승을 차지한 백규정은 “그동안 마음고생이 심했는데 우승으로 한번에 털어냈다”며 기뻐했다. 백규정이 우승 직후 트로피에 입을 맞추고 있다. 사진제공|하나외환챔피언십 대회본부
19일 인천 영종도 스카이72골프장에서 막을 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하나외환챔피언십에서 연장 접전 끝에 우승을 차지한 백규정은 “그동안 마음고생이 심했는데 우승으로 한번에 털어냈다”며 기뻐했다. 백규정이 우승 직후 트로피에 입을 맞추고 있다. 사진제공|하나외환챔피언십 대회본부
스코어카드 논란·버릇없는 후배 등 오명
美LPGA투어 첫 승으로 후련하게 날려
“내년 꿈의 미국무대서 반드시 성공할게요”

“마음이 편해졌어요. 저를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많다는 게 너무 행복해요.”

19일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하나외환챔피언십에서 당당히 우승을 차지하며 또 다른 10대 돌풍을 몰고 온 백규정(19·CJ오쇼핑). 그녀는 최근 심경이 복잡했다.

“저를 둘러싼 많은 얘기들 때문에 참 힘든 시간을 보냈어요. 불면증에 시달릴 정도였죠. 억울하기도 하고 누구 한 사람 제 얘기를 들어주지 않더라고요.”

불과 2개월여 전의 일이다. 백규정은 ‘일부러 스코어카드를 잘못 적어 상대 선수를 실격시키고 있다’는 의혹과 ‘선배들에게 버릇없는 후배’라는 오명을 들어야 했다. 주위에선 “시기나 질투일 뿐이니 마음 상하지 마라”고 위로했지만, 감당하기 벅찼다. “마음이 아프고 괴로웠어요. 그렇지만 제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더라고요. 그저 시간이 지나길 바랄 뿐이었죠.”

19세 소녀가 이겨내기에는 힘든 일이었다. 그래도 백규정은 꿋꿋하게 견뎠고, 하나외환챔피언십 우승으로 모든 것을 돌려놨다. “저를 곱지 않은 눈으로 바라보는 분도 계시지만, 반대로 저를 좋아하고 응원해주시는 분들도 많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그런 분들이 있었기에 다시 일어설 수 있었죠. 우승으로 그동안 속상했던 마음도 후련하게 날려버렸어요.”

20일 오전 9시경.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백규정의 목소리는 밝았다. 백규정은 “큰 대회에서 우승했지만 여느 때와 달라진 건 없다”더니 “아, 엄마의 잔소리가 없어졌다. 우승한 덕분인 것 같다”며 웃었다.

하나외환챔피언십 우승은 백규정에게도 큰 사건(?)이었다. 그리고 한 단계 더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

백규정은 최종 라운드를 공동선두로 출발했다. 그러나 절반이 끝났을 때, 그녀의 이름은 리더보드에서 사라졌다. 우승권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사실 경기 중 리더보드를 잘 보지 않는 편이에요. 그런데 어제(19일)는 이미 선두권에서 멀어져있던 터라 리더보드에 자꾸 눈이 가더라고요. 어느 순간 리더보드에 있던 제 이름이 없어진 걸 발견했죠. 그때부터 마음이 편해지더라고요.”

마음을 비우니 오히려 경기가 잘 풀렸다. 11번홀과 12번홀 연속 버디로 상승 분위기를 만들었다. 백규정은 “13번홀에서 3번째 버디를 기록했을 때 느낌이 왔다. 전인지 언니가 계속해서 타수를 줄여나갔지만, 잘하면 쫓아갈 수도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14번홀과 15번홀까지 계속해서 버디가 터졌다. 어느덧 백규정의 이름은 리더보드 꼭대기에 올라 있었다.

진짜 승부는 그때부터 시작됐다. 그런데 예전과 느낌이 달랐다. 백규정은 “예전엔 그런 상황에서 긴장하고 많이 떨었다. 심할 때는 손이 ‘부르르’ 떨리기도 했다. 그런데 어제는 다르더라. 앞에서 버디를 하면 ‘나도 버디하면 되지’라는 자신감이 생겼고, 그런 긴장된 순간을 즐기면서 경기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내면에 있던 승부사 기질이 발휘된 것이다.

백규정에게는 새로운 세상이 기다리고 있다. 내년부터 꿈에 그리던 미국 LPGA 무대를 밟게 됐다. 아직은 얼떨떨하다. “사실 이렇게 빨리 LPGA에 진출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요. 하지만 늘 마음속에 그려왔던 꿈의 무대인만큼 꼭 성공할게요.”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트위터 @na18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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