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맞은’ 평창 스키점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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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2차대회 남자 라지힐 경기… 초속 7.9m 강풍에 노멀힐서 치러
면적 4600㎡ 초대형 방풍망 허사… 남자 대표 3명 모두 결선진출 못해

“바람이 너무 강해 출발 타이밍을 제대로 잡지 못했다.”

‘스키점프의 아이돌’ 다카나시 사라(21·일본)는 15일 평창 알펜시아 스키점프센터에서 열린 국제스키연맹(FIS) 스키점프 월드컵 평창 1차 대회 여자 노멀힐 경기에서 준우승에 그친 뒤 이렇게 말했다. 다카나시는 16일 2차 대회 때 우승하며 역대 스키점프 월드컵 최다 우승(53회) 타이기록을 세웠지만 바람이 잦아들었기 때문은 아니었다. 1차 시기에서 1위를 차지한 마렌 룬뷔(23·노르웨이)가 2차 시기 때 강풍에 오른쪽으로 몸이 쏠리지 않았다면 다카나시도 우승을 장담할 수 없는 처지였다.

바람이 여자 경기에만 영향을 준 건 아니다. 당초 이날은 여자 경기에 이어 남자 라지힐 경기가 열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대회 조직위원회는 여자 경기 도중 남자 경기도 노멀힐에서 치르기로 방침을 바꿨다. 대회 조직위 관계자는 “라지힐 출발 지점과 착지 지점에 바람이 너무 세게 불어 상대적으로 바람이 덜 부는 노멀힐 쪽으로 옮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상청 ‘평창 올림픽 스마트 기상 지원 서비스’에 따르면 경기 시작 시간인 오후 7시 라지힐 출발 지점에는 초속 7.9m로 뒤쪽에서 바람(남서풍)이 불었다. FIS는 스키점프 출발대에 설치한 기상관측장비 기준으로 바람이 초속 3m 이상으로 불 때는 경기를 중단하고, 5m 이상일 때는 경기를 취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평창 스키점프 센터에는 힐사이즈(HS) 109m인 노멀힐과 140m인 라지힐 점프대가 자리 잡고 있다. 올림픽 등에서 남자 스키점프 경기는 노멀힐과 라지힐 두 곳에서 모두 열리지만 이번 대회 때 남자 경기는 라지힐에서만 치를 예정이었다. 전날 1차 대회 때 남자 선수들은 예정대로 라지힐 점프대에서 하늘로 올랐다.

이 스키점프 경기장에서 바람이 문제가 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1년 대륙간컵 스키점프 대회 때는 미국 선수가 뒤에서 분 바람에 중심을 잃고 떨어졌고, 그 뒤로 한동안 국제대회를 열지 못한 때도 있었다. 보통 스키점프 경기장은 산골짜기 안에 있는 일이 많은데 알펜시아 스키점프센터는 인근에 풍력발전소가 보일 정도로 강한 바람이 부는 곳에 자리 잡고 있다. 경기장이 들어서기 전 이곳을 부르던 이름이 ‘바람골’일 정도다.

결국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는 이 경기장에 총길이 241m, 면적 4600m²인 방풍 네트를 설치했다. 방풍 네트를 완공한 뒤 평창조직위는 “감풍률(減風率)이 70%로 나타났다”고 자랑했지만 이번 대회를 통해 무용지물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게 됐다.

평창조직위 관계자는 “이번 스키점프 월드컵은 평창 올림픽을 앞두고 테스트 이벤트 성격으로 열린 것이다. 이번에 문제를 알게 됐으니 오히려 ‘고마운 바람’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문제 해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한국 대표 최흥철(36), 최서우(35), 김현기(34·이상 하이원) 모두 30명이 겨루는 결선 진출에 실패했다.
 
평창=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방풍 네트#평창 올림픽#월드컵 2차대회 남자 라지힐 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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