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단장이 오로지 이상범 감독만 바라본 이유

  • 스포츠동아
  • 입력 2018년 3월 13일 14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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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스포츠에서 감독의 존재는 매우 중요하다. 남자 프로농구 원주 DB를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 정규리그 우승으로 이끈 이상범(49) 감독은 농구에서 감독의 중요성이 얼마나 높은지를 일깨운 인물이다.

당초 최하위 후보로 꼽혔던 DB가 정규리그 우승을 한데에는 코칭스태프와 선수간의 상·하 관계를 깬 이 감독의 파격적인 지도 방식이 크게 한 몫을 했다.

지난 2016~2017시즌을 마친 뒤 사령탑 교체를 결정한 DB는 처음부터 이 감독이 ‘영입 1순위’였다. DB의 신해용 단장은 이전부터 이 감독의 지도방식을 매우 높게 사고 있었다. 신 단장은 “한번은 인터넷 검색 중 이 감독에 대한 글을 보게 됐다. 선수기용을 할 때 해당 선수에게 명확한 이유를 설명해준다는 점을 보고 ‘참 좋은 지도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선수들은 뛰지 못하면 불만을 갖는다. 하지만 이 감독은 그에 따른 타당한 이유를 설명해서 선수들을 납득시키는 방식으로 지도를 하더라. 그 글을 읽고 무조건 이 감독을 영입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이 감독은 KGC감독 시절이던 2011~2012시즌 통합우승을 노리던 DB를 챔피언결정전에서 무너뜨린 바 있다. 뼈아픈 패배를 안겼던 지도자를 감독으로 영입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신 단장은 “구단 역사에 있어서는 아픈 기억이지만 더 좋은 팀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이 감독이 필요했다. (김정남) 구단주 역시 흔쾌히 동의해주셨다. 오히려 다른 구단이 이 감독을 영입해 갈까봐 마음을 졸였다”며 웃었다.

구단주의 승인이 떨어지기 무섭게 신 단장은 한순철 전 사무국장을 이 감독이 머물고 있는 일본 도쿄로 보냈다. 당시 이 감독은 창원 LG의 감독 후보군이기도 했다. DB는 오로지 이 감독만을 바라봤고 결국 계약서에 사인을 했다. 이는 올 시즌 꼴찌 후보로 꼽혔던 DB가 기적적으로 정규시즌 우승컵을 가져가는 단초가 됐다.

이 감독은 “나를 가장 필요로 하는 팀이 DB였다, 구단주, 단장, 사무국장까지 내게 구단 운영 전권을 맡기고 신뢰를 보내주셨다. 그것이 내가 팀을 이끌 수 있는 힘이었다”고 말했다.

신 단장은 “한국 농구는 모든 것이 감독 중심이다. 그것은 감독만 행복한 농구 밖에 안된다고 생각한다. 감독 뿐 아니라 선수도 행복해야 재미있는 농구를 할 수 있고, 그 재미가 팬들에게 전달이 될 수 있다. 올 시즌 우리 팀은 감독, 선수, 팬들이 모두 행복한 농구였다고 생각한다. 우승보다 더 값진 결실이다. ‘행복한 농구’하는 팀을 만든 이 감독이 자랑스럽다”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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