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슈틸리케의 치명적 약점, 가벼운 그 입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4월 14일 05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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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파 태극전사들을 점검하고 13일 입국한 축구국가대표팀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인터뷰에서 분위기 수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내부 상황을 외부로 발설한 선수에 대한 과감한 조치를 언급해 또 비난을 받고 있다.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유럽파 태극전사들을 점검하고 13일 입국한 축구국가대표팀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인터뷰에서 분위기 수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내부 상황을 외부로 발설한 선수에 대한 과감한 조치를 언급해 또 비난을 받고 있다.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축구국가대표팀 울리 슈틸리케(63·독일) 감독의 입은 여전히 가벼웠다. 유럽리거 점검을 마치고 13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슈틸리케 감독은 스탠딩 기자회견에서 또다시 비상식적인 말을 쏟아냈다. 인터뷰 말미, “기성용(스완지시티)과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 등 일부 선수들이 대표팀의 경기력 저하에 자신들의 책임도 크다는 이야기를 했다”는 것에 대한 견해를 물었을 때다. 여기서 슈틸리케 감독은 전혀 뜻밖의 대답을 했다. “팀 분위기를 수습하는 게 우선이다. 팀 내부 상황을 외부로 발설한 선수에 대해서도 과감한 조치가 필요하다.”

중국(원정·0-1 패)∼시리아(홈·1-0 승)로 이어진 3월 2018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2연전은 그야말로 최악이었다. 이 과정에서 슈틸리케 감독이 A매치 2연전 도중 라커룸에서 선수들에게 남긴 허황된 발언, 비디오 분석 때 보여준 납득할 수 없는 내용 등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도 흘러나왔다.

결국 입국 인터뷰를 통해 슈틸리케 감독의 대대적인 ‘내부자’ 색출작업이 진행될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해졌다. 대표팀 부진에 대한 명확한 진단과 치료는 없고, 오히려 분위기가 깨진 것에 대한 책임을 오롯이 선수들에만 전가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더 이상 선수들을 믿을 수 없다거나 믿지 않겠다는 의지도 엿보인다.

그런데 슈틸리케 감독에게 되묻고 싶다. 정말 분위기를 흐트러트린 책임이 오직 선수들에게만 있는 것인지를. 이미 그는 ‘어른스럽지 않은’ 행동과 발언으로 수차례 대표팀 사기를 저하시켰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펄펄 나는 선수들을 보유하고도 “우린 소리아(카타르 귀화선수)와 같은 선수가 없다”고 한 말이 대표적이다. 이밖에 슈틸리케 감독이 일으킨 설화(舌禍)는 일일이 거론하기조차 부끄러울 정도다. 더욱이 분위기 수습은 내부 이야기를 공개한 이를 색출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자신을 먼저 돌아보고, 허심탄회한 소통이 선행돼야 모두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법이다.

이 뿐 아니다.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가 ‘유임’을 결정하면서 제안한 ‘수석코치 추천’도 슈틸리케 감독은 그리 달갑지 않은 모양이다. “팀 내 불안감을 해소해주고 선수와 코칭스태프간 소통을 활발히 해주는 사람이길 바란다.” 현 대표팀에는 설기현 코치와 차두리 기술분석관이 이미 그 역할을 한다. 슈틸리케 감독의 말처럼 수석코치가 그 역할을 한다면 앞으로 ‘소통의 창구’만 3명이다. 감독의 그릇된 방향에 대해 조언하고, 잘못된 전술·전략을 수정 보완해주는 것이 기술위가 내 놓은 수석코치의 역할이다. 슈틸리케 감독이 기대하는 수석코치와는 엄청난 차이다.

지금이라도 생각이 바뀌고 가슴과 귀, 눈을 열어 대표팀을 발전시키지 않겠느냐는 마지막 기대조차 헛된 바람이었음이 드러났다. 거듭된 실패로 무너진 슈틸리케 감독의 머릿속은 오로지 ‘자기방어’로 가득한 듯 하다. 6월 카타르 원정 8차전은 대표팀에게 정말 마지막 기회다. 심지어 2주 소집까지 주어진다. 현대축구에 장기 소집은 아시아, 아프리카 등 일부지역에서나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우린 구시대로 회귀하며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을 따를 수 없음을 인정한 꼴이 됐다. 마지막 ‘골든타임’조차 놓친 한국축구의 미래는 어떻게 열릴까. 4년 주기 지구촌 최고의 스포츠 이벤트에 도전하는 국가대표팀의 수장의 그릇이 너무 작아 걱정이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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