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순 ‘첫 남북 공동기수의 추억’

  • 스포츠동아
  • 입력 2018년 1월 19일 05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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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 시드니 올림픽 남북공동입장 장면. 당시 여자 기수였던 정은순 위원.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2000 시드니 올림픽 남북공동입장 장면. 당시 여자 기수였던 정은순 위원.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평창 공동 입장 확정에 외신들 관심
“선수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


한국여자농구 전설 정은순(47) KBSN 농구해설위원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가 부쩍 늘었다.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 언론까지 인터뷰에 나설 정도다.

정 위원은 17일 용인체육관에서 열린 ‘신한은행 2017∼2018 여자프로농구’ 삼성생명과 KB스타즈의 경기 해설을 맡았는데, 그와의 인터뷰를 위해 프랑스 민영방송 CANAL 플러스에서 현장을 찾아오기도 했다.

2018평창올림픽은 최근 북한이 참가의사를 밝히면서 대중의 관심이 더 높아졌다. 여자아이스하키 대표팀은 남·북 단일팀이 구성됐고 개막식에는 남·북한 동시 입장이 확정됐다. 최근 정 위원에게 인터뷰가 쇄도하고 있는 이유는 바로 남·북한 동시 입장 때문이다.

남·북은 2000년 시드니올림픽 때 한반도기를 들고 동시 입장을 한 바 있다. 정 위원은 당시 남측의 기수였다. 그는 “올림픽 기수를 한 덕분에 요즘 인터뷰가 쇄도하고 있다”며 웃었다. 당시 선수 정은순은 남북 공동입장을 앞두고 “결혼식 때보다 더 떨릴 것 같아요. 박 감독님 때문에 낮은 구두를 신어야 겠어요”라고 인터뷰에서 농담 삼아 말해 화제가 됐다.

시드니올림픽 때 북측의 기수 파트너는 유도의 박정철 감독이었다. 그가 선정된 이유는 북한 선수단 가운데 최장신이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정은순보다 9cm나 키가 작았기에 정은순은 이 같은 농담을 던지면서도 굴러들어온 뜻밖의 행운에 흥분과 감격을 감추지 못했다고 당시 매스컴은 보도했다.

남북 동시입장이 전격 합의되는 바람에 운명이 바뀐 사람이 있었다. 바로 배구선수 김세진이었다. 당초 대한민국 팀의 기수로 결정됐던 김세진은 전격적인 남북 공동입장에 밀려 선수생활 최고의 영광이 될 순간을 놓쳤다. 반면 정은순은 “역사적인 올림픽에서 남북화합의 상징인 한반도 기를 마주 들게 된 것을 지금까지 대표생활 최고의 행운”이라고 표현했다.

과거의 추억 속에서 정은순은 그동안 숨겨놓았던 에피소드도 이번에 소개했다. 정 위원은 “처음에 기수 제안이 왔을 때 안 하려고 했다. 개막식 다음날 폴란드와의 조별 예선전이 있었다. 경기 일정 때문에 원래 여자농구대표팀은 개막식 행사에 안 나가는 거였다. 그런데 내가 기수로 나가면 단체로 개막식에 나가야 했기 때문에 안 한다고 했다”고 기억했다. 그는 이어 “할 마음이 없었는데, 그 때 대표팀을 맡았던 유수종 감독님이 ‘은순아, 그냥 좀 하지?’라고 한마디 하셔서 어쩔 수 없이 했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시드니올림픽에서 여자농구대표팀은 당초 예상을 깨고 4강에 진출하는 기대이상의 성과를 냈다. 당시 여자농구대표팀의 선전은 아직까지도 농구 팬들 사이에서 회자될 정도다. 정 위원은 “시드니올림픽은 선수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다. 그런데 그 때 남·북 공동입장 때 기수를 해서 지금 또 다시 관심을 받으니까 감회가 새롭다. 시드니올림픽은 여러모로 나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 같다”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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