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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농구 남북 단일팀, 은메달로 결실 맺은 ‘평화의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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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농구 남북 단일팀, 은메달로 결실 맺은 ‘평화의 여정’

뉴시스입력 2018-09-01 20:28수정 2018-09-01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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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이 손을 잡고 이어간 ‘평화의 여정’이 여자농구 은메달로 결실을 맺었다.

이문규 감독이 이끄는 여자농구 남북 단일팀은 1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겔로라 붕 카르노(GBK) 스포츠 콤플렉스의 농구장에서 열린 중국과의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농구 결승전에서 65-71로 분패했다.

‘코리아(Unified Korea)’로 함께 손발을 맞춘 지 딱 한 달 만에 은메달이라는 성과를 일궜다.

여자농구의 메달은 이번 대회 단일팀의 4번째 메달이다. 남과 북은 이번 대회에서 여자농구와 카누 용선, 조정 세부 3개 종목에서 단일팀을 꾸렸다. 앞서 카누 용선에서 여자 500m 금메달, 남자 1000m 동메달, 여자 200m 동메달이 나왔다.

국제종합대회 단체 구기종목으로 따지면 여자농구의 은메달이 첫 메달이다.

비록 ‘만리장성’을 넘지 못해 단일팀 두 번째 금메달을 수확에는 실패했지만, 길지 않은 시간에 손발을 맞춰 귀중한 메달을 획득하며 새로운 역사를 써냈다.

이번 대회 농구에서는 여자농구만 단일팀이 구성됐다. 다른 종목과 달리 여자농구는 남북 선수들이 미리 만날 기회가 있었다. 6월 남북 체육회담에서 7월 3~6일 평양에서 통일농구대회를 개최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통일농구대회에서 남북 선수들은 혼합 경기와 남북 친선 대결을 통해 친목을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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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측 선수들을 직접 지켜본 이 감독과 대한농구협회는 남측 선수 9명에 북측 선수 3명을 더해 최종 엔트리 12명을 꾸리기를 원했고, 북측에 로숙영과 장미경, 리정옥을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북측은 로숙영, 장미경에 리정옥 대신 김혜연을 포함한 3명을 합류시켰다.

단일팀이 본격적으로 손발을 맞추기 시작한 것은 8월2일부터다. 카누와 조정의 경우 지난달 29일 북측 선수들이 내려와 7월 31일부터 훈련을 시작했지만, 여자농구는 남측 선수들이 대만에서 개최된 존스컵에 출전하느라 조금 늦어졌다.

한 차례 만남이 있었다고 해도 길지 않은 시간 동안 해결할 숙제는 많았다. 자카르타 출국까지 열흘 남짓 남은 상황에서 한시라도 빨리 손발을 맞춰 조직력을 다져야 했다. 작게는 서로 다른 농구용어에 적응하는 것이 필요했다. 북측에서는 리바운드를 ‘판공 잡기’, 패스를 ‘연락’, 슛을 ‘투사’, 트레블링 바이얼레이션을 ‘걷기 위반’, 자유투를 ‘벌 넣기’라고 부른다.

자카르타로 떠나기 전까지 진천 선수촌에서 단일팀이 함께 훈련한 것은 12일 동안이었지만, 단일팀은 조직력을 다지는데 총력을 다했다. 용어가 다른 부분은 북측 선수들이 시험까지 보면서 익히고, 우리 선수들도 북측 용어를 숙지하면서 해결했다.

하나로 뭉친 단일팀은 광복절인 8월 15일 A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인도네시아를 108-40으로 완파했다. 국제종합대회 단체 구기종목에서 단일팀이 거둔 첫 승이다.

남북이 국제종합대회 단체 구기종목에 단일팀을 내보낸 것은 올해 2월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팀이 처음이다. 여자 아이스하키는 다른 국가들과 수준 차이를 보이며 5전 전패를 기록, 승리를 맛보지 못했다.

아시아 올림픽평의회(OCA)도 “아시안게임 사상 최초로 여자농구 단일팀을 구성한 남북의 협력과 통합에 찬사를 보낸다”며 “한반도가 평화로 가는 과정에 아시안게임이 기여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매우 자랑스럽고 기쁘게 생각한다. 여자농구 단일팀은 사람들을 통합하는 스포츠의 힘을 입증했다”고 극찬했다.

위기도 있었다. 단일팀은 대만과의 조별리그 2차전에서 소통의 어려움, 지나친 주전 의존도, 허술한 조직력, 외곽슛 침묵 등의 문제를 노출하며 연장 끝에 졌다.

하지만 단일팀은 조별리그 나머지 경기를 모두 이기고 3승 1패를 기록, A조 2위로 8강에 진출했다. 8강에서는 약체 태국을 43점차로 완파하고 준결승에 합류했다.

준결승 상대는 조별리그에서 패배를 안겼던 대만이었다. 그러나 조별리그 때와 달랐다. 미국여자프로농구(WNBA) 라스베이거스 에이시스에서 뛰던 박지수가 일정을 모두 마치고 단일팀에 합류했다. 박지수와 손발을 맞출 시간은 턱없이 부족했으나 ‘천군만마’를 얻은 단일팀은 대만을 89-66으로 가볍게 제압, 통쾌한 설욕전을 펼치며 결승에 진출했다.

결승 상대는 아시아 최강 중국이었다. 객관적인 전력상 열세였다. 국제농구연맹(FIBA) 랭킹에서 중국은 10위다. 한국은 16위고, 북한은 56위다.

심판의 콜도 다소 불리했다. 로숙영에 대한 파울콜이 특히 아쉬웠다.

하지만 단일팀은 똘똘 뭉쳐 대등한 경기를 이어갔다. 쉽게 지지 않았다. 끝까지 중국을 위협하며 끈질긴 모습과 단합심을 자랑했다.

이번 대회에서 북측 선수들이 합류해 시너지 효과가 기대됐다. 특히 득점력을 갖춘 로숙영의 합류가 기대되는 부분이었다. 로숙영과 박지수가 이루는 ‘더블 포스트’에 기대를 거는 이들이 적잖았다.

박지수가 없던 조별리그와 8강전에서 단일팀 골밑을 책임진 로숙영은 준결승에서 박지수와 함께 골밑을 든든히 지키며 가능성을 엿보이게 했다. 로숙영은 대만전에서 17득점 3리바운드를 기록하는 등 폭발적인 득점력을 자랑했다. 박지수는 첫 출전이었던 대만과의 준결승에서 10점 11리바운드 3블록슛으로 활약했다. 결승에서는 팀 패배 속에서도 15득점 13리바운드 6블록슛을 기록하며 중국의 장신숲에서 고군분투했다.

주장으로서 남북 선수들을 모두 아울러 하나의 팀으로 만든 임영희(아산 우리은행)의 공도 빼놓을 수 없다. 코트 안팎에서 ‘맏언니’로서 노릇을 톡톡히 해냈다. 준결승, 결승에서 각각 17점, 24점을 올리며 맹활약을 선보였다.

남북이 하나가 돼 메달을 합작한 여정은 그야말로 평화로 가는 길이었다. 우리나라 대표 가드 박혜진(우리은행)의 패스를 받아 로숙영이 슛을 성공시키는 모습, 박지수와 로숙영이 함께 골밑을 지키는 장면 등은 자체로도 감동을 안겼다.

경기 때마다 한반도기를 들고 응원전을 펼친 응원단의 모습도 전 아시아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OCA는 단일팀의 첫 경기에서 김일국 북한 체육상과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나란히 앉아 경기를 관전하는 모습을 중요한 순간으로 꼽기도 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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