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보복판정?보이지 않는 손?…K리그 오심이 불편한 이유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3월 21일 05시 45분


사진제공|FC서울
사진제공|FC서울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017’이 3라운드 만에 삐걱거리고 있다. 이번에도 판정 논란이다. 1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FC서울-광주FC전은 최악이었다. 홈팀이 0-1로 뒤진 후반 18분 명백한 오심이 나왔다. 서울 이상호의 크로스가 광주 박동진의 등에 맞았는데도 김성호 주심은 핸드볼 파울로 보고 페널티킥(PK)을 선언했다. 잘못을 바로잡을 기회도, 시간도 있었다. 그러나 심판들은 아무 논의 없이 판정을 유지했고, 정당히 항의하는 박동진에게 경고를 줬다. 결국 종료 직전에도 PK를 얻은 서울이 2-1 역전승을 거뒀다.

잘 싸우고도 패한 광주 선수들은 눈물을 쏟았고, 외적 변수로 승점 3점을 챙긴 서울 황선홍 감독의 표정도 어두웠다. 괴로운 광주 남기일 감독의 속을 달랜 이는 기영옥 단장이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이 판정에 대한 언급을 감독이 하지 못하도록 규정한 탓이다. “판정 하나가 승패를 갈랐다. 지난해 서울전에서도 오심이 나왔다. 명백한 PK를 주지 않았다. (조영증) 심판위원장도 오심을 인정했다. 언제까지 참아야 하나? 왜 단장을 해야 하나?”

기 단장의 절규는 사실 광주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몇몇 구단 관계자들(감독·코치 포함)은 “특정팀과 만나면 홈과 원정을 가리지 않고 ‘꼬인다’는 느낌을 받는다. 5분만 봐도 ‘어렵다’는 확신이 선다. (이들이 얻는) PK 횟수만 봐도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결국 대진·경기별 심판들의 ‘다른 잣대’가 있고, 심지어 ‘보이지 않는 손’이 존재한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일각에선 ‘보복 판정’도 있다고 본다. 이런 분위기가 지속된다면 쓰라린 결과에 우는 팀들은 물론, 이득을 얻는다고 오해 받는 팀들도 정당한 성과조차 인정받지 못하는 치명적 사태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광주FC 기영옥 단장. 사진제공|광주FC
광주FC 기영옥 단장. 사진제공|광주FC

프로축구연맹은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우리도 노력한다. 지켜봐달라”는 말만 되풀이한다. 구단과 선수에 대한 징계는 지체 없이 공개하고, 감독에게는 재갈을 물리고도 심판에 대한 징계를 밝히는 것은 꺼린다. 연맹의 한 고위인사는 “유럽도 오심이 많지만 심판 징계를 공개하진 않는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중요한 사실을 잊고 있다. 어디서도 감독이 잘못된 판정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봉쇄하진 않는다. K리그 캠페인의 주제인 ‘리스펙트(존중)’를 받을 자격이 있는 이는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고 외치는 심판들만이 아니다. 모든 구성원이 똑같이 존중받아야 한다.

하반기부터 비디오판독이 도입된다. 아무래도 광주와 같은 피해는 줄어들 수 있다. 그러나 과거의 피해는 되돌릴 수 없다. 보상도 받지 못한다. 승자와 패자로 남을 뿐이다. 심판들의 실력 또한 더욱 퇴보할 수 있다. 잔뜩 손상된 이미지도 한동안 계속될 것이다. 이래저래 불편한 K리그의 현실이다.

남장현 스포츠1부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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