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 이적… 서른한 살 그녀, 눈물의 첫 챔프반지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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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농구 MVP 우리은행 김정은

우리은행, 6연속 통합우승 위업 여자프로농구 우리은행이 통합 6연패의 대업을 달성했다. 우리은행 선수단이 21일 청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신한은행 2017∼2018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5전 3선승제) 3차전에서 KB스타즈를 꺾고 3연승으로 우승을 확정한 뒤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기뻐하고 있다. 청주=김민성 스포츠동아기자 marineboy@donga.com
우리은행, 6연속 통합우승 위업 여자프로농구 우리은행이 통합 6연패의 대업을 달성했다. 우리은행 선수단이 21일 청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신한은행 2017∼2018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5전 3선승제) 3차전에서 KB스타즈를 꺾고 3연승으로 우승을 확정한 뒤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기뻐하고 있다. 청주=김민성 스포츠동아기자 marineboy@donga.com
서른 살 넘어 잔치가 시작됐다.

여자프로농구 김정은(31·우리은행)이 2005년 데뷔 후 13년 만에 첫 챔피언결정전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의 영광은 보너스였다. 총 84표 중 53표를 받고 MVP 트로피를 손에 쥔 김정은은 우리은행 동료들을 향해 큰절을 올렸다.

21일 청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7∼2018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우리은행-KB스타즈 3차전. 4쿼터 종료 30초를 넘게 남기고 75-57로 벌어진 스코어에 우리은행 선수들은 일찌감치 공격 의사를 접었다. 코트 위 우리은행 선수들은 두 손을 들고 환호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김정은은 홀로 코끝이 빨개졌다. 이내 얼굴은 눈물범벅이 됐다.

‘프로우승러’ 우리은행 선수들 틈에서 김정은은 초보 우승자 티를 단단히 냈다. 김정은은 “끝나고 기념으로 골망을 자르려고 하는데, 어디를 잘라야 할지 몰라 당황했다”며 웃었다.

“버저가 울리지도 않았는데 울컥해서 감정을 추스르느라 힘들었다. 남들이 봤을 땐 촌스러울 수도 있지만 13년의 과정이, 특히 이전 2년 동안 부상 때문에 너무 힘들었다. 열심히 한다고 아무리 발버둥 쳐도 성적과는 거리가 먼 선수라 자괴감이 컸다. 부상까지 겹치니까 ‘그만해야 하나’ 포기를 떠올리기도 했다. 선수로서 가치가 올랐을 때 이적해 우승했으면 이렇게까지 기쁘진 않았을 것 같은데 ‘퇴물, 한물갔다, 먹튀’란 소리를 들을 정도로 바닥을 쳤었던 선수이지 않나. 좋은 팀, 감독님 만나 우승할 수 있어 더 값진 것 같다.”

올 시즌을 앞두고 우리은행이 KEB하나은행으로부터 자유계약선수(FA)가 된 김정은의 영입을 밝혔을 때만 해도 김정은에게는 많은 물음표가 붙어 있었다. 이전 2년간 김정은은 무릎 부상에 시달려 출전시간이 반 토막 났다. 하지만 올 시즌 김정은은 정규시즌에서 어깨 부상으로 빠진 한 경기를 제외하고는 모두 출전했고 챔피언결정전에서도 2차전 2분 4초 쉰 것을 빼고는 1, 3차전 40분 모두 코트를 누비며 평균 13.3점을 올렸다.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은 챔피언결정전에서 김정은의 활약을 두고 “내 선택이 틀리지 않았구나 느낄 수 있었다. 대표팀 때 봤던 내가 아는 김정은이라면 충분히 재기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선수들 말로는 처음 와서 매일 울었다고 하는데, 결국 그렇게 해서 자기가 이루고 싶었던 걸 이룬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김정은은 “처음 우리은행에 와서 시즌 초반 2연패를 당하고 ‘나는 진짜 불운의 아이콘인가 보다’ 생각했다. 게다가 팀의 미래를 내주고 한물간 선수 받아왔다고 감독님이 비난을 받더라. 누가 될까 봐 시즌 내내 괴로웠지만 오히려 그게 더 동기부여가 됐던 것 같다”고 말했다.

김정은은 내일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 이유가 참 ‘우리은행’스럽다.

“너무 행복한데 선수들이 그런 얘기도 하더라고요. 우승하면 그 순간은 정말 행복한데 훈련할 거 생각하면 너무 고통스럽다고. 내일이 안 왔으면 좋겠어요.”

청주=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여자프로농구#우리은행#김정은#챔피언 결정전 우승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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