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간 주희정,공부하는 크리스마스…“한국농구, 가드 아니면 드리블 못한다는 편견 버려야”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12월 26일 05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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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둥이 아빠’ 주희정이 올 성탄절 연휴만큼은 가족들과 함께하지 못했다. 지도자 연수를 위해 독일에서 연말연시를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연수 중인 독일 밤베르크 구단의 트린치에리 감독(왼쪽)과 팀 훈련이 끝난 뒤 기념사진을 찍은 주희정. 사진제공 | 주희정
‘다둥이 아빠’ 주희정이 올 성탄절 연휴만큼은 가족들과 함께하지 못했다. 지도자 연수를 위해 독일에서 연말연시를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연수 중인 독일 밤베르크 구단의 트린치에리 감독(왼쪽)과 팀 훈련이 끝난 뒤 기념사진을 찍은 주희정. 사진제공 | 주희정
팀 시스템 공부하러 獨 명문 밤베르크로
“한국은 패스 너무 많아 공격할 시간 없어”
트린치에리 감독, 세계농구의 흐름 조언
키 큰 선수의 드리블·슛 필요성도 깨달아


프로농구 레전드 주희정(40)은 네 아이의 아빠다. 2016∼2017시즌을 끝으로 현역생활을 마무리한 그는 은퇴 뒤 대부분의 시간을 가족들과 보내고 있다. 매일 아침, 저녁으로 아이들의 통학을 도우며 아빠노릇을 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 크리스마스는 가족과 함께 보내지 못했다. 홀로 독일에서 성탄절을 맞았다. 15일 지도자 연수를 위해 독일로 떠났기 때문이다. 당초 미국에서 연수를 계획했지만 유재학(54·현대모비스) 감독이 지인을 통해 유럽 연수를 추천하면서 방향을 틀었다. 개인능력이 좋은 선수들이 많은 미국보다는 유럽이 팀 시스템을 구상하기에 더 좋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 주희정을 위한 트린치에리 감독의 조언

현재 주희정은 독일 분데스리가 밤베르크 브로스 바스켓스의 훈련과 경기를 관전하고 있다. 밤베르크는 분데스리가에서 무려 9차례나 정상에 오른 명문 팀이다. 2014년 안드레아 트린치에리 감독 부임 이후 최근 3시즌 연속우승(2014∼2015, 2015∼2016, 2016∼2017)을 차지했다. 밤베르크는 자국 선수들은 물론이고 외국인선수 활용을 잘하기로도 유명한 팀이다.

주희정이 본 밤베르크는 시스템 속에서 선수의 응용력을 끌어내는 팀이었다.

그는 “기본적인 약속이나 틀이 있지만, 패턴 자체는 많지 않았다. 선수들이 상황에 맞게 응용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트린치에리 감독이 ‘한국 농구는 패스가 너무 많다’면서 40분 동안 펼쳐지는 농구에서 패스를 많이 해서는 공격할 시간이 없다. 패스 두, 세 번에 공격이 끝나야 한다고 조언해줬다”고 설명했다. 이는 세계농구의 흐름과 일치하는 부분이다.

팀의 운영시스템도 국내와는 많이 달랐다. 주희정은 “밤베르크가 미국 출신의 스킬 코치와 시즌단위 계약을 맺고 틈틈이 선수들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것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여기는 분데스리가 이외에 컵대회(유로리그)도 소화하기 때문에 정규리그 경기는 1주일에 1번 뿐이다. 일정상 여유가 있어 이런 부분도 가능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밤베르크는 지난시즌 분데스리가 우승팀 자격으로 유로리그에 출전 중이다.

밤베르크 팀의 홈경기를 관전한 주희정. 사진제공|주희정
밤베르크 팀의 홈경기를 관전한 주희정. 사진제공|주희정

● 체격조건? 그보다 기술

주희정은 “프랑크푸르트와의 정규리그 경기도 보고 레알 마드리드(스페인)와의 유로리그 경기도 관전했다. 다른 리그의 팀과 경기를 하니까 또 흐름이 달라지는 부분이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포인트가드가 치고 나가면서 공격 전개를 하는데, 유럽은 슈팅가드, 스몰포워드도 패턴 전개를 한다. 우리나라는 일단 ‘가드 아니면 드리블 못 한다’는 편견이 있는데, 이를 버려야 한다. 신체조건이나 개인능력 차이를 떠난 문제다. 우리나라는 어릴 때부터 키가 크면 골밑 플레이를 강조하는데, 그렇지 않다. 키 큰 선수도 드리블, 슈팅을 다양하게 익혀야 한다는 것을 여기에 와서 더 느꼈다”고 말했다.

팀 시스템 뿐 아니라 농구에 대한 팬들의 관심도 인상이 깊었다.

독일에서 농구는 축구 다음가는 인기 종목이다. 밤베르크는 4750명 수용이 가능한 브로스 아레나를 홈구장으로 사용하고 있다. 주희정은 “홈경기가 열리는 날은 이 곳에 축제가 열리는 것 같다. 체육관이 크지는 않지만, 빈자리 없이 꽉 찬다. 열기가 정말 부럽다”고 했다. 그는 1월말까지 독일에 머물면서 3∼4개 팀의 각각 다른 훈련에 참여하고 경기를 관전할 예정이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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