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낮은 드리블, KGC를 가장 높은 곳에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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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 돌파 쉽게 첫 스텝 보폭 넓혀… 삼성 울린 마지막 골도 여기서 나와

KGC가 2016∼2017시즌 프로농구 통합 우승을 차지한 데는 이정현(30)의 명품 드리블이 한몫했다. ‘팔(八)자’ 형태의 스텝을 이용한 독특한 드리블이다. 현역 시절 뛰어난 드리블 돌파를 보여줬던 ‘터보 가드’ KGC 김승기 감독의 보이지 않는 ‘전수품’이다. 6차전 결승점도 드리블로 얻어냈다. 삼성은 챔피언결정전 내내 이정현의 돌파 봉쇄 방법을 찾느라 골머리를 앓았다.

이정현은 지난 시즌이 끝난 뒤 드리블과 관련된 자세를 고쳤다. 핵심은 패스를 받은 뒤 드리블을 하기 전 첫 스텝을 넓게 벌리는 것이다. KGC 손규완 코치는 “2015∼2016시즌이 끝난 후 다른 선수들보다 스텝 폭을 넓히도록 교정했다. 양발이 림을 향하는 것보다 더 좌우로 뻗어나가는 형태가 되도록 했다”고 말했다.

오리온 김병철 코치는 스텝 폭과 드리블의 관계에 대해 “스텝 폭이 너무 좁으면 좌우 드리블을 치고 나갈 때 몸을 더 틀어야 하는 부담이 있다. 그러다 보면 자신의 앞에 있는 수비 양옆을 파고들면서 빠르게 림에 접근하는 드리블을 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반면 스텝을 너무 넓게 벌리면 다음 행동을 하기 어색하다. 다음 스텝을 옮길 때 몸 중심이 흐트러지기 쉽다. 스텝이 넓다고 무조건 좋은 건 아닌 것이다. 하지만 이정현은 그동안 키에 비해 스텝의 폭이 좁아 행동반경도 그만큼 좁다는 평을 들었다. 자신의 키와 신체 균형에 맞게 스텝의 폭을 넓히면서 여러 장점을 얻게 된 것이다.

보통 선수들은 선호하는 드리블 방향이 있다. 아예 드리블하려는 방향으로 몸을 미리 틀어놓는 선수들도 있다. 반면 스텝을 넓게 벌린 상태에서 시도하는 이정현의 돌파 방향은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미리 몸의 방향을 틀어 놓지 않는 데다 돌파 방향도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다. 돌파하는 척하다가 슛을 던지는 경우도 많아 수비 입장에서는 대처하기가 힘들다. 국가대표 슈터 LG 조성민은 “이정현의 장점은 언제든 코트 좌우를 노릴 수 있도록 되어 있는 첫 스텝이다. 오른쪽으로 혹은 왼쪽으로 드리블할 건지를 정하는 정현이만의 타이밍이 있는데 수비가 읽어내기 쉽지 않아 막기가 어렵다”고 평가했다.

이정현은 “김승기 감독께서 다소 투박해 보일지라도 첫 스텝을 안정적으로 넓게 잡으라고 주문했다. 양발을 좁은 각도로 놓으면 수비수 양옆으로 치고 들어가는 공간이 줄어든다. 이런 점을 생각하고 스텝을 잡았던 것이 잘 들어맞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이정현#kgc#김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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