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불신 시대…새 수뇌부, 운명 건 ‘개혁 덩크슛’을 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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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1월 1일 05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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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L은 2018년 새로운 패러다임을 맞이한다. 새 총재 선임을 필두로 새로운 수뇌부가 출범할 것으로 보이는 KBL에 어떤 변화의
 바람이 불지 주목된다. 2016년 12월 31일 고양실내체육관에서 열렸던 SK-오리온의 ‘송구영신 매치’ 모습.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KBL은 2018년 새로운 패러다임을 맞이한다. 새 총재 선임을 필두로 새로운 수뇌부가 출범할 것으로 보이는 KBL에 어떤 변화의 바람이 불지 주목된다. 2016년 12월 31일 고양실내체육관에서 열렸던 SK-오리온의 ‘송구영신 매치’ 모습.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 무술년, 프로농구 이것만은 꼭

외인 출전쿼터·20주년 리셉션 불통 증거
‘송구영신 매치’같은 과감한 마케팅 필요
일관성없는 판정·홈콜 등 심판불신 심각
200cm 이하 신장제한 등은 변화 불가피


남자프로농구는 2018년 새로운 시대를 맞이한다. KBL 이사회는 지난해 10월, 10개 구단이 돌아가면서 연맹 총재사를 맡기로 의결했다. 울산 현대모비스를 첫 번째 총재 구단으로 선정했다. 현대모비스 구단은 2017∼2018시즌이 종료 된 이후 새 총재를 추대할 예정이다. 기존 김영기 총재, 이성훈 사무총장 체제의 수뇌부가 싹 바뀌고 사무국 개편 등 대대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새로운 출발점에 서는 KBL은 풀어야 할 과제가 잔뜩 쌓여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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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맹·구단 간 소통 절실

2014년 김영기 총재가 부임하면서 KBL은 이성훈 사무총장, 이재민 경기본부장 체제로 구성됐다. 세 명 모두 농구인 출신이라는 점에서 기존의 수뇌부에 비해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것이라는 큰 기대를 받았다.

결과는 반대였다. 오히려 더 귀를 더 닫았다. 소통이 전혀 되지 않았다.

현장의 뜻을 반영하지 않은 채 외국인선수 출전쿼터를 확대(기존 2인 보유 1인 출전→2인 보유 2인 두개 쿼터 동시출전)한 것을 시작으로 경기 안팎으로 엇박자가 났다.

지난해 2월1일 안양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출범 20주년 리셉션은‘불통’이 만들어 낸 대표적인 사례다. KBL은 KGC와 삼성의 경기에 앞서 안양체육관 보조체육관에서 리셉션을 열었는데, 프로스포츠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팬이 쏙 빠졌다. 역대 KBL 총재를 비롯해 프로농구 20년을 함께한 연맹, 구단 관계자들의 얼굴을 오랜만에 볼 수 있었던 자리였지만 ‘그들만의 잔치’였을 뿐이었다. 한 구단관계자는 “20주년 행사를 대대적으로 할만한 예산이 없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렇다고 해도 이건 아닌 것 같다. 각 구단과 조금씩 상의만 했었어도 적은 금액으로 좋은 효과를 누릴 수 있는 방법이 있었을 텐데…”라며 아쉬워했는데, 이 같은 의견이 대다수였다.

최근 몇 년간 이어지고 있는 관중감소, 농구 인기하락에 대처하기 위한 마케팅에도 변화가 절실하다. 현 KBL 수뇌부는 예산부족을 이유로 과감한 투자와 마케팅에 몸을 사렸다.

그 와중에서도 2년 연속으로 ‘흥행대박’이 난 송구영신 매치는 KBL과 구단 간의 소통이 만들어낸 결실이다. 회의를 통해 우연하게 오고간 이야기가 토론, 아이디어 회의 등을 거쳐 프로농구의 흥행카드로 발전했다.

김 총재 역시 송구영신매치는 적극적인 지지를 해 경기시간을 변경하는 데 힘이 실릴 수 있었다. 송구영신매치의 성공은 아무리 농구인기가 하락세라고 해도 대중의 관심을 살만한 요소가 있다면 흥행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희망을 준 사례다. 또 다른 관계자는 “수뇌부의 생각에만 한정될 일은 아니다. 젊은 직원들로부터 획기적인 생각이 많이 나온다. 새 총재 체제에서는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체계가 만들어지길 바란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스포츠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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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판 불신의 시대, 반드시 극복해야

심판판정 문제는 프로농구 흥행을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할 문제다.

