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징계 해법 꼬인 연맹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7월 1일 05시 45분


전북 최강희 감독(오른쪽)과 이철근 단장이 심판 매수 사건이 불거진 직후인 5월 24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전북 최강희 감독(오른쪽)과 이철근 단장이 심판 매수 사건이 불거진 직후인 5월 24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경남 선례 발목…징계 시효도 지나
내달 2차 공판 후 상벌위 개최키로

선례에 차이고, 규정에 묶이고….

‘심판 게이트’를 둘러싸고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처한 상황이다. 전직 심판 2명에게 회당 100만원씩, 5차례에 걸쳐 총 500만원을 건넨 혐의로 부산지방검찰청에 불구속 기소된 K리그 클래식(1부리그) 전북현대 스카우트의 1차 공판이 부산지방법원에서 29일 열렸다. 여기서는 돈이 오간 정황만 확인됐다.

연맹은 당초 1일 상벌위원회를 열어 징계수위를 결정할 계획이었지만, 일정을 바꿔 2차 공판(8월 17일) 결과까지 지켜본 뒤 상벌위를 개최키로 했다. 돈을 주고받은 사실은 확인됐지만, ‘심판 판정을 유리하게 해달라는 부정 청탁’이 있었는지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스카우트와 심판들의 견해가 엇갈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한 금전수수냐, 대가성 있는 청탁이었느냐에 따라 징계수위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견해다.

상벌위가 늦춰지긴 했지만 연맹이 내놓을 ‘솔로몬의 해법’은 없어 보인다. 심판에게 금품을 제공하는 비위행위에 대한 구단 징계로는 ▲강등 ▲승점 삭감 ▲벌금 등이 있다.

전례는 있다. 지난해 구단 사장이 심판들에게 돈을 건네(2013∼2014년) 검찰에 구속된 챌린지(2부리그) 소속 경남FC 사태다. 수백만∼수천만 원의 돈이 오간 사실이 드러나자, 지난해 12월 연맹은 경남에 승점 10점을 감하고 벌금 7000만원을 부과했다.

일단 전북을 향한 시선은 제각각이다. 일각에선 “리딩 클럽인 전북은 모범을 보일 책무가 있다. 강등은 물론 큰 폭의 감점도 필요하다”고 강하게 주장한다. 그런데 현실은 다르다. 오히려 “경남 이상의 징계를 내리지 못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이유는 이렇다. 구단 사장과 스카우트의 영향력이다. ‘(전북) 구단도 사실을 알고 있었을 것’이란 의심은 있으나, 검찰이 기소한 것은 스카우트일 뿐이다. 한 유력 축구인은 “스카우트 외의 혐의자가 없다. 소문이나 정황만으로는 징계할 수 없다. (경남과 전북이 건넨) 금액의 차이도 있어 고려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시기 역시 걸림돌이다. 연맹 상벌규정 제15조[부정·불법행위-금품 매수 및 수수]에 따른 일체의 징계는 ‘인지 시점에서 2년 이내의 사항을 사후 소급 적용한다’라고 돼 있다. 전북 스카우트가 심판에게 돈을 건넨 마지막 시점은 2013년 10월 말. 법원에 공소 제기된 것은 올해 5월 13일이다. 연맹 규정대로라면 시기상 징계할 수 없다. 또 다른 축구계 인사는 “전북뿐 아니라 앞으로 모든 기준이 경남이 됐다. 결국 자승자박이다. 선례도, 규정도 연맹 스스로 만들어 하소연할 곳도 없다”고 지적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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