득점 행진 황희찬, 신의 황태자 될까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8월 7일 05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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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츠부르크 황희찬.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잘츠부르크 황희찬.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후반 교체 3분 만에 득점포 ‘시즌 5호골’

축구국가대표팀 신태용(47) 감독과 황희찬(21·잘츠부르크)이 처음으로 ‘찰떡궁합’ 소리를 들은 때는 지난해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 4강전 카타르전 때였다. 리우올림픽 본선 티켓이 걸린 이 경기에서 올림픽대표팀을 이끌던 신 감독은 ‘막내’ 황희찬을 후반 투입하면서 “사고를 쳐봐라”고 주문했다. 기회를 줄 테니 하고 싶은 거 다 해보라는 의미였다. 힘을 받은 황희찬은 승부에 쐐기를 박는 도움을 기록하며 사고를 제대로 쳤고, 한국은 사상 최초로 8회 연속 올림픽 본선행을 확정했다. 이후 황희찬에 대한 신뢰는 절대적으로 바뀌었다. 당시 신 감독은 황희찬에게 웨인 루니(잉글랜드)의 경기 스타일을 본받으라고 했다. 루니는 최전방에서 공을 빼앗겨도 최후방까지 내려가 공을 되찾아올 정도로 강한 근성과 수비력이 돋보인다. 신 감독은 현대축구의 공격수가 갖춰야할 자세를 강조하고 싶었던 것이다. 황희찬은 감독의 의중을 제대로 파악했고, 파워와 함께 수비력을 겸비하면서 성장을 거듭했다.

황희찬은 올림픽대표팀에서의 활약을 발판삼아 국가대표팀에 승선했고, 지난해 9월1일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중국전에서 A매치 데뷔전을 가졌다. 올해 열린 최종예선 중국, 시리아, 카타르전에서도 거푸 이름을 올렸는데, 특히 6월 카타르전에서는 A매치 데뷔골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지난해 1월 AFC U-23 챔피언십 당시 황희찬(왼쪽).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지난해 1월 AFC U-23 챔피언십 당시 황희찬(왼쪽).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그런데 대표팀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졸전을 거듭한 울리 슈틸리케(63·독일)가 물러나고 지난달 초 신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다. 출항을 준비 중인 신태용호는 최종예선 2경기에 출전할 엔트리를 14일 발표한다. 21일 조기소집을 앞두고 공개되는 신태용호의 첫 승선 명단이다. 당연히 누가 될지에 관심이 쏠린다. 신 감독은 K리거를 두루 살피면서 자신의 스타일에 맞는 선수, 팀플레이에 도움이 되는 선수, 컨디션이 좋은 선수 등을 점검하고 있고, 최근에는 중국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도 직접 살펴봤다.

이 와중에 황희찬이 잇따라 골 소식을 전하면서 신 감독을 흐뭇하게 하고 있다.

황희찬은 8월 6일(한국시간)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레드불 아레나에서 열린 2017∼2018 시즌 오스트리아 분데스리가 아드미라 바커 뫼들링과의 경기에서 후반 31분 득점포를 가동했다. 주중 열린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 리예카 원정경기에서 풀타임을 소화했던 황희찬은 이날 벤치에서 출발했고, 후반 28분 교체로 나왔다. 득점까지 걸린 시간은 3분이면 충분했다. 왼쪽 측면에서 침투패스를 받아 왼발 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황희찬은 시즌 5호골을 기록했고, 팀은 5-1로 크게 이겼다.

유럽파 가운데 가장 먼저 시즌을 시작한 황희찬은 8경기에서 5골을 기록하는 등 해외파 중에서 단연 돋보이는 득점 페이스다. 최근 해외파의 상황은 그리 좋지 못하다. 손흥민(25·토트넘)과 기성용(28·스완지시티), 이청용(29·크리스탈 팰리스) 등은 부상에서 회복되는 단계이다. 최전방 공격수로 투입 가능한 석현준(26·포르투)은 거취가 불투명하고, 지동원(26·아우크스부르크)은 아직 시즌을 시작하지 않았다.

황희찬의 또 다른 강점은 신 감독과의 인연이다. 신 감독은 황희찬의 장단점을 꿰뚫고 있다. 그래서 활용법을 잘 안다. 세대교체와 팀 내 분위기 전환을 노린다면 황희찬의 활용도는 상당히 높다. 이달 31일과 다음달 5일 각각 이란, 우즈베키스탄을 상대하는 신태용호에서 황희찬이 황태자로 거듭날 수 있을까.

최현길 전문기자 choihg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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