김 총재는 취임 기자회견 때부터 심판판정 문제를 개선해나가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나타냈지만, 해결책을 찾지는 못했다. 심판부를 경기본부에 별도로 편성시키고 국제농구연맹(FIBA) 심판 교육관을 정기적으로 초청해 교육을 하는 등 전문성을 높이는 방안도 모색했다. KBL심판들이 올림픽과 국제농구연맹(FIBA) 주관 대회의 심판으로 파견되는 등 외부적인 모양새는 제법 갖춘 듯 했지만, 정작 리그에서의 문제점은 갈수록 커졌다. 심판들의 기량 문제를 떠나 일관성 없는 판정기준, 홈콜, 소통과 관련해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홈콜은 2시즌 전부터 내내 화두였다. KBL수뇌부는 2015∼2016시즌을 앞두고 감독들과의 모임에서 홈경기 승률을 언급했는데, 이후 실제로 심판들의 판정이 홈팀에 너무 유리한 방향으로 기울자 논란이 불거졌다. 홈콜의 심각성이 높아져 질타를 받으면 한동안 잦아졌다가 다시 바뀌는 등 여론에 따라 판정기준이 흔들려 심판-감독·선수간의 신뢰는 갈수록 무너졌다.

소통이 되지 않는다는 점은 심판부도 매한가지였다.

FIBA룰은 판정의 항의는 해당 팀의 주장만이 심판에게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KBL심판들은 아예 이 규정에 숨어버렸다. 감독, 선수가 판정을 놓고 단순한 설명만 요구해도 뒷짐을 지고 ‘물러나라’는 제스처만 취했다. 항의로 이어지면 곧바로 테크니컬 파울을 선언해버렸다. 올 시즌을 앞두고는 판정기준의 설명과 대화가 오가야 할 연습경기에서 조차 심판이 선수에게 테크니컬파울을 주는 일이 발생했다.

A구단 감독은 “심판이 자기가 내린 판정에 확신이 없는 것 같다. 확신이 있으면 그에 대한 설명을 할 수 있을 것 아닌가”라며 한숨을 쉬었다.

또한 두 시즌 째 이어지고 있는 심판 부족문제 및, 이들의 처우개선 등도 새로운 수뇌부가 풀어나가야 할 문제다.

사진제공|KBL
사진제공|KBL

● 말 많은 외국인선수제도에도 손댈까?

외국인선수제도는 프로농구 출범이래 가장 변화가 많았던 제도다.

2∼3년이 멀다하고 출전·선발방식에 변화가 생겼다. 2015∼2016시즌부터는 김 총재가 각 구단에 단신 테크니션 영입을 유도하기 위해 2명의 선수 가운데 1명은 193cm이하의 선수로 선발하도록 변화를 줬다.

2017∼2018시즌 외국인선수제도는 다시 한 번 바뀐다. KBL이사회는 선수 선발의 폭을 넓히기 위해 기존 트라이아웃 방식에서 자유계약제로 영입방식을 바꿨다. 각 구단은 70만 달러 이내의 금액에서 2명의 선수를 선발할 수 있다. 신장제한은 더 낮췄다. 기존에는 장신선수의 신장제한이 없었지만, 다음 시즌의 경우 장신선수는 200cm이하, 단신선수는 186cm이하만 뽑도록 결정을 내렸다. 이번 신장제한 변화 역시 김 총재의 뜻이 반영됐다. 193cm이하에서는 언더사이즈 빅맨을 선발하는 팀이 나오자 이를 더 낮춰버렸다.

200cm가 넘는 데이비드 사이먼(KGC·203cm), 로드 벤슨(DB·207cm), 찰스 로드(KCC·201cm), 버논 맥클린(오리온·203cm) 등은 이 제도가 유지된다면 국내무대에서 볼 수 없다. 안드레 에밋(KCC·191cm), 디온테 버튼(DB·192cm) 등은 장신선수로 분류된다. 각 구단의 외국인선수 스카우트 기준이 완전히 바뀔 수밖에 없다. 이 역시 현장의 목소리와는 완전히 다른 방향이다.

단신테크니션 영입을 강조했던 김 총재가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신장제한변경은 명분자체가 사라졌다. 이에 따라 새 총재가 취임할 경우, 이번 신장제한변경이 아예 반영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이와 관련해 구단의 의견이 엇갈린다. B구단 관계자는 “신장제한(장신 200cm이하·단신186cm이하)을 정해놓은 상태에서 이미 외국인선수 스카우트를 시작한 팀도 있다. 갑자기 바꾸기는 어렵지 않겠나. 바꿔도 다음시즌부터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고 말한 반면, C구단관계자는 “이미 명분이 사라진 신장제한이다. 한 시즌만하고 또 제도를 바꾸는 것 보다는 새로운 수뇌부가 들어섰을 때 장기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제도가 자리 잡아야 한다”며 제도변경을 지지했다.

외국인선수의 존재는 구단의 한 시즌을 좌우하는 요소이자 프로농구 판도를 바꾸는 변수인 만큼 합리적이고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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