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대통령 허재(52) 국가대표 감독도 태릉선수촌에서 많은 전설을 만들었다. 운동보다는 술로 더 유명했다. 허 감독은 중앙대학교 1학년(19세) 때부터 국가대표 생활을 했다. 당시 최연소 국가대표였다.
그는 “1984년에 처음 대표팀에 뽑혀서 태릉에 오래 있었지. 프로농구가 생기기 이전까지는 대표팀은 쭉 태릉에서 훈련했으니까”라고 했다.
1980∼1990년대 농구대표팀은 이른 바 ‘탈출’을 잘하기로도 소문이 자자했다. 이 때문에 태릉선수촌의 훈련기강을 흐트러뜨린다는 비판도 많았다.
허 감독은 “답답하니까 형들이랑 나가서 술 마시고 그런 거지 뭐. 당시에 농구 인기가 많았고 농구선수들이 눈에 띄니까 많이 나갔다고 한거지 다른 종목 선수들도 우리 못지않게 탈출했어”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세대를 막론하고 농구선수들이 태릉선수촌 생활에서 가장 힘들어했던 것은 아침 에어로빅이다. 태릉선수촌은 매일 아침식사 전 육상트랙에서 전 종목의 선수가 참가해 에어로빅을 했다. 허 감독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는 “아침 에어로빅이 가장 힘들었어. 늦게까지 술 마시고 들어와서 아침 일찍 에어로빅 하려니 죽겠지. 그런데 별 수 있나. 안 하면 퇴촌시키는데…”라며 태릉선수촌에 얽힌 에피소드를 털어놓았다.
허 감독은 2011년 국가대표 감독으로 태릉선수촌에서 생활했고 2016년부터는 국가대표 전임감독으로 진천선수촌에서 훈련해 두 곳 훈련장의 차이를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다. “요즘 선수들은 우리 때랑 달라서 술도 많이 안 마셔. 진천(선수촌)은 주변에 아무것도 없잖아. 차타고 10분 정도 나가야 해. 그것도 피곤해서 그냥 좋은 공기 마시면서 김상식 코치랑 얘기나 하는 거지 뭐”라며 좋았던 태릉과는 달라진 주위환경을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