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석의 팁인] 자유롭지 않은 ‘자유’ 계약…WKBL FA 제도 손질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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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년 4월 4일 05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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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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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프로농구가 한창 플레이오프(PO)를 치르고 있는 가운데 여자프로농구에선 자유계약(FA) 시장이 열렸다.

관심도가 높지 않지만, 올해 FA 시장에는 대어급 선수들이 즐비하다. 곽주영(33), 김단비(27), 김규희(25·이상 신한은행), 고아라(29), 박하나(27), 배혜윤(28·이상 삼성생명), 김정은(30·KEB하나은행), 심성영(25·KB스타즈) 등 총 13명이다. 일찍 은퇴를 결정한 KDB생명 김진영(33)을 제외한 12명이 현재 FA 협상을 진행 중이다. 원 소속구단과의 협상기간은 13일까지이고, 여기서 계약하지 않은 선수들은 이후 10일간 타 구단으로 FA 이적을 타진하게 된다.

그런데 여자프로농구에선 FA를 통한 이적 사례가 드물다. 각 팀의 주전급으로 활약하는 선수들은 더 그렇다. 제도적으로 ‘자유’ 계약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한국여자농구연맹(WKBL)은 선수 1명에 대한 연봉상한(3억원) 제도를 적용하고 있다.

원 소속구단이 FA에게 연봉 3억원을 주기로 결정하면 해당선수는 무조건 계약서에 사인해야 한다. 팀을 옮기고 싶어도 어쩔 수 없이 남아야 한다는 뜻이다. 3억원이 적은 액수는 아니지만, 더 좋은 조건이나 환경을 찾아 떠나려는 선수들의 선택권을 규정으로 원천봉쇄하고 있는 것이다.

WKBL이 선수의 권리를 침해할 소지가 다분함에도 연봉상한제를 도입한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모기업이 모두 금융권인 여자프로농구단들의 경우 우승 등 성적에 대한 경쟁이 뜨겁다. 선수영입을 놓고 과도한 경쟁이 벌어지고, 이에 따라 선수들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을 가능성이 있다. 구단이 수익을 못내는 상황에서 연봉에 많은 예산을 투입하면 운영 자체가 힘들어질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제도적으로 과열경쟁을 막고 있는 것이다.

좀더 공정한 거래를 위해 FA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는 지적은 수년 전부터 나왔다. 그러나 WKBL과 구단들은 요지부동이다. 현장 지도자들은 “제도 때문에 FA 선수영입이 어렵다”고 하소연하지만, 제도개선의 가능성은 크지 않다. 올해까지는 현행대로 FA 제도가 유지된다. 원 소속구단에 잔류하는 선수들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선수들의 권리를 찾아주고, 선수들의 이적을 통해 새로운 스토리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전반적으로 제도를 손볼 때가 됐다. WKBL과 구단들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해본다.

최용석 스포츠1부 기자 gty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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