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리앗’ 광저우 누른 대구, ‘야구도시’에 찾아온 ‘축구의 봄’

  • 스포츠동아
  • 입력 2019년 3월 13일 05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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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가 ‘축구열기’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K리그 시민구단 대구FC와 ‘중국 거함’ 광저우 에버그란데가 격돌한 12일 포레스트아레나는 평일 저녁 경기임에도 매진됐고, 대구는 ACL 2연승을 질주했다. 두 골을 몰아친 에드가(오른쪽)와 팀 동료 세징야가 얼싸안으며 기쁨을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대구가 ‘축구열기’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K리그 시민구단 대구FC와 ‘중국 거함’ 광저우 에버그란데가 격돌한 12일 포레스트아레나는 평일 저녁 경기임에도 매진됐고, 대구는 ACL 2연승을 질주했다. 두 골을 몰아친 에드가(오른쪽)와 팀 동료 세징야가 얼싸안으며 기쁨을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아시아 무대에서 성사된 K리그1 시민구단 대구FC와 중국 슈퍼리그 ‘전통의 큰 손’ 광저우 에버그란데의 승부는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비유됐다.

전 세계 축구시장 전문매체 트랜스퍼마르크트에 따르면 광저우의 시장가치는 7280만 유로(약 930억 원), 대구는 688만 유로(약 87억7000만 원)다. 특히 광저우가 FC바르셀로나(스페인)에서 데려온 브라질 국가대표 공격수 파울리뉴의 가치는 3800만 유로(약 484억 원), 연봉은 1400만 유로(약 178억 원)다. 이는 대구의 한 해 예산에 달한다. 올 시즌도 약 180억 원을 시즌 예산으로 편성했으니 10배 이상의 차이가 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클럽 역사도 광저우가 앞선다. 2011년부터 7년 연속 슈퍼리그 정상에 선 광저우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도 2차례(2013, 2015년) 석권했다. 대구는 지난해 FA컵우승이 창단 첫 트로피로, ACL에 도전장을 내민 것도 올해가 처음이다.

그런데 몸값과 실력이 항상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공은 둥글다’는 말처럼 축구는 약체가 강호의 덜미를 낚아채는 드라마가 자주 연출되는 이변의 스포츠다. 올 겨울 이적시장에서 크게 두드러지는 행보를 보이지 않은 대구를 향해 많은 축구인들이 부정적인 시선을 보냈을 때, 대구는 “역대 가장 강력한 팀을 구성했다”고 자신했다.

자신감의 원천은 분명했다. 조직력이다. 대구는 이름값과 돈이 아닌, 팀으로 무장했다.

대구는 12일 포레스트아레나(DGB대구은행파크 애칭)에서 열린 광저우와의 2019 ACL 조별리그 F조 홈 2차전에서 3-1 쾌승을 거두며 다시 한번 저력을 입증했다. 아시아 거함을 맞이해 90분 내내 물러서지 않는 플레이로 펼친 대구는 짜임새 있는 공격진을 앞세워 귀한 승점 3을 추가했다. ACL 안방 첫 승과 함께 일군 대회 2연승.

브라질 골게터 에드가와 김대원이 투 톱에 서고, 세징야가 뒤를 받친 대구는 전반 24분 첫 골을 터트리며 흐름을 잡았다. 김대원이 띄운 볼을 절묘한 슛으로 선제골로 연결한 에드가는 전반 43분 역습 상황에서 세징야의 도움으로 다시 골망을 흔들었다.

대구FC.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대구FC.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브라질 공격콤비의 궁합은 파비오 칸나바로 광저우 감독이 가장 우려한 부분이다. “대구는 외국인 공격수들의 조합이 좋다. 세트피스를 비롯한 대구의 강점을 차단하기 위해 철저히 대비했다”고 했지만 제대로 불붙은 화력을 온전히 감당하기는 어려웠다.

대구는 후반 8분 탈리스카에게 실점을 허용해 위기를 맞이했으나 잘 버텨냈고 다시 한번 찾아온 찬스를 놓치지 않았다. 후반 36분 츠바사의 패스를 잡은 김대원이 과감한 슛으로 쐐기 골을 터트렸다.

K리그1 생존을 넘어 ACL 8강 이상을 바라보는 대구의 시즌 초반 행보는 그야말로 파죽지세다. 시즌 개막 이후 4경기 무패다. K리그1 ‘절대 1강’ 전북 현대 원정에서 1-1로 비겼고 멜버른 빅토리(호주)와 ACL 원정 1차전을 3-1 승리로 장식했다.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정규리그 홈 개막전(2라운드)에서 2-0으로 이긴 대구는 광저우까지 낚아채며 단숨에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분위기도 뜨겁다.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가 연고한 전통의 ‘야구도시’가 축구 열기로 뒤덮였다. 올 1월 개장한 1만2000석 규모로 지어진 축구전용경기장의 지분이 상당하다. 새로운 안방 개장식을 겸한 주말 제주전에 이어 평일 저녁 펼쳐진 광저우전까지 연속 매진되며 바야흐로 대구에 ‘축구의 봄’이 도래했음을 알렸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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