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켓볼 브레이크] 팬들과 함께 한 ‘해피 전준범데이’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12월 18일 05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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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모비스 팬들이 17일 원주종합체육관을 찾아 전준범의 등번호 17번이 새겨진 클리퍼를 들고 있다. 원정응원을 따라온 현대모비스 팬 40명은 이날 벌어진 ‘전준범데이’ 참가를 원한 팬 가운데 전준범이 직접 뽑았다. 원주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현대모비스 팬들이 17일 원주종합체육관을 찾아 전준범의 등번호 17번이 새겨진 클리퍼를 들고 있다. 원정응원을 따라온 현대모비스 팬 40명은 이날 벌어진 ‘전준범데이’ 참가를 원한 팬 가운데 전준범이 직접 뽑았다. 원주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매년 12월 17일, 팬이 만든 ‘전준범데이’
팬 40명 특별 초대…경기 후 기념촬영도
전준범 “크게 의식 안해, 팀 승리에 만족”

남자프로농구에는 ‘전준범데이’라는 특별한 이벤트가 존재한다. 해마다 12월17일 벌어지는 울산 현대모비스의 경기를 뜻한다.

사실 출발점은 썩 좋은 의미가 아니었다. 2014 년 12월 17일 현대모비스 전준범(26·194cm)은 서울 SK와의 원정경기에서 막판 어이없는 파울을 했다. 팀이 3점차로 앞서 SK에 2점을 허용해도 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전준범이 골밑 공격을 하는 애런 헤인즈를 향해 애매한 동작을 했다. 파울을 지적받았다. 헤인즈가 득점에 성공하며 추가 자유투가 주어졌다.

현대모비스 입장에서는 다 잡았던 승리를 놓칠 뻔했다. 공교롭게도 헤인즈가 추가 자유투를 놓쳐 경기는 그대로 끝났다. 전준범은 환호했다. 이 모습을 본 현대모비스 유재학 감독이 호통을 친 게 ‘전준범데이’ 탄생의 근원이다.

정확하게 1년 뒤 현대모비스와 서울 삼성과의 경기에서 비슷한 장면이 나왔다. 전준범은 경기 종료 10여초를 남기고 1점차로 팀이 앞선 상황에서 상대 선수에게 파울을 했다. 이번에는 현대모비스가 역전패를 당했다. 그러면서 ‘전준범데이’가 확정됐다.

현대모비스는 해마다 12월 17일 경기를 가질 수 있게 해달라고 KBL에 요청했다. 홈경기를 원했지만 이뤄지진 않았다. 대신 KBL은 시즌 일정을 확정할 때 12월 17일에는 반드시 현대모비스의 경기가 펼쳐지도록 배려하고 있다. 전준범의 등번호인 17번과도 잘 매치가 되는 날이다.

현대모비스 전준범. 사진제공|현대모비스
현대모비스 전준범. 사진제공|현대모비스

‘전준범데이’는 세상에 하나 뿐인 특별한 경기다. 특히 국내 프로스포츠에서 구단이나 리그를 관장하는 단체에서 특별하게 지칭한 게 아니라 팬과 언론들이 만들어낸 것이라 더 각별하다.

이 때문에 해마다 12월 17일이 다가오면 전준범에게 관심이 모아진다.

하지만 선수 본인은 적지 않은 부담감을 갖고 있다. 그는 “출발이 좋은 의미가 아니었다. 내 이름을 알릴 수 있는 것은 좋은데 특별하게 여겨지진 않았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냥 시즌 중의 한 경기일 뿐”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반응하는 편이다.

그래도 올해는 ‘전준범데이’를 맞아 특별 이벤트가 진행했다. 현대모비스는 12월 17일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리는 원주 DB와의 원정경기를 앞두고 팬 40명을 특별 초대했다. 신청자 가운데 전준범이 직접 뽑은 40명은 전준범 유니폼을 입고 원정경기를 관람했다. 이들은 전준범의 등번호와 얼굴이 새겨진 클리퍼를 들고 응원도 했다. 경기가 끝난 뒤에는 전준범이 팬들이 앉은 자리를 찾아가 따로 기념촬영도 했다.

경기는 어땠을까. 이날은 특별한 실수가 없었다. 전준범은 34분11분간 뛰며 7점·1리바운드·2어시스트·1스틸을 기록했다. 눈에 띄는 점은 실수가 거의 없다는 것. 실책은 하나도 없었고, 예전의 ‘전준범데이’처럼 이어 없는 파울이나 실수를 하지 않았다.

현대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본인이 부담을 가졌을 수도 있는데 오늘은 군더더기 없이 잘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팬이 늘어나는 것이다”며 웃었다. 전준범은 “특별히 의식하지 않았다. 팀이 승리하고 경기가 잘 끝난 것에 만족 한다”고 짧게 소감을 남겼다.

원주 |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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