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자 농구’ 논란에 발목 잡힌 ‘농구 대통령’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9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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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재 대표팀 감독 사표 수리, 두 아들 발탁 뒤 “책임지겠다”
亞경기 금메달 놓치자 퇴진

‘농구 대통령’ 허재 감독(53·사진)이 남자 농구대표팀 사령탑에서 물러났다.

대한민국농구협회는 ‘4일 허재 감독이 사의를 표명해 이를 수리했다’고 5일 밝혔다. 2016년 6월 농구대표팀 전임 감독으로 선임됐던 허 감독의 임기는 내년 2월까지였다. 당장 13, 17일 치를 2019 국제농구연맹(FIBA) 농구월드컵 아시아 예선 2경기 요르단, 시리아전은 김상식 코치가 감독 대행을 맡는다.

당초 허 감독은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에서 목표로 삼았던 2회 연속 금메달 달성에 실패한 책임을 지고 물러날 생각이었다. 다만 농구 월드컵 예선이 눈앞으로 다가온 만큼 두 경기를 마친 뒤 지휘봉을 놓으려 했다. 농구협회도 아시아경기를 마친 대표팀이 귀국한 4일 오전 경기력향상(경향)위원회 회의를 열고 농구월드컵 아시아 예선에 나설 선수 12명의 명단을 허 감독에게 전달했다. 이번 아시아경기에 나섰던 선수 중 허일영(오리온)과 허 감독의 두 아들인 허웅(상무), 허훈(KT)이 빠졌고 최진수(오리온), 안영준(SK), 정효근(전자랜드)이 새로 들어왔다.

하지만 이날 유재학 위원장을 비롯한 7명의 경향위원 전원이 “아시아경기 결과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며 17일 시리아 경기 이후 사의를 표명하기로 했다”는 입장을 농구협회에 먼저 전했다. 이 과정에서 허 감독은 배제됐던 걸로 알려졌다. 이에 허 감독은 “결과에 대한 책임은 감독이 진다”며 농구협회에 즉각 사의를 전했다.

경향위원회는 아시아경기를 앞둔 7월부터 출전 선수 선발을 두고 허 감독과 의견 충돌이 있었다. 특히 차남 허훈(180cm)의 대표팀 승선이 주된 화두가 됐다. 경향위원회는 당시에도 장신 선수의 필요성을 강조했고 허 감독은 “선수는 내가 필요해서 뽑았다. 책임은 내가 진다”는 의견을 냈다.

허 감독은 장신 선수들의 대거 부상 이탈 속에 아시아경기를 동메달로 마친 뒤 “금메달을 목표로 왔는데 이란전에 너무나 아쉬운 경기를 했다”고 총평했다. 이란전에서 부각된 ‘높이의 한계’에 대해서는 “일단 기존 센터들의 부상이 없어야 하고 내·외곽 조화가 맞으려면 더 조직적인 오펜스를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었다. 하지만 그 ‘조직력’을 다지기 위해 도입된 ‘전임 감독제’는 끝내 제 빛을 보지 못한 채 막을 내리게 됐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허재#농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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