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철고 U18 우승 뒤엔 ‘포항 형님들’의 응원 있었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8월 4일 14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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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K리그 U17&U18 챔피언십’ 결승전을 앞둔 8월 3일 포항 스틸야드엔 정체 모를 화이트보드 하나가 눈에 띄었다. U18 결승전에 나서는 포항제철고를 응원하기 위한 포항 스틸러스 형님들의 깜짝 메시지였다. 포항|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2017 K리그 U17&U18 챔피언십’ 결승전을 앞둔 8월 3일 포항 스틸야드엔 정체 모를 화이트보드 하나가 눈에 띄었다. U18 결승전에 나서는 포항제철고를 응원하기 위한 포항 스틸러스 형님들의 깜짝 메시지였다. 포항|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K리그 산하 유스팀들이 모두 모인 ‘2017 K리그 U17&U18 챔피언십’의 U18 최종승자는 포항 스틸러스 유스팀인 포항제철고(포철고)였다. 포철고는 8월 3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U18 결승전에서 성남FC 유스팀인 풍생고를 2-0으로 꺾고 활짝 웃었다.

사실상의 안방무대에서 결승전을 치른 포철고는 포항시민들의 든든한 응원을 등에 업고 힘을 냈다. 유소년대회였음에도 1000여명이 넘는 관중들이 경기장을 찾아 우승을 염원했다. 그런데 안방 어드밴티지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동생들을 응원한 ‘포항 형님들’의 존재감도 든든한 힘이 됐다.

뒷이야기는 이랬다. 이날 경기를 앞둔 포철고 벤치 한켠에선 정체불명의 화이트보드 하나가 눈에 띄었다. 포항 구단 관계자들의 손에 이끌려 벤치 끝에 놓인 이 화이트보드는 한동안 우뚝하니 선 채 자리를 지켰다.

호기심을 안고 다가간 게시판엔 익숙한 이름들과 함께 문구 여러 개가 적혀있었다. 바로 포항 선수단의 친필이 담긴 응원메시지였다.

문구 하나하나마다 정성이 담겨있었다. 양동현은 “기죽지 마라! 여기는 스틸야드다!”라고 힘을 불어넣었고, 심동운은 “스틸야드는 앞으로 너희들이 뛸 곳이고, 오늘 이겨야할 곳”이라며 안방 필승을 상기시켰다. 재치 넘치는 메시지도 눈길을 사로잡았다. 손준호는 “우승하면 사장님히 한 턱 쏘신다”며 위트 있게 적었고, 황지수는 “이겨도 절대 울기 없기다”라며 어린 선수들의 마음을 달래기도 했다.

응원 이벤트 배경을 묻자 포항 구단 관계자는 “선수단이 전날(2일)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1부리그) 2017’ 24라운드 광주FC와 홈경기를 마치고 깜짝 이벤트에 동참했다. 포철고 출신이 아니더라도 많은 선수들이 직접 문구를 적어줬다”고 설명했다.

형들의 한 마디는 포철고에 큰 힘이 됐다. U18 MVP에 오른 포철고 박재우(19)는 “경기 전에 보니 화이트보드에 포항 선배들이 글을 많이 남겨놓으셨더라. 형들도 응원해주고 있는데 우승을 꼭 해야겠다는 각오가 생겼다”고 말했다. 포철고 부임 첫 해 우승컵을 거머쥔 백기태(38) 감독은 “사실 문구를 적은 선수들이 죄다 제자들이다. 그래서 별 감흥은 없었다”고 멋쩍게 웃으면서도 “오늘은 포항 지역에서 우리 팀을 알릴 수 있는 기회였다. 축구를 사랑하시는 많은 분들께서 응원해주셔서 감사할 따름이었다”고 진심을 전했다.

포항 |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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