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마크 아픔 잊고 심기일전하는 전자랜드 정효근

  • 스포츠동아
  • 입력 2018년 7월 19일 10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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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효근.
인천 전자랜드 주전포워드 정효근(25·202㎝)에게 지난 열흘은 참으로 아팠던 시간으로 기억된다. 이유는 하나. 눈앞으로 다가왔던 2018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승선이 좌절됐기 때문이다. 대한민국농구협회가 9일 발표한 12인 최종엔트리에서 정효근의 이름 석 자는 찾아볼 수 없었다.

마지막 문턱에서 고배를 마신 정효근은 쉽게 마음을 추스르지 못했다. 본인은 물론 주위에서도 최종엔트리 탈락을 예상하지 못했던 터라 충격은 더욱 컸다. 그러나 새 시즌을 앞둔 시점에서 더 이상 넋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프로의 세계는 어느 곳보다 잔인하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고 있었다.

아시아 5개국 클럽대항전 ‘서머슈퍼8(Summe Super 8)’이 한창인 19일(한국시간) 마카오 동아시안게임돔에서 만난 정효근은 “섭섭하고 아쉽지 않다면 이는 거짓말”이라고 했다. 씁쓸하게 입맛을 다신 뒤에는 “처음 탈락 소식을 들었을 때는 복잡한 심경이었지만, 이제는 더 이상 미련을 두려고 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도 태극마크를 달면서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탈락에 대한 후회는 없다”고 털어놓았다.

정효근은 최근 농구국가대표팀 승선과 하차를 반복했다. 치열한 포지션 경쟁 속에서 벤치에 머물 때가 많았지만 실망하거나 게으름을 피우지는 않았다. 언제든 코트를 밟는다는 생각에 최상의 몸 상태를 유지했던 이가 정효근이었다.

선배들 곁에서 제몫을 다하던 정효근에게 뜻밖의 좌절이 찾아온 때는 이달 초 북한 평양에서 열린 통일농구였다. 정효근은 “평양에 갈 때만 해도 별다른 걱정이 없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북한을 가본 터라 볼거리와 먹을거리 즐기기에 바빴다. 경기장으로 이동하면서는 평양 구경에 시간 가는 줄 몰랐고, 원정 첫 날 옥류관에 가서는 평양냉면을 세 그릇 해치웠다”고 멋쩍게 웃었다.

이처럼 웃음이 가득하던 평양 원정 마지막 날. 정효근은 허재 감독으로부터 예상치 못한 소식을 접한다. 최종엔트리에 들지 못하게 돼 이달 대만에서 열리는 윌리엄존스컵부터 합류할 수 없다는 비보였다.

정효근은 “최근 들어 출전시간도 늘어나고 있던 터라 탈락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었다. 실망도 컸고, 아쉬움도 컸다”면서 “사실 지난해 부름을 받았을 때는 휴가기간 직후라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정말 좋은 몸 상태로 훈련과 대회에 임했다”고 아쉬워했다. 탈락 이유에 대해 조심스럽게 묻자 “아무래도 허재 감독님이 추구하시는 농구와 나의 스타일이 맞지 않았다는 생각이다. 감독님께서는 스몰포워드가 외곽 플레이에도 적극적으로 가담하길 바라셨는데 나는 안쪽을 더 파고드는 유형에 가깝다”고 덧붙였다.

귀국 직후 쉽게 마음을 다잡지 못해 유도훈 감독에게 전화를 걸어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는 정효근.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더 이상의 미련을 남지 않게 됐다. 최고의 동료들과 함께 동고동락하며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다.

한양대 입학 전까지 한 번도 청소년대표로 뽑히지 못해 태극마크가 누구보다 간절했다는 정효근은 이제 아픔을 잊고 새 시즌 준비에 돌입한다. 마카오에서 한창인 서머슈퍼8이 그 첫 발걸음이다.

인터뷰 말미 정효근은 “최종엔트리 탈락 이후 다시 팀에 돌아와 무언가를 보여주려다가 상무와의 연습경기에서 20분 동안 무득점을 했다. 개인적으로 깨달음이 많은 경기였다. 다시 정신을 차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원래 말만 번지르르하게 목표를 잡는 허울뿐인 각오를 싫어한다. 이제 과거는 잊고 올 시즌을 통해 모든 이들이 인정하는 포워드로 거듭나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마카오 |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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