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재킷 두 번 입다니” 시골내기의 눈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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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스 2년만에 제패 버바 왓슨… 최연소 우승 노리던 스피스 눌러
작년 1승도 못해 혹독한 훈련
2년 전 입양한 아들 안고 글썽

이번에도 2년 전처럼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자신을 향해 아장아장 걸어오는 두 살배기 아들 칼레브를 번쩍 안은 뒤 비로소 미소가 번졌다. 그린재킷을 확정지은 버바 왓슨(36·미국)이었다. 왓슨은 14일 미국 조지아 주 오거스타 내셔널GC(파72)에서 끝난 제78회 마스터스 4라운드에서 3타를 줄여 최종 합계 8언더파 280타로 우승했다. 처음 출전한 마스터스에서 역대 최연소 우승을 노렸던 조던 스피스(21·미국)는 왓슨과의 맞대결에서 뒷심 부족을 드러내며 요나스 블릭스트(스웨덴)와 공동 2위(5언더파)에 머물렀다. 최경주(44)는 공동 34위(6오버파).

○ 땀으로 되찾은 환희

왓슨은 2012년 마스터스에서 2차 연장 끝에 생애 첫 메이저 정상에 오른 뒤 눈시울을 붉혔다. 하지만 지난해 세 차례 톱10에만 들며 무관에 그쳤다. 대회 도중 실수를 한 뒤 2006년부터 호흡한 전담 캐디에게 화풀이를 해 구설에 시달리기도 했다. 부진 탈출을 위해 어느 때보다 훈련에 집중한 그는 신앙생활에도 매달렸다. 올 들어 2월 노던 트러스트 오픈에서 우승한 그는 마스터스 제패로 부활했다. 2년 전 마스터스에서 우승하기 13일 전 입양한 아들을 돌보느라 당시 응원을 못 왔던 농구선수 출신인 부인 앤지도 이번엔 현장에서 남편의 우승을 지켜보며 감격스러워했다. 왓슨은 “2년 전 우승이 행운이었다면 이번엔 혹독한 훈련과 헌신의 결과다. 가족 앞이라 더욱 기쁘다”고 말했다. 왓슨은 지난해 공동 50위로 마친 뒤 전년도 챔피언 자격으로 우승자 애덤 스콧(호주)에게 그린재킷을 입혀 주면서 ‘내년엔 되찾겠다’고 다짐했다. 그 꿈은 이뤄졌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통산 6승 가운데 2승을 마스터스에서 장식하며 상금은 162만 달러(약 16억8000만 원).

독학으로 골프를 익힌 왓슨이 집안이 어려워 솔방울을 쳤다는 건 유명한 일화. 올 시즌 PGA투어 평균 드라이버 비거리 1위(288m)에 오른 왓슨은 대회 기간 폭발적인 장타에 힘입어 쇼트 아이언을 자주 잡다 보니 딱딱한 그린 위에 수월하게 공을 세웠다. 한층 정교해진 쇼트게임으로 성숙한 플레이를 펼쳤다. 감정 기복이 심했던 예전과 달리 이날 극도의 긴장감을 견뎌내며 11개 홀을 1퍼트로 막았다. 인구 5만 명 정도인 플로리다 주 펜서콜라 출신인 왓슨은 “시골 촌놈으로 태어난 내가 그린재킷을 두 번 입을 줄 누가 알았겠느냐”고 했다.

○ 아멘 코너의 환호와 왼손잡이 강세

왓슨과 매치 플레이처럼 우승 경쟁을 펼치던 스피스는 12번홀(파3)에서의 티샷이 경사를 타고 뒤로 굴러 ‘레이의 개울’에 빠져 보기를 했다. 지난해 4라운드 이 홀에서 공을 세 차례나 물에 빠뜨리며 10타 만에 홀아웃(셉튜플보기)했던 왓슨은 파를 잡아 2타 차로 앞섰다. 13번홀(파5)에서 왓슨은 티샷을 무려 335m를 날린 뒤 131m를 남기고 두 번째 샷을 그린에 올려 버디를 잡아 3타 차까지 달아났다.

왓슨의 우승으로 최근 12년간 왼손잡이 우승은 절반인 6차례로 늘었다. 오거스타 내셔널GC는 6개 홀이 왼쪽으로 휘어진 도그레그홀로 왼손잡이 골퍼에게 유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는 ‘왼손잡이 골퍼는 티샷 때 자연스러운 스윙 아크로 편하게 페이드 구질을 구사할 수 있다. 13, 18번홀은 왼손잡이 골퍼에게 그린 공략이 용이한 레이아웃’이라고 분석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버바 왓슨#제78회 마스터스#그린재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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