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코치로 7번씩 우승… 이번이 가장 힘들어”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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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연속 통합 챔프 우리은행 전주원 코치 “시즌 중엔 中2 딸 볼 틈 없어 항상 미안”

21일 여자프로농구 통합 우승 6연패를 확정지은 뒤 선수들에게 헹가래를 받고 있는 우리은행 전주원 코치(위). WKBL 제공
21일 여자프로농구 통합 우승 6연패를 확정지은 뒤 선수들에게 헹가래를 받고 있는 우리은행 전주원 코치(위). WKBL 제공
선수로 7번, 코치로 7번. 14번이나 우승을 맛봤다. 이쯤 되면 정상에 올라도 그저 덤덤한 기분이 들지 않을까. 하지만 여자프로농구 통합 우승 6연패를 이룬 뒤 선수들에게 헹가래를 받는 우리은행 전주원 코치(46)의 표정은 처음 겪은 일인 것처럼 한껏 들떠 보였다.

전 코치는 “우리은행 와서 6번 우승했는데 이번이 가장 힘들었다. 그래서 더 기쁨이 컸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정상을 지켜야 한다는 부담이 컸다. 외국인 선수를 4번이나 바꾸면서 시즌 내내 삐거덕거렸다”고 설명했다.

위기가 기회라는 말은 우리은행에도 적용됐다. “악재가 반복되면서 선수들 사이에 어디 한번 해보자는 오기가 생기더라고요. 새로 합류한 김정은은 우승에 목말라 있던 선수여서 타성에 젖기 쉬운 기존 선수들에게 자극이 됐어요. 최고참 임영희를 비롯해 선수 전원이 정은이가 우승하고 최우수선수(MVP)가 되면 소원이 없겠다고 말할 정도였어요.”

우리은행 통합 6연패를 이끈 전주원 코치가 선수 때부터 모아둔 12개의 우승 반지. 전 코치는 선수와 지도자로 14차례 우승을 맛봤다. 현대 시절 한 번 우승 반지를 제작하지 않았으며 이번 우승으로 받게 될 반지는 곧 주문에 들어간다. 전주원 코치 제공
우리은행 통합 6연패를 이끈 전주원 코치가 선수 때부터 모아둔 12개의 우승 반지. 전 코치는 선수와 지도자로 14차례 우승을 맛봤다. 현대 시절 한 번 우승 반지를 제작하지 않았으며 이번 우승으로 받게 될 반지는 곧 주문에 들어간다. 전주원 코치 제공
전 코치는 1991년 선일여고 졸업 후 20년 동안 선수로 뛰며 코트를 주름잡았다. 코치로는 2012년 신한은행의 우승을 거든 뒤 우리은행으로 옮겨 위성우 감독, 박성배 코치와 황금기를 맞았다. 코치로 일하면서도 체력 유지를 위해 매일 오전 1시간씩 체육관을 걷고 청량음료는 입에도 대지 않을 만큼 철저한 자기관리를 하고 있다.

여자프로농구 6개 구단에는 3명의 여성 지도자가 있지만 기혼자는 전 코치가 유일하다. 딸 하나를 둔 그는 “올해 아이가 호환마마보다 무섭다는 중 2가 됐다. 엄마가 시즌 때는 거의 밖에 있어 할머니가 봐주시다 보니 항상 미안하다”고 말했다.

전 코치는 딸이 경기장에 오면 이기는 날이 많다고 했다. “1차전 때도 응원을 와 이겼어요. 아이가 3차전 때는 공부 때문에 못 온다고 미안해하기에 꼭 이겨 빨리 다시 만나자고 했는데 그 약속을 지켰네요.”

모든 손가락을 다 채우고도 남는 12개의 우승 반지를 선보이고 있는 우리은행 전주원 코치.
모든 손가락을 다 채우고도 남는 12개의 우승 반지를 선보이고 있는 우리은행 전주원 코치.
전 코치는 늘 정해진 시간(오후 10시)에 20분가량 딸과 통화를 하며 하루 일과를 마감하고 있다. “요즘은 뭘 물으면 ‘나에 대해 뭐가 그렇게 궁금하냐’고 대꾸할 때가 많아요. 이제 시즌이 끝났으니 가족여행 가려고 하는데 애가 워낙 바빠 응할지 모르겠네요. 호호.”

전날까지 코트에서 선수들을 독려하던 전 코치는 어느새 사춘기 딸을 둔 엄마가 돼 있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여자프로농구#전주원 코치#여자프로농구 우리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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