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자력진출 피겨 티켓 포기… 끝까지 기다리겠다는 IOC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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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올림픽 D-70]

올여름 브뤼노 마르코트 코치(캐나다)의 지도 아래 국제무대 경쟁력을 끌어올린 북한 피겨스케이팅 페어의 렴대옥(왼쪽)과 김주식. 동아일보DB
올여름 브뤼노 마르코트 코치(캐나다)의 지도 아래 국제무대 경쟁력을 끌어올린 북한 피겨스케이팅 페어의 렴대옥(왼쪽)과 김주식. 동아일보DB
북한이 유일하게 갖고 있던 2018 평창 겨울올림픽 자력 출전 권리를 포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30일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북한은 자력으로 올림픽 진출에 성공한 피겨스케이팅 페어 종목에서 출전권을 사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평창조직위 관계자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북한의 출전권은 다른 나라에 넘어갈 것으로 알고 있다. 이제 국제빙상경기연맹(ISU)과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북한의 올림픽 출전 문제를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 NBC도 “북한 올림픽위원회는 페어 팀의 (올림픽) 출전 여부를 10월 30일까지 ISU에 알려야 했지만 기한을 놓쳤다”면서 “ISU는 ‘데드라인까지 북한과 올림픽 출전에 관한 어떠한 대화도 나누지 못했다’고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세계 36위인 북한 페어 렴대옥(18)-김주식(25·이상 대성산체육단) 조는 9월 열린 ISU 네벨호른 트로피에서 자신들의 ISU 공인 최고점(180.09점)을 기록하며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했다.

캐나다서 전지훈련 캐나다의 브뤼노 마르코트 피겨스케이팅 코치(왼쪽에서 세 번째)와 북한 페어 
렴대옥-김주식(왼쪽에서 두 번째, 네 번째) 조. 렴-김 조는 북한 피겨 코치(오른쪽에서 두 번째)와 함께 올여름 캐나다에서 
전지훈련을 했다. 글로벌뉴스 캡처
캐나다서 전지훈련 캐나다의 브뤼노 마르코트 피겨스케이팅 코치(왼쪽에서 세 번째)와 북한 페어 렴대옥-김주식(왼쪽에서 두 번째, 네 번째) 조. 렴-김 조는 북한 피겨 코치(오른쪽에서 두 번째)와 함께 올여름 캐나다에서 전지훈련을 했다. 글로벌뉴스 캡처
ISU는 올림픽 출전권 배분이 걸린 대회가 종료된 뒤 해당 국가들에 출전권 사용 의사를 확인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올림픽 출전 국가들이 최종 결정된다. 대한빙상경기연맹 관계자는 “데드라인이 지났기 때문에 북한이 자력으로 피겨에 진출할 방법은 사라졌다”고 말했다.

ISU 규정에 따르면 북한이 획득한 페어 종목 출전권을 사용하지 않을 경우 나머지 팀 중 가장 순위가 높은 일본팀에 주어진다. 이에 따라 네벨호른 트로피에서 올림픽 출전권 경쟁 국가 중 6위였던 스토 스미레-프랑시스 부드로오데(일본·세계 24위) 조가 올림픽에 나서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빙상연맹은 21일까지 참가 여부를 ISU에 알려야 한다.

하지만 북한이 평창 올림픽에 참가할 길이 막힌 것은 아니다. IOC가 고려하는 ‘와일드카드’를 활용할 수 있다. 대한빙상경기연맹 관계자는 “북한이 올림픽 참가 의사를 밝히고 IOC가 해당 종목 국제 연맹과 합의해 북한이 올림픽 출전 기준을 갖췄다고 판단되면 와일드카드를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IOC는 북한의 평창 올림픽 참가를 위해 오랫동안 공을 들여왔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우리는 이미 북한을 평창 올림픽에 초대했다. 북한 선수들이 올림픽에 나설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평창 올림픽 피겨 페어에는 20개 팀이 출전하는데 만약 북한이 와일드카드를 얻을 경우 출전 팀은 21개로 늘어난다. 북한 피겨는 메달 획득 가능성이 희박해 다른 경쟁국들이 반발할 가능성은 적다.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이 적극적으로 올림픽 참가 의지를 보이는 것이다. 북한은 평창 출전권을 확보한 이후로도 두 달 가까이 관련 소식을 보도하지 않고 있다. 북한은 한일 월드컵이 막바지로 치닫던 2002년 6월 제2연평해전으로 남북 관계가 경색됐을 때 같은 해 9월 부산아시아경기에 선수단을 파견했다. 2014년 인천아시아경기에서는 폐회식에 맞춰 황병서 최룡해 김양건 등 ‘실세 3인방’이 방문 하루 전 의사를 알린 뒤 모습을 드러낸 바 있다. 이 때문에 북한이 내년 1월 말 최종 엔트리 등록 때까지 국내외 정세를 살피며 올림픽 참가를 저울질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북한 당국의 냉랭한 태도와 달리 렴-김 조는 올림픽 무대를 꿈꾸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렴-김 조는 올여름 페어 세계 3위 미건 뒤아멜-에릭 래드퍼드 조(이상 캐나다)의 지도자인 브뤼노 마르코트 코치(43·캐나다)와 함께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전지훈련을 했다. 마르코트 코치는 최근 캐나다 언론 ‘글로벌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신용카드가 없는 북한 선수들을 위해 내가 직접 몬트리올에서 그들이 머물 호텔을 마련해줬다”고 말했다.

현재 렴-김 조는 북한이 만일 평창 올림픽에 참가할 경우 가장 먼저 내세울 수 있는 카드로 꼽힌다. 마르코트 코치에 따르면 이들은 자신들이 정치적인 상징으로 여겨지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마르코트 코치는 “선수들은 정치와 스포츠의 경계에서 표류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 그들은 스포츠맨으로 인정받기를 원했다”고 전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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