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도 믿는다, 송범근 ‘거미손’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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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별리그 2실점, 한국 역대 최소… 수많은 슈팅 막아 ‘선방 공동2위’

2017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2승 1패로 16강에 오른 한국 대표팀은 3경기에서 2실점을 기록했다. 이는 남북 단일팀으로 참가했던 1991년 포르투갈 대회와 타이로 한국의 역대 20세 이하 월드컵 조별리그 최소 실점이다. 이 같은 ‘짠물 축구’는 탄탄한 수비로 상대 슈팅 기회를 원천 봉쇄했기 때문은 아니다. 대표팀은 기니, 아르헨티나에는 19개, 잉글랜드에는 14개의 슈팅을 허용했다. 상대의 ‘소나기 슈팅’ 속에서도 실점을 줄일 수 있었던 것은 조별리그 3경기에 풀타임 출전한 골키퍼 송범근(20·고려대·사진)의 맹활약 덕분이다.

탄탄한 체구(194cm, 88kg)와 민첩성 등 골키퍼로서 뛰어난 능력을 갖춘 송범근은 수차례 선방을 펼치며 대표팀의 골문을 지켰다. 그는 조별리그에서 골키퍼 선방 횟수(14회) 공동 2위를 기록했다. 송범근은 “선방을 해서 만족하지만 상대에게 슈팅을 많이 허용했다는 것은 수비 조율이 완벽하지 못했다는 것을 뜻한다. 포르투갈과의 16강전 때까지 문제점을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지면 탈락인 16강전부터는 송범근의 활약이 더욱 중요해질 수 있다. 연장전까지 승부를 가리지 못하면 승부차기를 치르기 때문. 송범근은 “고등학교 때 승부차기에서 슈팅을 3번 연속 막아내 팀을 승리로 이끈 적도 있다. 승부차기 상황이 와도 자신 있다”고 말했다. 신태용 대표팀 감독은 “송범근이 조별리그에서처럼 제 역할을 잘 해주면 포르투갈전도 걱정 없이 치를 수 있다”고 말했다.

‘범근’이라는 이름은 한국 축구의 전설적 공격수인 차범근 전 국가대표팀 감독(64)의 팬이던 아버지가 지었다. ‘차범근 축구교실’에서 축구를 배우기 시작한 송범근은 초등학교 입학 후에 공격수로 뛰었지만 또래보다 큰 덩치를 눈여겨본 감독의 권유로 6학년 때 골키퍼로 전향했다. 2015년 초부터 꾸준히 연령별 대표팀에 이름을 올리면서 경험을 쌓은 그는 동료들에게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백승호(20·FC바르셀로나)는 “덩치가 큰 범근이가 골문을 지키면 어디로 골을 넣어야 할지 고민될 정도다. 든든한 골키퍼가 있기 때문에 편하게 공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표팀 DJ’ 송범근은 대표팀 버스 안에서 휴대용 스피커로 힙합 음악을 틀어 팀 분위기를 띄우는 등 활력소 역할도 한다. 송범근은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차붐’을 일으킨 차 전 감독처럼 ‘송붐’을 일으키고 싶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유럽 리그에 진출한 첫 한국 골키퍼가 되는 것이 꿈이다. 분데스리가에서 뛰어보고 싶다.”
 
천안=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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