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성 들어오자 라건아 눈빛이 달라졌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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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예선 레바논에 끌려가다 이대성 질식수비-속공으로 대추격
라건아도 3Q 12점 살아나 역전극… 5연승 조 2위 올라 본선행 청신호

레바논 높다 한들… 한국 남자 농구 국가대표팀 이대성이 29일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서 열린 국제농구연맹(FIBA) 농구 월드컵 아시아 예선 레바논과의 경기에서 골밑슛을 시도하고 있다. 2쿼터에 교체 투입된 이대성은 끈질긴 수비와 알토란 같은 공격(11득점)으로 역전승의 주역이 됐다. 부산=뉴시스
레바논 높다 한들… 한국 남자 농구 국가대표팀 이대성이 29일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서 열린 국제농구연맹(FIBA) 농구 월드컵 아시아 예선 레바논과의 경기에서 골밑슛을 시도하고 있다. 2쿼터에 교체 투입된 이대성은 끈질긴 수비와 알토란 같은 공격(11득점)으로 역전승의 주역이 됐다. 부산=뉴시스
경기 전 “내 얼굴을 보면 다시는 뛰고 싶지 않게 하겠다”는 각오를 전했던 이대성(현대모비스·28)의 ‘질식수비’가 이끈 승리였다.

한국이 29일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서 열린 국제농구연맹(FIBA) 농구 월드컵 아시아 예선 레바논전에서 84-71 역전승을 거두고 최근 5연승을 달렸다. E조 2위(7승 2패)에 오른 한국은 12월 2일 요르단(5승 4패)을 포함해 3경기를 남겼는데 조별리그를 3위 이내로 마치면 본선에 오른다.

이대성은 이날 2쿼터에 교체 투입되자마자 상대 코트 맨 끝부터 한국 골대 밑까지 ‘풀코트 수비’로 레바논 공격의 숨통을 조였다. 하지만 한국은 전반 내내 레바논의 높이와 파워에 밀려 공격-수비 모두 원활히 돌아가지 않았고 27-35로 레바논에 끌려간 채 전반을 마무리했다.

3쿼터 들어 한국은 이대성의 폭풍 수비 이후 이어진 속공으로 빠르게 점수차를 지웠다. 이대성의 폭발적인 활동량에 이은 팀 동료 라건아(29·현대모비스)와의 2대2 플레이도 빛을 발했다. 그 덕분에 전반전 2득점, 2리바운드로 무기력했던 라건아는 3쿼터에만 12득점을 올렸고 결국 경기 종료까지 라건아다운 기록(23득점 13리바운드)을 완성했다.

4쿼터 초반 김선형의 스틸-이대성의 어시스트-라건아의 덩크로 이어진 물 흐르는 듯한 플레이는 라건아의 기를 완전히 살리는 동시에 레바논의 추격 의지를 꺾어버렸다. 라건아는 경기 후 이대성에게 “전반전에 스위치가 꺼져 있었는데 네 에너지가 내 스위치를 켜줘서 신나게 할 수 있었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한국은 전반전 13-28로 크게 뒤진 리바운드 싸움도 40-38로 앞선 채 마무리했다. 교체 선수로 대표팀에 뒤늦게 탑승한 이대성은 “내가 30∼40분 뛰는 것도 아니고 대표팀 기회가 아무에게나 오는 것도 아니니까 죽도록 뛰어야겠다고 생각했다. 5분만 뛴다는 생각으로 뛰었다”고 말했다.

후반 살아난 공격에 대해서 그는 “사실 오늘 경기 전에 (현대모비스 유재학) 감독님이 오시는 걸 알아 약간 부담이 됐다. 국가대표 경기라고 떨리는 건 없었는데 레바논보다 감독님이 더 의식되더라(웃음). 사실 오늘도 2쿼터에 2개 정도 라건아에게 속공 줄 수 있는 상황에서 자신 있어서 그대로 레이업을 올렸는데 안 들어갔다. 관중석을 보니 아니나 다를까 감독님이 ‘줬어야 된다’고 하시길래 고개 끄덕였다. 대표팀 오면 감독님 레이저를 안 받을 줄 알았는데 저는 감독님 손바닥 안에 있는 것 같다”며 웃었다.

당초 대표팀 최종 12명 엔트리에서 탈락한 뒤 안영준(23·SK)의 부상으로 대체선수로 합류한 이대성의 활약에 김상식 대표팀 감독은 “왜 (안영준과) 같은 포워드 포지션 안 뽑았냐는 말이 있었는데 이대성의 수비와 공격력이면 195cm 이상 선수들도 충분히 막을 수 있겠다 싶어서 당연히 뽑았다. 오늘도 경기력이 나와줘서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수비 분위기를 주도한 이대성은 26분 8초 동안 3점슛 3개를 꽂으며 11점을 보탰다.
 
부산=임보미 기자 bom@donga.com
#남자 농구#국가대표팀#이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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