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리포트] ‘폭소탄’ 마라도나, 팬 서비스도 레전드!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3월 15일 05시 45분


코멘트
디에고 마라도나.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디에고 마라도나.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두둑한 뱃살…평범한 아저씨 같던 마라도나
레전드 매치 행사서 열정적으로 쇼맨십 표출
조직위 “자신을 낮춘 마라도나, 진짜 레전드”

두둑한 뱃살과 사라진 턱선, 까무잡잡한 피부에 이마의 깊은 주름까지….

한 시절을 풍미한 세계적 축구스타도 흘러가는 세월을 거스를 수는 없었다. 발군의 실력과 온갖 기행으로 전 세계 미디어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화려한(?) 과거도 이제는 옛 말이다. 아르헨티나의 축구영웅 디에고 마라도나(57)는 어느새 후덕한(?) 몸집의 땅딸막하고 평범한 아저씨가 돼 버렸다. 그래도 바뀌지 않은 것이 있다. 아니 바뀔 수 없는 한 가지다. 축구를 향한 무한사랑, 그리고 강렬한 애정이다.

아르헨티나 전통의 명문 보카 주니어스 소속 선수로 내한경기에 나선 1995년 이후 22년 만에 다시 한국을 찾은 마라도나는 ‘국제축구연맹(FIFA) 레전드’ 신분으로 15일 수원 아트리움에서 열릴 ‘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코리아 2017’ 조 추첨 행사에 참가한다.

13일 오후 입국한 마라도나의 첫 공식 스케줄은 14일 오전 수원 화성행궁 광장에서 5대5 미니게임으로 진행된 ‘레전드 매치’ 참석이었다. 자신과 함께 방한한 파블로 아이마르(38)와 팀을 구분한 마라도나는 한국 U-20 대표팀 신태용(47) 감독, 인기배우 류준열(31), 수원삼성 유소년 이관우(39) 감독 등과 함께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다.

디에고 마라도나-류준열(오른쪽).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디에고 마라도나-류준열(오른쪽).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몸과 마음이 따로 노는’ 아저씨들의 현실을 고려했을 때 솔직히 재능기부의 자리는 아니었다. 물론 이런 이벤트에 진지한 태도로 일관할 필요도 없다. 그 대신 모두가 적극적으로 나선 덕분에 행사장에는 유쾌한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마라도나는 특유의 넉살과 쇼맨십을 끊임없이 표출했다. 불타는 승부욕으로 볼을 따라 뒤뚱뒤뚱 뛰고, 동료들에게 ‘패스’를 외쳐대는 등 다양한 제스처를 보인 그는 어렵게 골을 뽑아낸 뒤에는 한껏 포효하고 함성을 지르며 확실하게 팬 서비스에 앞장섰다. 배시시 웃기만 할 뿐, 상대적으로 조용했던 아이마르와는 아무래도 차이가 있었다.

파블로 아이마르.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파블로 아이마르.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대형 과녁에 볼을 차 얻은 점수로 승부를 겨루는 ‘슛 포 러브 챌린지’에서도 마라도나는 100% 역할을 다 했다. 같은 팀 동료들이 좋은 점수를 내면 큰 모션을 취하며 어린아이처럼 좋아했고, 자신의 킥이 표적 중앙에 꽂히자 마치 월드컵 우승이라도 한 것처럼 함박웃음을 터뜨렸다. 아르헨티나 출신 ‘전직 어벤저스’와의 만남을 더욱 특별히 간직하기 위해 마라도나와 아이마르의 옛 소속팀, 아르헨티나대표팀 레플리카를 차려입고 행사장을 찾은 팬들이 깊은 행복감을 느꼈음은 물론이다. 지난주 FIFA 차원에서 이뤄진 개최지 최종 실사 후 이날 행사를 지켜본 FIFA 직원들과 U-20 월드컵 조직위원회 관계자들은 “저렇게 자신을 낮추고, 살갑게 다가서는 모습이 진짜 레전드”라고 칭찬했고, 신 감독도 “영웅들은 저리 편한 자세를 취하기 어려운데, 확실히 문화적 차이가 있는 것 같다. (마라도나를 보며) 나도 제자들과 더욱 가까운 거리에서 교감을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고 밝혔다.

낮은 자세로 한국 팬들과 특별한 추억을 쌓은 마라도나를 통해 올해 U-20 월드컵(5월 20∼6월 11일·국내 6개 도시)의 열기가 서서히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수원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