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러코스터 5년’ 이겨내고 왕별로 뜨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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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GC 오세근 첫 정규시즌 MVP
데뷔 첫해 신인상-챔프전 MVP, 그후 부상-수술-도박 징계 부진의 늪
올시즌 절치부심 개인 최고기록 세워
신인상 강상재, 감독 볼에 입맞춤 쪽

지난해 쌍둥이를 얻은 프로농구 KGC 오세근(30)에게 평생 잊지 못할 날이 찾아왔다.

오세근은 27일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2016∼2017 KCC 프로농구 시상식에서 생애 첫 최우수선수(MVP)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시상식 마지막 하이라이트에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자 오세근은 입술을 꽉 깨물고 MVP 경쟁을 한 팀 동료 이정현(30)을 끌어안았다. 기다리던 쌍둥이를 얻을 때도 나오지 않았던 눈물을 끝까지 참느라 수상 소감도 제대로 말하지 못했다.

이날 감독상을 수상한 KGC 김승기 감독은 행사 전 “이정현은 시즌 시작을 잘 열어줬고 오세근은 마무리를 잘해줬다. MVP를 누가 받을지 정말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감독도 궁금해할 정도로 발표 직전까지 수상자는 오리무중이었다. 하지만 접전이 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오세근은 기자단 투표 총 101표 중 65표를 받아 이정현(35표)을 여유 있게 제쳤다.

2011∼2012 시즌에 신인상을 받고 플레이오프 MVP에 올랐던 오세근은 5년 만에 정규시즌 MVP까지 차지하며 주희정(삼성), 김주성(동부), 양동근(모비스)에 이어 4번째로 신인상, 정규시즌 MVP, 챔피언결정전 MVP 등 주요 3가지 상을 다 받은 선수가 됐다. 신인상과 정규시즌 MVP를 모두 품은 선수로는 주희정, 신기성, 김승현, 김주성, 양동근에 이어 6번째다.

데뷔한 다음 시즌에 부상과 수술, 지난해에는 불법 도박으로 징계를 받아 팀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던 오세근은 올 시즌 54경기 전 경기에 출장하며 경기당 13.98점, 8.4리바운드, 3.4도움 등 주요 부문에서 자신의 시즌 개인 최고 기록을 갈아 치웠다. 시즌 내내 골밑에서 수비와 궂은일도 도맡아 했다. 오세근은 “롤러코스터 같았던 지난 5년의 아픔을 이겨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영원한 친구인 정현이가 잘 도와줘 상을 받은 것 같다.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해 우승을 하면 정현이가 MVP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인왕으로 뽑힌 전자랜드 강상재(왼쪽)가 ‘수상 공약’을 지키기 위해 유도훈 감독의 볼에 입맞춤을 하고 있다. KBL제공
신인왕으로 뽑힌 전자랜드 강상재(왼쪽)가 ‘수상 공약’을 지키기 위해 유도훈 감독의 볼에 입맞춤을 하고 있다. KBL제공
MVP만큼 관심을 모았던 신인상은 시즌 중반 이후 맹활약한 강상재(23·전자랜드)에게 돌아갔다. 올 시즌 드래프트 전체 3위로 입단한 강상재는 101표 중 96표를 받아 2순위로 입단한 최준용(23·SK·5표)을 따돌렸다. 강상재는 6강 플레이오프 진출 경쟁이 치열했던 6, 7라운드에서 경기당 10.6점을 올리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신인상을 받으면 유도훈 전자랜드 감독에게 키스를 하겠다고 공약했던 강상재는 수상 뒤 유 감독의 볼에 입맞춤을 하며 약속을 지켰다. 강상재는 “이제는 ‘3순위 강상재’가 아닌 ‘신인상 강상재’다. 다음 시즌 더 나은 선수가 되겠다”고 말했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농구#kgc 오세근#최우수선수#mv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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