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34만 아이슬란드 “월드컵서도 천둥”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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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 80% 빙하 등 역경 딛고 사상 첫 진출
실내축구장 활성화 등 생활체육 장려 결실

선수단과 관중석을 가득 채운 팬들은 밤하늘을 향해 동시에 두 팔을 들어 올렸다. 이윽고 사회자의 신호에 따라 손뼉을 치며 “후!”를 반복해서 외쳤다. ‘바이킹 천둥 박수’로 불리는 이 응원은 아이슬란드 국민 누구에게나 친숙한 국민응원이다. 치과의사인 헤이미르 하들그림손 아이슬란드 축구대표팀 감독(50)도, 영화감독 출신인 골키퍼 한네스 하들도르손(33)도 감격에 겨운 표정으로 “후!” “후!”를 부르짖었다.

‘얼음과 화산의 나라’ 아이슬란드가 사상 첫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다. 아이슬란드는 10일 자국 수도 레이캬비크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유럽예선 I조 조별리그 최종 10차전에서 1골 1도움을 기록한 길비 시귀르드손(에버턴)의 활약을 앞세워 코소보를 2-0으로 누르고 조 1위로 예선을 마쳤다. 유럽예선에서는 각 조 1위가 본선에 직행한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월드컵 본선 역사상 가장 작은 나라’라고 아이슬란드를 소개했다. 영국 북서쪽에 있는 아이슬란드의 인구는 2017년 7월 현재 33만9747명(178위)으로 서울 송파구 인구(66만1580명)의 절반에 불과하다. 이전 최소 인구 국가는 2006년 독일 월드컵에 출전한 트리니다드토바고(당시 약 130만 명)였다. 아이슬란드는 월드컵 본선 자력 진출로 지난해 프랑스에서 열린 2016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8강이 행운이 아니었음을 입증했다. 2010년 112위에 불과했던 FIFA 랭킹은 최근 좋은 성적에 힘입어 22위까지 올라왔다.

국토의 80% 정도가 빙하와 용암 등으로 이뤄진 데다 연평균 기온이 섭씨 5도 안팎으로 추워 밖에서 축구를 하기에는 적합하지 못했던 아이슬란드의 축구는 2000년부터 정식 규격의 실내축구장을 건립하면서 발전하기 시작했다. 1990년대 후반부터 국가 차원에서 추진한 생활체육 장려 정책이 밑바탕이 됐다. 하들그림손 감독이나 하들도르손처럼 특이한 이력을 가진 인물이 있는 것도 생활체육을 기반으로 축구를 시작한 선수가 많기 때문이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주장 아론 귄나르손#아이슬란드 축구선수단#바이킹 천둥 박수 세리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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