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밤 중국파로 중국 막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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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축구 월드컵 亞최종예선 中과 격돌
수준 낮은 中리그서 뛰는 수비수들, 경기 출전 못해 실전감각 우려에도
슈틸리케 “능력 보여줄 것” 신임… 선수들 “중국화 논란 잠재우겠다”
中 “경기장에 공안 1만명 배치”

“카타르전 부진으로 많은 것을 잃었지만 동시에 더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 이번 경기에서는 확실히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홍정호·28·장쑤 쑤닝)

“안 좋은 얘기들이 있었다는 것을 알기에 책임감을 느끼고 많이 준비했다. 중국화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경기력을 선보이겠다. 관심을 갖고 지켜봐 달라.”(장현수·26·광저우 R&F)

한국 축구대표팀을 둘러싼 ‘중국화’ 논란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K리그보다 수준이 낮은 중국에 진출한 선수들이 선발돼 대표팀의 수비 수준을 떨어뜨렸다는 것이다. 중국화 논란은 지난해 중국과의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1차전에서 3-0으로 앞서다 후반에 두 골을 내주면서 불씨가 타올랐다. 급기야 약체로 평가받는 카타르와의 경기에서도 두 골을 허용(3-2 승리)하고 결정적인 실수를 했던 홍정호가 퇴장까지 당하면서 급격하게 확산됐다. 두 경기 모두 중국에서 뛰고 있는 수비수 홍정호, 장현수, 김기희(28·상하이 선화)가 선발 출전했다.

그러나 울리 슈틸리케 대표팀 감독(63)은 중국파 선수들을 여전히 믿고 있다. 중국, 시리아와의 6, 7차전을 앞두고 뽑은 이번 명단에 중국파는 장현수, 홍정호, 김기희와 미드필더 정우영(28·충칭 리판) 등 4명이 포함됐다. 정우영도 수비형 미드필더라 사실상 중국파는 전원이 수비를 맡는 셈이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다시 뽑히자 “리그에 출전하지 못해 실전 감각에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중국 슈퍼리그는 지난해까지 아시아 쿼터 1명을 포함해 총 5명의 외국인 선수를 보유할 수 있었고 5명 모두 출전이 가능했다. 하지만 이번 시즌을 앞두고 외국인 선수 ‘5명 보유 3명 출전’으로 규정을 바꿨다. 이 때문에 한국 선수들은 몸값이 비싼 외국인 공격수들에게 밀려 출전 기회가 격감했다. 장현수의 경우 이번 시즌 한 경기도 출전하지 못했다. 소속 팀에서 뛰지 못한다는 이유로 이청용(29·크리스털팰리스)을 뺐기에 “슈틸리케 감독은 유럽파에게는 엄격하고 중국파에게는 관대한 ‘이중 잣대’를 갖고 있다”는 비난의 목소리까지 쏟아졌다. 이에 대해 “이들은 시즌 개막 전까지 충분히 준비를 해 왔다. 몇 달째 뛰지 못하고 있는 선수와는 다르다”고 발탁 이유를 밝혔던 슈틸리케 감독은 22일 허룽 스타디움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갑작스럽게 규정이 바뀌어 대표팀과 선수 모두가 안 좋은 상황이다. 이번 경기를 통해 이 선수들이 소속 팀에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앞서 열린 중국 대표팀 기자회견에서 마르첼로 리피 감독(69)은 “아직 본선 진출의 희망이 있다. 그래서 이 경기가 중요하다. 승점 3점을 딸 수 있도록 한국을 많이 연구했다. 게다가 창사는 복이 많은 장소”라고 말했다. 중국 대표팀은 창사에서 4승 4무를 기록하고 있다. 중국 축구팬들이 창사를 약속의 땅이란 의미의 ‘궈쭈푸디(國足福地)’로 부르는 이유다.

한국은 23일 흰색 유니폼을 입는다. 중국은 붉은색이다. 허룽 스타디움에는 좌석이 4만 개(입석 포함하면 5만5000명 수용)가 있는데 중국 당국은 안전상의 이유로 정원의 80% 이하인 3만1000석만 채우도록 했고 공안 1만 명을 배치했다. 관중 3명당 공안 1명꼴이다. 한국 응원단 좌석은 별도의 구역에 250석을 만들었다.

중국 대표팀이 훈련하고 있는 허룽 스타디움 보조경기장 벽면에는 ‘중압지하무구색(重壓之下無懼色)’이라는 글이 붙어 있다. 무거운 압박에도 두려워하는 기색이 없다는 뜻이다. 역대 전적에서 18승 12무 1패로 중국을 압도하고 있는 한국이 무서운 상대라는 방증이다.

창사=이승건 기자 why@donga.com
#한국 축구대표팀#2018 러시아 월드컵#슈틸리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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