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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항서 “베트남 축구, 갈수록 기대감… 부담 크지만 즐기면서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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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항서 “베트남 축구, 갈수록 기대감… 부담 크지만 즐기면서 도전”

김재형 기자 입력 2018-09-07 03:00수정 2018-09-07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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亞경기 4위… 휴가차 한국 돌아온 박항서 감독
베트남의 축구 영웅 박항서 감독이 6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 챔피언십 준우승에 이어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에서 사상 첫 ‘4강 신화’를 쓴 그는 “혼자 힘으로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일치단결했고 국민들이 열렬히 응원해서 거둔 결과”라고 말했다. 인천=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입국장 문을 나오는 순간 번쩍 터지는 카메라 플래시 세례에 그는 쑥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6일 오전 8시경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59)이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에서 베트남을 사상 첫 4강으로 이끈 그는 휴가를 보내기 위해 모국으로 돌아왔다. 베트남 축구 역사를 다시 쓴 그의 주변에는 50명 넘는 취재진이 몰렸다.

박 감독은 “특별하게 한 것도 없는 데 이렇게 아침 일찍 맞이해 주셔서 대단히 감사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또 “작은 성적을 거뒀는데 거스 히딩크 감독님과 비교하는데 부담스럽다. 혼자 힘으로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선수들이 베트남 축구에 발자취를 남겼다고 생각한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지난해 10월 25일 베트남 사령탑에 부임한 그는 1월 아시아축구연맹 23세 이하 챔피언십 준우승에 이어 아시아경기 4강 신화까지 1년 안 되는 짧은 기간에 탁월한 지도력을 펼쳤다. 이런 성과로 박 감독은 베트남에서 유명 인사가 됐다. “베트남 방송에 자주 보도되는 건 알고 있다. 길에 나가면 베트남 국민들이 감사 표시를 한다.”

그는 이번 대회 4강전에서 한국과 맞붙은 데 따른 심적인 스트레스도 털어놓았다. “솔직히 엄청 부담됐다. 내가 한국 사람이고 한국팀을 만나서이기도 하지만 결과에 따라 다양한 스토리가 나올 수 있었다. 경기에 앞서 한국이 절대 못 넘을 벽은 아니라고 선수들에게 강조했는데 너무 긴장을 했다.”

베트남 축구대표팀 수비수 쩐딘쫑(21)이 아시아경기 기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올린 ‘8초 동영상’ 화면 캡처. ‘우리를 극진히 사랑하는 감독님’이라는 소개글과 함께 박항서 감독이 직접 마사지를 해주고 있는 장면이다. 쩐딘쫑 페이스북
박 감독은 한국에 1-3으로 패한 뒤 크게 실망했다. 박 감독의 에이전트를 맡고 있는 DJ매니지먼트의 이동준 대표는 “한국 경기에서 첫 실점, 첫 패배를 했다. 조국을 상대해 말은 안 했지만 그 충격이 엄청 크게 느껴졌다”고 전했다.

메달은 획득하지 못했지만 박 감독은 베트남에 돌아간 뒤 큰 환대를 받았다. 이 대표는 응우옌쑤언푹 베트남 총리가 아시아경기 메달리스트와 박 감독 등을 관저로 초대해 격려한 자리에서의 일화를 소개했다. 총리는 30분 정도의 축사에서 메달리스트에 대해선 1분만 칭찬하고 나머지를 축구대표팀 얘기만 했다는 것이다. 총리는 수시로 축구대표팀에 문자를 보내 선전을 기원하고 축하를 보내기도 했다. 아시아경기 대표팀 귀국 카퍼레이드 땐 하노이경찰국이 “축구대표팀이 국민들의 열광적인 반응에 혹 봉변을 당할 수 있으니 카퍼레이드는 5명만 허용하겠다”며 축구대표팀 카퍼레이드를 축소하기까지 했다.

박 감독이 아시아경기 때 선수들에게 발 마사지를 해준 게 화제가 되기도 했다. “나는 유튜브를 잘 못 본다. 그게 기삿거리가 될지 몰랐다. 원래 의무실에 자주 가서 부상자를 확인한다. 그날 의무진이 한 명밖에 없어 손이 모자라 직접 해줬는데 그 선수가 찍어서 동영상을 올렸다. 스태프면 선수들을 위해 뭐든 해야 하는 것 아니냐.”

박 감독은 월 2500만 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계약 조건이 동남아 국가의 다른 축구대표팀 감독보다 턱없이 적다는 사실이 보도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박 감독은 “선수들과 즐겁고 행복하게 생활하고 있다. 현재 상태에 만족하며 일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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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외교관으로 한국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는 얘기에 박 감독은 “축구라는 작은 걸 가지고 그런 역할이 되겠는가. 베트남 축구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나는 대한민국 사람이라는 걸 잊지 않고 있다. 태극기를 향해선 늘 예를 갖춘다”는 말로 답했다.

박 감독은 11월 열리는 동남아시아선수권대회(스즈키컵)에서 우승을 노리고 있다. 이 대회에 대비하기 위해 10월 17일부터 10일간 경기 파주 축구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전지훈련을 할 예정이다.

“가면 갈수록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부담도 되지만 걱정한다고 될 건 아니다. 즐기면서 도전해야 한다.” 베트남을 뜨겁게 달군 박항서 매직의 ‘시즌 3’가 벌써부터 개봉을 준비하고 있다.
 
인천=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박항서#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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