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도전장 콩 푸엉은 피아퐁이 될 수 있을까

  • 스포츠동아
  • 입력 2019년 2월 18일 05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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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우옌 콩 푸엉.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응우옌 콩 푸엉.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인천 유나이티드가 16일 홈페이지에 올린 영상의 주인공은 베트남 출신의 응우옌 콩 푸엉(24)이다. ‘인천에서의 첫날’이라는 제목의 이 영상에는 공항 도착과 메디컬 테스트, 입단 기자회견, 계약서 서명 등 한국 생활을 시작한 콩 푸엉의 모습이 생생히 담겼다.

입단식의 열기는 뜨거웠다. 박항서 베트남 감독의 영향 덕분인지 외국인 입단식 치고는 꽤나 시끌벅적했다. 이날 현장에는 응우옌 부 뚜 주한 베트남대사, 전 소속팀인 호앙아인잘라이FC의 응우옌 탄 안 사장, 그리고 박항서 감독과 이영진 수석코치가 함께했다. 인천 구단이 얼마나 큰 기대를 하고 있는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가능성은 충분하다. 콩 푸엉은 베트남대표팀의 간판 공격수다. 키는 크지 않지만(168cm) 스피드와 개인기가 좋다. 그는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 선수권 준우승,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 우승, 2019 아시안컵 8강 등을 이끌며 ‘베트남의 메시’라는 별명으로 주목받았다.

콩 푸엉도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좁은 공간에서의 플레이를 가장 잘할 수 있다. 한국 선수들은 체격은 크지만 수비 뒷공간에서 약점을 보이는 것으로 안다. 그런 점을 활용해 내가 가진 장점을 잘 살리겠다”며 출사표를 내밀었다. 박 감독도 “좁은 공간에서의 능력이 뛰어나다. 한국에서 활약할 수 있는 장점이 확실히 있다”고 칭찬했다.

하지만 K리그가 그리 호락호락한 곳이 아니다. 특히 체격이 왜소한 동남아 선수가 버텨내기엔 상당히 어려운 무대다. 박 감독이 “실력보다는 한국축구 템포에 잘 적응할지 염려된다”고 했던 것처럼 K리그의 특성을 이해하는 게 우선이다. 동남아보다 전술적인 빈틈이 적기 때문에 생각처럼 수비 약점을 파고들기가 쉽지 않다. 공격수이지만 수비력도 갖춰야 한다. 아울러 남미나 유럽에서 온 외국인과의 경쟁에서도 이겨야 한다. 그래야 성공한 K리거가 될 수 있다.
콩 푸엉은 베트남 출신으로는 두 번째 K리거다. 르엉 쑤언 쯔엉(24)이 2016년 인천에 입단해 강원FC를 거쳐 갔다. 하지만 그는 실패했다. 2016시즌 4경기 출전에 그쳤고, 2017시즌에도 단 두 경기만 뛰었다. 입단 때의 기대와는 달리 존재감이 거의 없었다.

동남아선수로 성공한 K리거는 태국 출신의 피아퐁이다. 1984년 럭키금성에 입단한 피아퐁(175cm, 67kg)은 3시즌을 뛰는 동안 43경기에 나서 18골을 넣은 공격수다. 특히 1985시즌엔 21경기에서 12골 6도움으로 득점왕과 도움왕을 동시에 거머쥐며 돌풍을 일으켰다. 콩 푸엉의 목표는 당연히 피아퐁이 되어야 한다.

박지성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입단했을 때 마케팅용 영입이라는 비아냥이 많았다. 하지만 박지성은 이런 혹평을 실력으로 극복했다. 콩 푸엉에게 필요한 것도 결국 실력이다. 박지성의 성공으로 한국선수들의 영국 무대 진출이 활발해진 것처럼 콩 푸엉이 성공할 경우 동남아 선수에 대한 수요도 급증할 것이다.

최현길 전문기자 choihg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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