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떼 썩던 리우 요트장, 올림픽 전지훈련 선수들로 활기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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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준비’ 브라질 현지 르포
초가을 접어들며 모기 활동 뜸해져… ‘지카’ 걱정해 긴팔 입은건 기자뿐
경찰차 상시 순찰, 낮엔 치안 안정적… 심각한 교통체증은 여전한 숙제로
최근 올림픽 수장 바뀐 여파 묻자, 조직위 “이젠 실무단계… 영향없다”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요트 종목에 출전하는 칠레의 크리스토발 그레스(오른쪽)와 벤하민 그레스 형제가 19일 브라질 리우 마리나 다 글로리아 요트경기장에서 훈련하고 있다. 이 경기장은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수질오염이 심각해 ‘최악의 경기장’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수질문제를 해결하고 4월 재개장해 지금은 각국 선수들을 정상적으로 맞이하고 있다. 리우데자네이루=임보미 기자 bom@donga.com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요트 종목에 출전하는 칠레의 크리스토발 그레스(오른쪽)와 벤하민 그레스 형제가 19일 브라질 리우 마리나 다 글로리아 요트경기장에서 훈련하고 있다. 이 경기장은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수질오염이 심각해 ‘최악의 경기장’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수질문제를 해결하고 4월 재개장해 지금은 각국 선수들을 정상적으로 맞이하고 있다. 리우데자네이루=임보미 기자 bom@donga.com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구아나바라 만에 있는 마리나 다 글로리아 올림픽 요트경기장. 1년 전까지만 해도 물고기가 집단 폐사하고 쓰레기가 떠다녀 ‘최악의 올림픽 경기장’으로 불렸다. 하지만 19일 찾아간 경기장은 올림픽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부슬비가 내리는 날씨였지만 선수들은 닻을 올리고 바다로 나섰다. 호주, 아르헨티나, 벨기에, 핀란드, 이스라엘, 일본 등 각국 선수들의 요트가 코파카바나 해변을 수놓았다. 칠레 대표팀의 숀 에번스 코치는 “7월부터는 올림픽 경기가 열리는 이곳에서 훈련을 할 수 없다. 우리 선수들은 오늘에야 호주에서 공수한 새 요트를 받았다. 익숙해져야 하기 때문에 미리 왔다. 다른 나라 선수들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리우 올림픽 조직위는 수질 문제를 해결한 뒤 지난달 경기장을 재개장했다.

16일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육상테스트 이벤트 경기에서 역주하고 있는 선수들.
16일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육상테스트 이벤트 경기에서 역주하고 있는 선수들.
리우 올림픽은 지카 바이러스와 불안한 치안으로 개막 전부터 최악의 대회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이 때문에 기자도 출장을 준비하며 모기차단제와 모기약을 가장 먼저 챙겼고, 긴팔과 긴 바지로만 짐을 꾸렸다. 소매치기 걱정에 앞으로 메는 가방까지 준비했다. 그러나 리우데자네이루 도심 이파네마 거리에서 긴팔을 입은 사람은 기자뿐이었다. 브라질은 이제 초가을로 접어들고 있다. 영국의 의학저널 랜싯은 “올림픽이 열리는 8월의 브라질은 겨울이어서 모기의 활동이 거의 사라진다”고 전했다.

치안도 최악의 상황은 벗어난 듯했다. 개·폐막식과 축구 결승전이 열릴 마라카낭 경기장의 지하철역 주변에는 경찰차가 항상 대기 중이었다. 관광객이 많은 해변과 빈민촌인 파벨라 입구에도 경찰차가 계속 순찰을 돌았다. 도심 곳곳에도 순찰을 도는 경찰이 많이 눈에 띄었다. 그 덕분에 이파네마, 코파카바나 해변과 경기장 일대를 걸어서 다녔지만 낮 동안은 별다른 위협은 없었다. 길거리에서 만난 리우 시민들은 오히려 ‘휴대전화를 도둑맞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당부했다.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육상 테스트 이벤트 경기 중 모의 훈련을 하고 있는 군과 경찰.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육상 테스트 이벤트 경기 중 모의 훈련을 하고 있는 군과 경찰.
그러나 자유는 어디까지나 밝은 ‘낮’에 한정됐다. 현지인들도 “저녁부터는 위험해 혼자 다니지 말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늦은 밤 골목에서는 강도 등의 중범죄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저녁 식사를 함께한 현지인은 “식당에서 집까지는 4블록이 떨어져 있지만 해가 졌기 때문에 택시를 타고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치안 불안’은 그들에게 생활의 일부였다. 그 때문에 경기장 보안 검색도 철저했다. 16일 육상 테스트 이벤트가 열린 올림픽 주경기장의 입구에는 입장하려는 관중이 남성과 여성으로 나뉘어 줄을 섰다. 성별로 줄을 세운 이유는 같은 성별의 보안 직원이 탐지기로 몸 곳곳을 수색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보안 직원들은 관중의 작은 가방까지 모두 열어서 검색했다. “입장에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리는 것 같다”고 하자 조직위 관계자는 “올림픽 본경기 때는 검사가 더 철저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장 곳곳에서 경찰과 군은 경비 동선을 점검하며 모의 훈련도 했다.

