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임근배 감독이 여자프로농구에 불러온 새바람

  • 스포츠동아
  • 입력 2018년 12월 20일 05시 30분


코멘트
여자프로농구 삼성생명은 19일 현재 최근 5연승 포함, 8승5패(3위)를 기록하면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임근배 감독의 지도력이 큰 힘을 발휘하고 있다. 그는 2015년 삼성생명 감독 취임 직후부터 자율 농구를 뿌리 내리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왔다. 차분하고 설득력 있는 지도로 선수들의 이해력을 이끌어 내고 있다. 사진제공|WKBL
여자프로농구 삼성생명은 19일 현재 최근 5연승 포함, 8승5패(3위)를 기록하면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임근배 감독의 지도력이 큰 힘을 발휘하고 있다. 그는 2015년 삼성생명 감독 취임 직후부터 자율 농구를 뿌리 내리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왔다. 차분하고 설득력 있는 지도로 선수들의 이해력을 이끌어 내고 있다. 사진제공|WKBL
2000년대에 들어 과학과 통계가 접목되면서 스포츠 종목마다 다양한 훈련법이 쏟아지고 있지만 국내 농구는 여전히 변화에 둔감하다. 특히 여자프로농구는 무조건적으로 선수들을 강하게 조련하고 많은 훈련량을 가져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여자 선수들은 운동량이 많아야 근육이 풀어지지 않는다’는 말이 정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과학적 근거가 전혀 없는 말이다.

최근 ‘우리은행 2018~2019 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에서 삼성생명은 5연승의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15일 신한은행에게 전반 20점차 열세를 뒤집고 승리(80-78)한데 이어 17일에는 강력한 우승후보인 KB스타즈를 60-46으로 꺾었다. 이번 5연승은 국내선수들의 힘으로 이뤄낸 것이라는 점에서 더 큰 의미가 있다.

자연스럽게 여자프로농구에 팽배해 있던 편견을 깨고 자율훈련 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는 삼성생명 임근배(51) 감독의 지도력에 관심이 쏠린다. 그는 2015년 감독으로 부임했을 때부터 “여기저기서 ‘여자선수들은 이래서 안 된다’고 하니까 시도 해 보지도 않는다. 해 보지도 않고 어떻게 결론을 낼 수 있겠나”라며 자신만의 스타일을 고수해왔다. 기본적으로 훈련에 대한 이해를 시키고 선수 스스로 프로다운 마인드를 가질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한다는 것이 임 감독의 철학이다.

여자프로농구 삼성생명은 19일 현재 최근 5연승 포함, 8승5패(3위)를 기록하면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작전타임 때 선수들에게 작전지시를 내리고 있는 임 감독(가운데). 사진제공|WKBL
여자프로농구 삼성생명은 19일 현재 최근 5연승 포함, 8승5패(3위)를 기록하면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작전타임 때 선수들에게 작전지시를 내리고 있는 임 감독(가운데). 사진제공|WKBL

시행착오도 겪었다. 여자선수들은 어린시절부터 지도자들의 지시에만 따르는 수동적인 훈련에 길들여져 있었기 때문이다. 자율성을 그저 몸이 편한대로만 누리려는 선수들도 있었다. 지난 시즌 삼성생명이 16승19패를 기록하며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하자 ‘자율성을 부여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은 더 강해졌다.

그러나 임 감독은 흔들리지 않았다. 지난해 긴 휴가를 줬다가 선수들의 몸 관리가 이뤄지지 않자, 훈련 방식만 바꿨다. 휴가는 줄이고 훈련 기간을 늘리는 대신 강도는 시즌 개막에 맞춰 조절해가는 형식으로 변화를 줬다.

여자프로농구 팀들은 훈련 때 여전히 고성과 욕까지 오가지만 삼성생명의 훈련 때는 이를 찾아 볼 수 없다. 대신 훈련 태도가 흐트러지면 그 때마다 임 감독은 선수들을 한 곳에 불러 모아 올바른 마인드에 대해 장시간 이야기를 한다.

임 감독은 19일, “내가 선수들에게 갈수록 잔소리꾼이 되는 것 같다”며 웃었다. 이어 “그래도 선수들이 스스로 깨우쳤으면 하는 마음에 말이 길어지더라”며 “농구를 이해하면서 재미를 붙이면 자연스럽게 자신이 어떤 훈련을 해야 할지도 알아갈 것이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여자프로농구 삼성생명은 19일 현재 최근 5연승 포함, 8승5패(3위)를 기록하면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삼성생명 선수들이 15일 신한은행전에서 20점차 역전승을 거둔 뒤 기뻐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최근 국내선수들의 경기력이 몰라보게 좋아졌다. 사진제공|WKBL
여자프로농구 삼성생명은 19일 현재 최근 5연승 포함, 8승5패(3위)를 기록하면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삼성생명 선수들이 15일 신한은행전에서 20점차 역전승을 거둔 뒤 기뻐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최근 국내선수들의 경기력이 몰라보게 좋아졌다. 사진제공|WKBL

감독이 팀을 운영하며 자신의 철학을 지켜나가기 위해서는 구단의 협조도 필수다. 삼성생명 구단은 임 감독이 강조하는 자율농구가 팀에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줬다. 팀 성적이 부진할 때에도 감독을 압박하지 않았다. 임 감독의 자율농구가 4시즌 만에 빛을 볼 수 있었던 이유다. 임 감독과 삼성생명이 추구하는 ‘자율농구’는 국내 여자프로농구 무대에 잔잔한 변화의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 임근배 감독은?

▲ 생년월일=1967년 4월 14일 ▲ 출신교=광신상고~경희대 ▲ 프로선수 경력=대전 현대(1997~1998) ▲ 지도자 경력=인천 신세기 빅스 코치(1999~2001), 인천 SK 빅스 코치(2001~2003), 인천 전자랜드 코치(2003~2004), 울산 현대모비스 코치(2004~2013), 용인 삼성생명 감독(2015~현재)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