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제 남긴 제주의 ‘공격형 쓰리백’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4월 13일 05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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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조용형-오반석-김원일(왼쪽부터). 사진제공|제주 유나이티드
제주 조용형-오반석-김원일(왼쪽부터). 사진제공|제주 유나이티드
ACL 애들레이드전 쉬운 실점 아쉬움

축구계의 흔한 선입견 중 하나가 ‘쓰리백은 공격적인 운영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K리그 클래식(1부리그) 제주 유나이티드가 오랜 통념을 깼다. 조용형, 김원일, 오반석, 알렉스 등 쓰리백으로 2개의 전열을 꾸릴 수 있을 만큼 수비진이 풍성하면서도 마냥 자물쇠만 채우지 않는다. 빠르고 리드미컬한 템포 플레이로 뚜렷한 매력을 풍긴다. 제주 조성환 감독의 요구는 많지 않다. 한 가지만 채워주면 된다. 특정 수비수가 전진할 때 발생하는 “빈 공간을 없애라”는 것. 누군가 올라가면 주변은 무조건 그 자리를 메워야 한다. 좌우 날개 박진포, 안현범 등 미드필더는 물론 마그노, 멘디, 마르셀로 등 외국인 공격수들도 예외가 아니다. 쉼 없이 이뤄진 포지션 체인지로 우연히 다른 자리에 있어도 ‘공간 지우기’ 참여는 필수다. 시시각각 포백으로 바뀐 듯한 모습이 자주 연출되는 것도 그래서다.

적어도 클래식 무대는 잘 통했다. 정규리그 5라운드까지 2번째로 많은 득점(7골)을 하며 최소실점(1골)을 허용했다.

하지만 2011년 이후 6년 만에 도전장을 내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는 다르다. 화력은 날카로움에 비해 소득이 없고, 너무 쉬운 실점으로 아쉬움을 남긴다. 특히 국가대표 출신의 베테랑 중앙수비수 조용형이 있을 때와 없을 때의 차이가 크다. 제주는 11일 애들레이드 유나이티드(호주)와의 대회 조별리그 H조 홈 4차전에서 잘 싸우고도 1-3으로 졌다. 공격루트가 측면에 쏠렸다. 큰 체구의 상대 수비진에 무의미한 크로스를 남발한 사이드 플레이는 결정적인 한 방을 만들지 못했다. 중앙에서 듬직하게 버텨주다 때론 과감한 움직임과 침투패스로 빌드-업을 해주는 조용형이 선수단 로테이션으로 휴식을 했고 몇몇 주력들이 부상으로 빠진 것이 안타까웠다. 조 감독은 “의욕이 지나친 이도, 자신감 없는 이도 있었다. 전술과 전략, 선수기용 등 모든 부분에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고개를 숙였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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