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회는 어디까지 지원할 수 있나?” 김판곤을 사로잡은 벤투의 한마디

  • 스포츠동아
  • 입력 2018년 8월 20일 05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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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판곤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회 위원장. 스포츠동아DB
김판곤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회 위원장. 스포츠동아DB
“당신들은 한국축구를 위해 (일할 우리들에게) 얼마나 해줄 수 있나?”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회 김판곤(49) 위원장은 최근 유럽 출장길에서 대표팀 감독 후보로 접촉한 파울루 벤투(49·포르투갈) 감독으로부터 뜻밖의 말을 들었다. 협회 차원에서 대표팀 코칭스태프에게 가능한 지원의 폭을 묻는, 짧지만 강렬한 한 마디였다.

1~2차 유럽 방문 중 수많은 유명 감독들과 면담을 하고 인터뷰를 진행했으나 누구도 이런 관심과 열정을 보여준 이는 없었다. 후보군을 고르기 위해 해당 감독이 지휘한 풀 경기(90분) 영상을 최소 4~5편 이상 밤새워 시청했던 김 위원장조차 이러한 벤투 감독의 코멘트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경기도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 내 대표팀 코칭스태프 전용사무실 마련과 공식 풀 트레이닝 때 드론을 활용한 카메라 지원 요청이 여기서 나왔다.

앞서 만난 대부분 후보들은 처우가 최우선 관심사였다. 연봉과 보너스, 계약기간, 거주지 협상에 특히 관심이 많았으나 벤투 감독은 달랐다. 에이전시로부터 한국축구의 면담 요청을 전달받은 그 또한 인터뷰에 앞서 2018러시아월드컵 및 아시아 지역예선, 평가전 등을 두루 시청했다. 그런 뒤 자신의 지도철학을 태극전사들에게 녹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함께 한국 여정에 동행할 코칭스태프 전원(4명)을 인터뷰에 데리고 나온 것도 벤투 감독이 사실상 유일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 협회가 비용을 부담할 테니 식구(코치진)를 데리고 나오라’는 말에 벤투 감독은 정말 반가워했다. 정성이 없으면 코칭스태프 전원 인터뷰는 성사되기 어려운 일”이라고 털어놓았다. 일단 한국행에 대한 관심을 체크하고 서로 입장을 주고받는 정도가 아닌, 상당히 진지한 대화가 이뤄져 금세 협상테이블이 형성됐다.

이 자리에서 벤투 감독은 팀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자세도 보여줬다. 관례에 따라 고용자(협회)가 피고용자(외국인 코칭스태프)의 세금까지 부담하는 몸값 협상에서 기존에 받던 급여 수준을 낮추고 나머지를 코치들에게 분배해줄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또한 가장 최근이던 충칭 리판(중국)에서의 실패 경험까지도 솔직히 인정하며 이를 통한 발전 의지까지도 함께 드러냈다.

협회 고위 관계자는 19일 “장점만 부각시키고 약점은 감추려는 태도와 거리가 멀었다. 스스로의 문제점과 보완사항을 인정할 줄 알았다. 여기에 리더의 품격, 구체적인 방향을 동시에 확인시켜줬다. 벤투 감독 본인이 거절하면 모를까. 계약을 추진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고 귀띔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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