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믿을 슈틸리케… 후임 누구냐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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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하 참사’ 카타르에 어이없이 무릎… 월드컵 본선 9연속 진출 빨간불
생소한 스리백 실험 등 잇단 패착, 방문 5연속 무승-A조 최다 실점
축구협, 15일 기술위서 경질 시사… 국내 지도자가 지휘봉 물려 받을듯
이용수 위원장도 동반퇴진 뜻 밝혀

울리 슈틸리케 한국 축구국가대표팀 감독(63)에 대한 대한축구협회의 재신임은 ‘도하 참사’라는 최악의 결과를 낳았다.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적신호가 켜지면서 슈틸리케 감독은 경질될 것으로 보인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거듭 졸전을 펼친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해 10월 이란과의 4차전에서 0-1로 패한 뒤부터 줄곧 경질설에 시달렸다. 하지만 협회 기술위원회는 4월 대안이 마땅치 않다는 이유로 유임을 결정했다. 카타르와의 최종예선 8차전을 앞두고 슈틸리케 감독은 “대표팀을 한 번만 더 믿어주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표팀은 14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카타르와의 최종예선 A조 8차전에서 졸전 끝에 2-3으로 패했다. A조 2위 한국(승점 13)은 3위 우즈베키스탄(승점 12)과의 승점 차를 벌릴 기회를 놓치면서 각조 2위까지 주어지는 본선 직행 티켓 확보가 불투명해졌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날 패배로 여러 불명예를 떠안았다. 3월 중국 창사에서 열린 중국과의 최종예선 6차전에서 7년 만에 사상 두 번째 패배를 당해 ‘창사 참사’를 겪었던 그는 이번에는 카타르에 33년 만에 패배를 기록한 한국 감독이 됐다. 경기 전까지 카타르는 A조 최하위(6위)였다. 또한 대표팀은 평가전과 최종예선을 포함해 방문경기 5경기 연속 무승(2무 3패)의 부진을 이어갔고, 카타르와 함께 A조 최다 실점(10실점) 팀이 됐다. 팬들은 “카타르전은 저혈압이 치료될 정도로 화가 나는 경기였다” “슈틸리케 감독은 A조 하위 팀들에 희망을 안기는 ‘행복 전도사’다” 등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협회는 15일 기술위원회를 열고 슈틸리케 감독의 거취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용수 협회 기술위원장은 14일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경질을 시사했다. 이 원장은 또 “내일 기술위원회에서 대표팀에 변화를 주고 나서 사의를 표명할 생각”이라며 슈틸리케 감독과 동반 퇴진할 뜻임을 밝혔다.

2차 예선 때만 해도 슈틸리케 감독은 무실점 전승을 기록하며 팬들로부터 ‘갓틸리케’(God+슈틸리케)로 불렸다. 하지만 상대의 수준이 올라간 최종예선부터는 단순한 전술과 선수 기용 실패를 반복하며 추락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패배의 원인을 선수 탓으로 돌리는 발언을 해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감독직 유지의 마지막 기회였던 카타르전을 앞두고는 이라크와의 평가전에서 선수들에게 생소한 스리백 전술을 실험하는 등 대표팀 조기 소집 효과를 반감시켰다는 비판을 받았다. 슈틸리케 감독은 카타르전에서는 포백 전술을 사용했다. 이날 굳은 표정으로 귀국한 슈틸리케 감독은 “기술위원회의 결정에 따라야 할 것 같다. 사퇴는 생각해 보지 않았다”며 자진 사퇴 의사가 없다는 뜻을 내비쳤다. 2014년 9월 선임된 슈틸리케 감독의 계약 기간은 4년이다.

협회 기술위가 슈틸리케 감독을 경질하더라도 해외 유명 감독을 영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최종예선 9차전 이란전(8월 31일)까지 남은 기간이 두 달여에 불과하고 본선 직행 실패에 따른 위험 부담을 감수할 감독을 찾기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슈틸리케 감독이 물러날 경우 현 대표팀 선수들의 특성을 잘 알고 있는 허정무 전 국가대표팀 감독(62), 정해성 현 대표팀 수석코치(59), 신태용 전 20세 이하 월드컵 대표팀 감독(47) 등 국내 지도자 중 한 명이 지휘봉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허 전 감독은 기성용 등을 이끌고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 한국의 사상 첫 방문 16강을 달성하며 지도력을 인정받았고 정 수석코치 등과 호흡을 맞춰본 경험이 있어 가장 유력한 차기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울리 슈틸리케#러시아 월드컵#이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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