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의 PO 경험이 불러온 삼성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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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년 4월 26일 13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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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이상민 감독. 스포츠동아DB
삼성 이상민 감독. 스포츠동아DB
삼성과 KGC는 ‘2016~2017 KCC 프로농구’ 챔피언 결정전(7전4승제)에서 격돌하고 있다. 두 팀이 챔프전에 오른 과정은 정반대다. 정규리그 1위 KGC는 4강 플레이오프(PO·5전3승제)에서 모비스를 3경기 만에 가볍게 따돌리고 챔프전에 진출했다. 반면 삼성은 험난했다. 정규리그 3위 삼성은 전자랜드와의 6강 PO(5전3승제), 오리온과의 4강 PO를 모두 5차전까지 펼쳤다.

정규리그도 아닌 PO 경기를 20일 동안 무려 10게임이나 치르느라 삼성 선수들의 체력에는 과부하가 걸렸다. 그러나 삼성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을 얻었다. 바로 ‘경험’이다.

정규리그 동안 삼성은 전술·전략의 변화가 가장 적은 팀이었다. 스타팅 멤버 기용은 물론 경기 중 선수교체시기마저 매 경기 비슷했다. 센터 리카르도 라틀리프에게 볼을 투입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는 틀도 54경기 내내 이어졌다. 이 때문에 삼성을 만나는 팀들은 전술적 준비가 수월했다.

PO 동안 삼성 이상민 감독은 전술에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 6강 PO 2차전을 전술변화 없이 치르다 전자랜드에 75-99로 대패한 뒤부터다. 선수기용, 맨투맨과 지역방어의 전환시기, 도움수비의 움직임 등이 조금씩 바뀌었다. 이 감독은 “유도훈(전자랜드), 추일승(오리온) 감독님이 매 경기 전술변화를 시도하는 것을 보면서 많이 느끼고 배웠다. 앞으로 지도자 생활을 해나가는 데 좋은 경험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선수들의 플레이도 상대 전술에 따라 능동적으로 변했다. 6강 PO에서 전자랜드의 압박수비를 이겨내고, 4강 PO에서 오리온의 프레스에 대처하면서 요령이 생겼다. 또 라틀리프에게 볼을 넣는 방법도 다양해졌다. 종전에는 라틀리프가 서는 방향에 맞춰 볼을 넣어주기 급급했다. 그러나 4강 PO에선 외곽에서 가드와 포워드가 2대2를 통해 볼을 주고받으면서 공간을 만든 뒤 하이포스트(자유투라인 부근)에서 볼을 넣어 라틀리프가 좀더 쉽게 득점하도록 도왔다.

팀내 최고참인 주희정(40)은 “큰 경기 경험이 없는 임동섭, 김준일에게는 이번 PO가 좋은 경험이 됐을 것이다. 힘든 상황을 이겨내면서 발전해나가고 있다”며 후배들의 기량발전을 반겼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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