심각한 교통체증도 여전히 풀지 못한 숙제로 남아 있었다. 리우 도착 첫날에는 오전 6시에 공항에서 출발해 이파네마에 있는 숙소까지 차로 30분이 채 안 걸렸다. 하지만 귀국하는 날에는 오후 7시에 숙소를 출발한 차가 공항에 도착할 때까지 2시간이 훌쩍 넘었다. 이동에 얼마나 걸릴지를 예상하는 건 리우에서 나고 자란 사람에게도 불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리우는 유엔 세계관광기구의 교통 네트워크 지수 평가에서 130개 도시 중 95위에 머물러 있다. 리우 올림픽 조직위원회는 교통체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올림픽 기간에 차로 하나를 ‘레드라인’으로 칠해 올림픽 관계 차량만 이동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조직위 관계자는 “브라질 월드컵 때도 했던 방식”이라며 “일반 시민들과 관광객들의 불편은 현재로선 어쩔 수 없다. 관광객들은 지하철 이용을 권한다”고 말했다. 리우의 지하철로 경기장을 찾아가는 건 초행자에게도 어렵지 않았다. 마라카낭 경기장은 마라카낭 역 개찰구에 카드를 찍고 나오면 바로 보인다. 요트경기장도 글로리아 역에서 걸어서 5분이 걸렸다.

숙박 문제는 일찌감치 해결했다. 올림픽 1년 전부터 리우 내 호텔 90%의 예약이 차자 조직위는 숙박 공유 업체인 에어비앤비와 파트너십을 맺고 2만5000개의 숙소를 확보했다. 지금까지 약 3만5000명이 올림픽 기간 에어비앤비로 숙소 예약을 마쳤다. 브라질은 월드컵을 치를 때부터 에어비앤비를 숙박에 적극 활용했다. 4년째 자신의 아파트를 공유 사이트에 내놓고 있는 솔룽 베냐이웅 씨는 “지난 월드컵 땐 한 기업체에서 내 아파트를 통째로 빌렸다. 이번엔 미국 수구 골키퍼가 예약을 했다. 본인이 선수촌에서 지내는 동안 가족들이 지낸다더라”고 말했다. 조직위는 “에어비앤비가 새 건물을 지을 부담을 줄이고 지역 경제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브라질은 대통령 탄핵의 여파로 체육장관까지 바뀌었다. 올림픽을 코앞에 두고 수장이 바뀐 것. 이에 대해 마리우 안드라다 지 시우바 조직위 홍보수석은 “최고결정권자와 상의가 필요한 일은 이미 오래전에 끝났다. 지금은 실무 단계이기 때문에 하던 일을 계속한다는 게 우리 방침”이라며 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조직위는 어려운 경제 사정 속에서 큰 비용을 들여 치르는 올림픽인 만큼 그 유산(Legacy)을 제대로 남기겠다는 각오다. 바라 지역에 들어설 올림픽 파크는 ‘노마딕 디자인(분해 가능한 디자인)’으로 지어지고 있다. 체조장과 펜싱경기장은 올림픽이 끝난 뒤 인근 4곳의 학교로 옮겨 체육 교육에 활용하고 수영장 시설도 모두 분해한 뒤 인근 지역에서 재조립해 사용할 예정이다.

리우데자네이루=임보미 기자 bom@donga.com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마리나 다 글로리아 올림픽 요트경기장#지카 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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