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질에 집중하라…농구 마케팅도 커리처럼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8월 8일 05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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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질에 집중하라’는 메시지를 한국 농구계에 전달한 스테판 커리 내한 행사. 장충 |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본질에 집중하라’는 메시지를 한국 농구계에 전달한 스테판 커리 내한 행사. 장충 |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 커리 방한이 한국농구에 남긴 메시지

연예인 없이 농구 자체 콘텐츠로 팬들 매료
침체 빠진 한국농구 경기력 향상 해법 제시


농구는 최근 4대 프로스포츠 가운데 가장 흥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스포츠다. 지난해 통계에 따르면 2016/17시즌 KBL 정규리그 총 관중 수는 약 83만2000명을 기록했다. 지난해 기록한 93만명보다 10% 이상 감소한 수치이다. 경기 숫자를 감안하더라도 KBO리그의 10% 수준의 그치는 기록이다.

KBL을 비롯한 각 구단들은 팬들을 끌어 모으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지만 효과는 크지 않다. 지난해 12월31일 고양 오리온과 서울 SK가 펼친 밤 10시 경기가 좋은 반응을 얻었지만, 반짝 효과일 뿐 농구팬들을 꾸준히 경기장으로 불러오기에 부족했다. 이밖에도 다양한 행사들을 기획하고 있지만, 일시적인 관중 모으기에 그치고 있다.

침체에 빠진 한국 농구 시장에 스테판 커리 내한을 진행한 언더아머의 마케팅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지난달 27~29일 한국을 방문한 NBA 최고 스타 스테판 커리의 내한 행사를 주최한 언더아머는 슈퍼스타를 활용한 스타 마케팅이 아닌, 농구 본질에 집중한 마케팅으로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특히 28일 진행된 ‘스테판 커리 라이브 인 서울’은 농구에 집중한 이벤트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월드 스타가 방문하면 연예인이나 초대가수를 초청해 흥행에만 초점을 맞춘 행사들이 많았지만, 언더아머는 한국 농구 자체 콘텐츠에 집중했다.

우지원, 주희정, 이미선 등 코트를 지배했던 농구선수들과 한국 유소년 농구선수들이 커리와 함께 농구 코트를 뛰며 감동을 선사했다. 특히 커리는 코트 위에서 유소년 선수들과 함께 경기를 뛰며 멋진 콤비네이션을 보여주기도 했다. 만원 관중 앞에서 긴장한 유소년 선수를 위해 팬들의 박수를 유도하며 농구 꿈나무들에게 많은 추억을 안겨줬다.

27일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스테판 커리 Live in Seoul‘이 열렸다. 스테판 커리가 3점슛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장충 |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27일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스테판 커리 Live in Seoul‘이 열렸다. 스테판 커리가 3점슛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장충 |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농구 팬들을 위한 이벤트도 놓치지 않았다. 행사 중 진행된 하프코트 행사에 성공한 팬과 함께 세리머니를 펼친 스테판 커리의 격의 없는 모습은 농구팬들을 매료시켰다. 또한 하프코트 슛에 성공한 팬이 신고 있던 르브론 제임스의 시그니처 농구화를 벗겨 던지고 본인의 언더아머 시그니처 농구화를 사인해 전달한 커리의 모습은 감동과 스토리를 모두 전달하기에 충분했다.
또한 커리가 2층으로 직접 찾아가 함께 셀카를 찍어주는 깜짝 이벤트를 기획해 슈퍼스타를 눈앞에서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고, 행사 종료 후에는 커리가 부인 아이샤 커리의 패스를 받아 앨리웁 덩크를 성공시키는 등 끝까지 팬들에게 많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

장소 선택에서도 스토리를 담아냈다. 장충체육관은 한국 농구 흥행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농구대잔치가 열리던 장소로 농구 팬들에게는 옛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공간이었다. 실제로 농구대잔치를 누볐던 우지원은 행사에 참가해 옛 향수를 더욱 자극시켰다. 자녀의 손을 잡고 커리를 보러 장충체육관을 찾은 30~40대 팬들에게는 농구 대잔치의 기억을 떠올릴 수 있는 순간이었다.

단순히 스타 마케팅보다는 세세한 부분 하나하나에 농구의 가치를 담아내고자 했던 이번 커리 내한 행사는 다른 화려한 마케팅 수단보다는 농구라는 콘텐츠 본질에 집중하라는 메시지를 한국 농구계에 전달하기에 충분했다.

이제 약 두 달 정도 남은 농구 시즌. 이번 시즌은 단기간에 팬들을 모으기 위한 화려한 마케팅보다는 농구라는 스포츠 종목 본질에 집중해서 경기력을 올려보는 것이 어떨까. 농구 팬들이 조금씩 경기장으로 다시 발길을 돌리지 않을까.

양동혁 스포츠동아 객원기자 yang@sportiz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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